"설은 무슨.. 앞일이 막막해요" 눈물의 구직

2009. 1. 18.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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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고용지원센터 르포… 실업급여 신청자 올들어 42%나 늘어

지난 16일 오후 서울 마포 서부종합고용지원센터 4층 100㎡(30평) 규모의 교육장은 '실업급여 수급자 재취업 과정 설명회'를 들으러 온 210여명의 실직자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비좁은 복도에 마련된 보조의자 20개도 가득 찼다.

"희망 직종, 입사 형태는 신중하게 쓰세요." 교육장에 모인 사람들은 강사의 설명을 들으며 '구직표'를 쓰느라 진땀을 흘렸다. 20대 여성부터 60대 노인까지 연령대가 다양했다. 벽에는 '인사담당자 눈에 띄는 자기소개서 작성 요령'이 붙어 있었다.

임모씨(48)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실직했다고 했다. 반도체 하청업체에서 4년 동안 일하다 경기불황이 닥치자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일자리를 잃었다. 임씨는 "고교 3학년과 대학교 2학년에 올라갈 딸아이의 등록금을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텔레마케팅 회사에 다니던 김모씨(27·여)는 새해 첫날부터 실업자가 됐다. "12월31일 일을 마치니까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하더군요. 급여가 절반으로 깎여도 악착같이 버텼는데 결국…."

센터 측은 "신규 실업급여 신청자가 매일 200~300명씩 찾아온다. 올들어 15일까지 신청자는 640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416명)보다 42% 증가했다"고 밝혔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고용지원센터에 등록한 실업급여 신청자는 9만3000명으로 2007년 같은 달보다 84% 늘었다. 김보경 취업지원팀장은 "최근에는 20·30대 실직자들이 많이 찾고 있다. 입사도 못한 구직자를 포함하면 상황은 더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서울 양평동 남부종합고용지원센터 교육장에도 170여명이 모였다. 취업지원팀장은 "희망 급여는 눈높이를 낮춰 20% 정도 적게 쓰세요. 일단 면접은 봐야죠"라고 주문했다.

구직 희망자들은 다가오는 설이 걱정이라고 했다. 공기업을 퇴직한 50대 후반 남성은 "직장 다닐 때는 명절이면 기분이 좋았는데 이제 아무 기분도 안 든다"고 말했다.

같은 날 수원시 팔달구 수원종합고용지원센터 교육장도 만원이었다. 한 신청자는 "실업급여라도 받아 설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화성시의 한 전자부품회사에서 근무한 이모씨(31)는 회사 동료 2명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 그는 "지난 10일 회사로부터 권고 사직을 당했다. 지난해 전체 직원 200명 중 150명이 회사를 떠났다"고 전했다.

서울 남부고용센터 이영경 취업지원과장은 "센터에 온 실직자 중 웃는 사람을 한 명도 못 봤다"면서 "앞에서는 태연한 척해도 뒤에서는 눈물 흘리는 게 바로 실업의 고통"이라고 말했다.

< 유정인·황경상·수원 | 경태영기자 > - 재취업·전직지원 무료 서비스 가기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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