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왕조' 3세 경영체제 구축 주도 특명

백인성 기자 2010. 11. 19.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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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내 '컨트롤 타워' 전략기획실 부활계열사 중앙집중 관리.. 막강권한 가질 듯시민단체 "이재용에 세습 수단" 강력 비판

삼성이 19일 전략기획실을 부활시키기로 한 것은 그룹 내 '컨트롤 타워' 복원을 통해 계열사들을 일사불란하게 지휘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2008년 당시 이건희 회장 퇴진과 전략기획실 해체를 약속했던 경영쇄신안을 정면으로 역행하는 행위라며 비판하고 있다.

고 이병철 회장 시절 '비서실'로 출발한 삼성 전략기획실은 구조조정본부를 거치며 삼성을 이끄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삼성과 관련된 각종 의혹의 중심지로 인식되면서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이 더 크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전략기획실이 개입한 대표적인 사례가 이 회장의 장남 이재용 부사장(42)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과 2002년 대선자금 관련 'X파일' 사건 등이다.

2008년 6월 전략기획실이 해체된 뒤 삼성은 전략기획실 기능을 사장단협의회 산하의 업무지원실과 법무팀, 커뮤니케이션팀과 3개 위원회에 맡겨왔다. 그러나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글로벌 경제위기 등 외부 경영 환경이 급변했지만 컨트롤 타워가 없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삼성 내부에서 나왔다.

이 회장이 그룹의 전체적인 방향을 잡고 전략기획실이 실행계획과 전략을 짜면 계열사 최고경영자들이 이를 실행하는 '삼각편대형' 경영이 이뤄질 전망이다. 전략기획실 권한은 이전보다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이 직접 복원을 명령한 만큼 그에 걸맞은 권한을 부여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 조직은 이재용 부사장의 '3세 경영체제' 구축 작업도 주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그룹은 올 3월 이 회장이 복귀할 때만 해도 전략기획실 부활에 대해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부정적인 입장을 표시했다. 이 같은 입장을 채 1년도 되지 않아 뒤집은 데는 이 부사장으로의 경영권 승계가 우선적으로 고려됐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재계에서는 최근 이 회장이 이 부사장의 사장 승진을 확정한 데다 전략기획실 부활을 밀어붙인 것을 두고 경영승계 움직임이 구체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새로운 전략기획실은 이 회장을 보좌하는 동시에 연말 인사에서 40대 오너로의 후계체제를 준비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며 "다음달 실시되는 정기인사에서 '이재용 체제'의 인사 시스템이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의 가신 그룹인 이학수 상임고문과 김인주 상담역은 한직으로 분류되는 고문으로 물러났다. 문책성 인사가 필요했다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시민단체들은 "전략기획실이 삼성의 세습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는 조직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국장은 "전략기획실 부활은 삼성이 사회에 약속한 개혁작업을 팽개치는 행위이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추세와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 백인성 기자 fxman@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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