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왜 사소한 음식에 목숨 걸지?

2009. 9. 8.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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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팥빙수·롯데 컵케이크 등 매출비중 낮지만자기 백화점만의 메뉴로 충성고객 키우기 효과연관구매 3~4배… 프리미엄급 식품관 바람도

#은행처럼 번호표를 뽑고 기다려야 맛볼 수 있는 팥빙수가 있다. 오직 현대백화점(본점 목동점)에서만 파는 24년 전통의 '밀탑' 팥빙수다. 평범한 자태마냥 충실한 기본기가 맛의 비결이란다. 팥이 터지기 직전까지 오동통하게 삶기, 솜처럼 부드러우면서도 녹지 않게 얼음갈기 등. 연 매출 14억원, 급기야 백화점은 최근 팥빙수 매장규모를 3배 가까이 늘려줬다.

그러나 팥빙수만을 위한 특별대우엔 더 깊은 속내가 있다. 일단 맛에 길들여지면 백화점의 충성고객이 된다는 판단 때문. 실제 밀탑에서 현대백화점카드로 결제한 고객을 살펴보니 8%가 연간 3,500만원 이상(초우량고객), 13%가 연간 1,500만원 이상(우량고객) 구매하고 있었다. 이들의 연간 평균 구매금액(1,031만원)도 전체 고객 평균의 4배에 달했다.

#'상해만두'란 게 있다.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건너온 게 아니라 일본의 중화 왕만두 '파오파오'를 벤치마킹 했다. 맛의 비밀을 캐내려 다량의 샘플을 국내로 들여오던 바이어가 밀수꾼으로 오인 받았고, 개발에만 1년이 걸렸다. 월 매출 1억원, 줄을 서야 사먹을 수 있을 정도지만 오로지 신세계백화점(본점 강남점 죽전점)에서만 판다. 과연 만두만 사먹는 걸까.

백화점들이 앞다퉈 식품관 새 단장에 나서고 있다.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의류(50~60%)는 제쳐두고, 고작 10%대인 식품에 공을 들이는 셈이다. 장삿속을 따지면 더 잘되는 쪽을 밀어주는 게 인지상정, 그런데 역으로 가고 있다. 이유가 뭘까.

꿍꿍이는 '분수(혹은 샤워)효과'라 불리는 연관구매에 있다. 백화점에서 식품을 사는 고객이야말로 진정한 단골이라는 얘기다. 의류 브랜드는 모든 백화점에 천편일률 다 들어와있지만 식품만큼은 다르다. 옷은 아무 백화점에서나 사도 그만이지만 특정 식품(요리)을 구입하기 위해선 꼭 해당 백화점을 찾아야 한다는 것.

예컨대 '상해만두=신세계, 린스컵케이크=롯데, 밀탑 팥빙수와 나드리김밥=현대, 와플샌드=갤러리아, 남한산성 인삼닭죽=AK플라자' 등의 조합이다. 이들은 그 자체로 매출 왕이지만 다른 분야의 '매출 효자' 노릇도 톡톡히 한다는 게 업계 설명. 더구나 대부분 20~30대를 겨냥한 상품들이라 미래고객 및 신규고객을 유인하기도 한다.

신세계의 경우 식품관 매출비중은 전체의 13%가량이지만 연관구매까지 더하면 34%까지 증가한다. 130원어치를 사먹으면 다른 용품 구매엔 210원이나 더 쓴다는 얘기다. 젊은 층이 주로 찾는 델리 매장 매출비중은 4%수준이지만 연관매출은 23%에 달한다. 식품관 이용고객의 매장 방문횟수도 월 4회로 일반고객보다 2배정도 많다.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의 식품구매 상위 10% 고객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해마다 늘고(2006년 37%→2009년 8월까지 42%) 있다. 식품 덕에 현대백화점과 첫 거래를 맺은 고객(1~7월)도 3배 가량 늘었다고 한다.

구자우 신세계백화점 식품담당은 "백화점에서 식품의 비중은 적지만 식품구매고객은 단골이 될 확률이 높아 최근 새로운 메뉴도입과 매장 리뉴얼 등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신세계 강남점 식품관은 11일 '유럽풍 체험형 식품관'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쉐프 바리스타 소믈리에 등 각종 식ㆍ음료 전문가가 제조과정을 실연하고, 조언도 하며, 고객은 직접 맛도 볼 수 있는 국내 최초의 'EAT-IN' 개념이다. 특히 두바이의 7성급 호텔 '버즈 알 아랍'의 수석총괄 조리장 출신으로 유명한 에드워드 권의 국내 첫 레스토랑(에디스 카페)도 들어선다.

롯데는 지난해 말 전문 컨설팅회사에 의뢰해 잠실점과 강남점의 식품관을 '프리미엄급'으로 격상시켰다. 현대는 지난해 12월 압구정본점을 비롯해 올 4월 무역센터점, 6월 목동점과 중동점의 식품매장을 새롭게 꾸몄다. 식품관 운영을 외부에 맡겼던 AK플라자는 얼마 전 아예 직영체제로 바꿨다.

독특한 '나만의 메뉴' 개발에도 열중이다. 고급레스토랑(엘리스델리, 베키아앤누보 등)과 제휴(신세계)하는가 하면, 숨은 스타 맛집(굿오브닝, 고메베이글)을 4단계나 검증해 발굴(현대)하고, 해외 인기제품(프뤼엥, 미드 '섹스앤더시티'의 린스컵케이크)을 벤치마킹(롯데) 하기도 한다. 바야흐로 '쇼핑도 식후경'이다.

고찬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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