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의 신데렐라' 해양심층수, 비싼 값 하나?

입력 2008. 10. 6. 08:33 수정 2008. 10. 6.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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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쯤 생수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돈 주고 물을 사먹는단 개념은 우리에게 낯설기 그지없었다. 300원 하던 생수 한 병 가격에 놀라 뒤도 안 돌아보던 그때, 머지않은 미래엔 기름 값에 맞먹는 물이 슈퍼마켓에서 팔리리란 것을 생각할 수 있었을까?

빙하수, 탄산수, 암반수, 미네랄워터도 모자라 '바다 건너온 물'이 등장했다. 해양심층수, 말 그대로 바다 깊은 곳에서 건져 올린 물이다. 올 상반기 본격적으로 선보이기 시작한 해양심층수는 생수, 두부, 김치, 소주, 과자 등 관련 상품을 봇물처럼 쏟아내며 주목받고 있다.

웰빙 바람을 타고 프리미엄 생수 시장에 혜성처럼 등장한 해양심층수는 가격도 프리미엄 급이다. 보통 500ml에 1200원가량 하니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우리나라에서 휘발유보다 1.5배가량 더 비싼 물 시대가 열린 것. 이쯤 되면 '해양심층수, 대체 뭐가 다르기에?'라는 의문이 든다.

▶깊은 바다에서 건져 올린 물, 개발비도 운반비도 지표수와 달라

해양심층수는 태양광이 도달하지 않는 해발 200m 이상의 깊은 바다에서 생성되는 물로, 생물체들의 유기배설물이 발생하지 않아 병원균과 유해물질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물을 끌어올려 마시는 물로 가공한 것이 시판되는 해양심층수 생수다. 올해 2월 해양심층수법이 발효돼 생수 출시가 가능해지면서 국내업체 10여 곳에서 뛰어들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까지 해양심층수 개발에 성공한 나라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일본, 노르웨이, 대만 등 5개국 정도. 그만큼 개발 입지조건이나 물을 끌어올리는 기술이 까다롭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 개발사 측의 설명이다. 특히 식음용 해양심층수는 보통 해발 400m 이하의 깊은 바다에서 끌어올리기 때문에 더욱 어렵다.

CJ 해양심층수 전문가 유철안 과장은 "보통 심해 근처 육지에서 파이프를 연결해 해양심층수를 끌어오는데 파이프 길이만 3~20km에 달한다"며 "해저가 깊을수록 해류의 흐름이나 물을 끌어올리는 음압 등 고려할 조건이 많아 어려운 작업"이라고 설명한다.

해양심층수를 채취했다고 해서 바로 마시기는 어렵다. 남아 있는 염분을 제거해야 짠 맛 없이 개운한 물을 마실 수 있다. 이렇게 나트륨을 제거하고 필요한 미네랄을 취사선택해 남겨두는 '탈염ㆍ정제 과정'이 해양심층수 채취의 핵심기술. 현재는 국내에 이 기술이 없어 일본 업체에서 비싼 기계를 들여오고 있다.

육지에서 먼 곳에 공장이 들어서는 입지적인 불리함 때문에 물류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것도 해양심층수 생수 가격을 올리는 요인이 된다. 업계 관계자는 "해양심층수 공장 한 곳을 세우는 데 100억에서 많게는 400억까지 들어간 곳도 있다"고 전했다.

▶비싼만큼 제값은 할까?

아직까지 해양심층수에 관한 공인된 연구결과는 많지 않은 상태다. 해양심층수 개발에 먼저 뛰어든 일본에선 아토피성 피부염 개선효과 및 면역기능 개선에 대한 연구가 보고돼 있다.

그러나 해양심층수는 구성성분이 체액과 유사해 인체흡수가 빠르기 때문에 마그네슘 밸런스 유지 및 피로회복, 숙취해소에 효과가 있다는 것은 입증된 사실이다.

보통 물은 마그네슘 함유 정도를 나타내는 '경도' 지수로 미네랄 포함정도를 측정하는데, 수돗물이 약 26도, 일반 생수는 20~60도, 해양심층수 생수는 110~200도 정도다. 경도로 따져 보면 일반 생수나 수돗물의 수십 배 이상의 미네랄이 함유돼 있기 때문에 인체의 미네랄 밸런스를 교정하는 데는 일반 생수보다 효과가 높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앞으로는 해양심층수 중에서도 경도를 더욱 높이고 케이스도 고급화해 기존 제품보다 2배 이상 비싼 제품이 선보일 예정이어서 프리미엄급 물 시장 '고급화' 경쟁에 가속이 붙을 전망이다.

해양심층수 생수가 비싼 만큼 효과에 대한 논란의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보다 먼저 상업화에 뛰어든 일본의 경우, 해양심층수 생수의 가격이 일반 생수의 2.5~3.5배가량 나가는데도 전체 생수 시장의 8~9%를 차지할 정도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어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실제로 국토해양부 해양정책과에서도 앞으로 3~5년 내 해양심층수 시장이 500~1000억원 규모로 형성되리란 예측을 내놓은 바 있다.

아직까지 해양심층수 생수는 "호기심에 한두 번 마셔 봤다"는 반응이 대세. 웰빙 열풍이 '먹는 바닷물' 열풍으로 이어질지, 비싼 가격 때문에 외면 받을지 두고 볼 일이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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