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지갑은 빠듯… 속터지는 주부들
"아이들이 먹고 배우는 것은 줄일 수도 없잖아요. 그렇다고 그동안 제가 제 옷을 사입은 것도 아니고, 어디서 더 빼야 할지 정말 큰일이에요."
고등학교 1학년과 중학교 2학년된 두 아들을 키우는 이남희씨(45·서울 마포구 도화동)는 가계부를 쓰다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대형 할인마트에서 2~3주에 한번 장을 대량으로 봤지만 과일과 생선 등은 동네 시장에서 사기로 했다. 샴푸나 섬유유연제 등 공산품과 육류, 쌀과 같이 할인폭이 큰 것만 마트에서 구입한다.
한창 키가 크는 때인 아이들을 위해 사먹던 소고기는 한우에서 수입품으로 바꿨다. 이씨는 "한 번 마트에서 장을 보면 10만원이면 충분했는데, 요즘에는 같은 품목을 사도 13만원이 넘더라"면서 "마트 제품이 잘 다듬어져 있고 포장도 깔끔해 쓰기 편하지만 생활비를 줄이려면 과일 등은 조금이라도 더 싼 시장에서 산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래시장 물가도 만만한 것은 아니다. 28년차 주부 최모씨(56)는 손두부를 사러 아현시장에 나갔다가 입이 떡 벌어졌다. 초당 두부가 한 모에 1500원이었기 때문이다.
최씨는 "2006년 말에는 두부가 500원 정도였으니 1년여 만에 3배나 오른 것"이라며 "가게에서는 '직접 갈아 만들어 파는 두부라서 최근 많이 오른 콩 값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짧은 기간 사이에 이렇게 오르는 것을 보니 무섭다"고 했다.
실제로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국내산 콩 가격(35㎏·도매 기준)은 지난해 3월 8만4350원에서 지난 4일 현재 16만500원까지 뛰었다.
시장에서 파는 부침용 동태포도 지난해 말 1.2㎏(두 근)에 5000원에서 지난달 6000원으로 올랐다. 떡값도 올라 약밥이 지난해 말 한 팩에 4000원에서 5000원이 됐다.
최씨는 "먹는 것을 줄일 수는 없으니 질을 떨어뜨려 양을 맞추는 꼴"이라고 한탄했다.
그러나 주부들의 고민은 먹거리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남희씨는 "두 아들이 머리카락을 자를 때 이용하는 한 남성전용 미용실의 요금이 1인당 5000원에서 6000원으로 올랐다"며 "목욕탕비도 연초에 1000원씩 오르더니 머리도 자주 못자르겠다"고 말했다.
아이들 학원 수강료와 문제집 값도 물가 상승에 덩달아 뛰었다.
서울 여의도동에 사는 주부 이모씨(44)는 "과목당 25만원이던 학원비가 올들어 3만원씩 올랐다"고 말했다.
가스, 전기 등 공공요금 가격 인상으로 아파트 등 주거 관리비도 부쩍 올라 주부들의 속을 썩인다.
이씨는 "사골을 고아도 월 3000~4000원대였던 도시가스비가 지난달 8000원이 넘게 나왔다"며 "난방비도 20만원이 넘고, 전기료도 올라 보통 40만원 정도 나오던 총 관리비가 월 50만원이 넘었다"고 했다.
기름값도 올라 차 굴리기도 무섭다. 이씨는 "1년 전 5만~7만원어치만 넣으면 일주일은 거뜬했지만 ℓ당 1800원대가 넘고 나서는 10만원 어치를 넣어도 일주일도 못버틴다"고 말했다.
생활에 필수적인 교육비과 식비가 뛰다보니 외식 횟수는 당연히 줄고 있다. 그나마 외식비용도 올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주부 전모씨(57·서울 양평동)는 "주말에 자장면을 시켰더니 4000원에서 4500원으로 오르고 짬뽕과 우동 등도 4500원에서 5000원이 됐다. 밀가루 값이 많이 올랐는데 그릇당 100~200원 단위로는 올릴 수 없어 500원 올렸다고 하더라"며 "자장면도 한 끼 가볍게 때울 수 있는 외식이 아닌 듯하다"고 했다. 아이들과 가끔 시켜 먹던 피자도 1월부터 1000~2000원씩 오르고, 통닭도 한 마리에 2000원씩 올라 사먹기가 부담스럽다고 한다.
전씨는 "떡볶이도 1인분에 2000원에서 2500원이 됐다"면서 "간식도 집에서 만들어 먹어야 할 판"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 김보미기자 bomi83@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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