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미의 명랑한 경제]식당 배추김치 실종사건, 그 사연은
<아이뉴스24>"미안해요. 그래도 어째, 우리도 타산이 좀 맞아야지."
세 번째였다. 식당 밥상에 배추김치가 올라오지 않았다. 한 달 새 광화문, 강남, 그리고 과천에서까지. 메뉴도, 주인도 다른 식당들인데 한결같이 배추김치를 빼고 밥상을 차려준다.
아니 아줌마들, 단체로 왜 이러세요.
광화문 아줌마는 "물김치가 감칠맛 나니 좀 넘어가자"고 했고, 강남에선 "설렁탕은 원래 깍두기 하고만 먹는 것"이라고 했다. 과천 한정식집에선 설명도 건너뛰고 몇 가지 제철나물을 매콤하게 버무려 내왔다.
동시다발적 배추김치 실종사건, 배후는?
관련 통계는 인심좋던 아줌마들이 변심한 이유를 알려준다. 최근 통계청이 내놓은 '5월 소비자물가동향' 조사 결과 5월 물가 수준은 지난 달과 같았고, 1년 전보다는 2.7% 올랐다.
물가 상승률이 2%대로 떨어진 건 20개월만이다. 작년 물가가 워낙 가파르게 올라 기저효과가 반영되기도 했을테지만, 이 정도면 상당히 안정된 수준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물가 흐름에 역행하는 농축수산물 가격이다.
5월 농축수산물 가격은 1년 전보다 10.8% 올랐다. 불과 한 달 전과 비교해도 배추가 22.4%, 무가 16.7%, 파는 13.3% 올랐다.
작년과 비교하면 얘기는 더 심각해진다. 배추 가격은 1년 새 107.1% 폭등했다. 고등어는 43.3%, 닭고기는 41.1% 올랐다. 명태와(44.3%) 양파(34.7%), 갈치(17.6%) 값도 크게 뛰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적자가계부 쓰는 엄마들 뿐 아니라 음식점 아줌마들도 비상이다. 분식집에서 김치가 사라진 지는 오래. 이젠 한정식집 밥상에서 배추김치가 제외되는 지경이다.
그런데 농축수산물 값은 왜 이렇게 올랐을까.
통계청은 수급불균형에서 가격 폭등의 원인을 찾았다. "농수산물유통공사에서 말하듯 수급 불일치가 아니고서는 현 상황을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기획재정부는 "한 동안 봄 가뭄에 재배면적이 줄어 공급충격이 있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여기에 더해 정책당국이 경기회복을 위해 시중에 풀어놓은 유동성도 물가를 흔드는 한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하반기 들어 늘어난 유동성을 적기에 흡수하지 못하면, 경기회복세에 맞춰 돈이 돌면서 물가가 춤을 출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SERI 경제포커스, 2009년 하반기 물가변동요인 점검) 제 때 풀린 돈을 거둬들이지 않으면, 하반기엔 김치 안 주는 식당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끄덕끄덕. 밥상에서 배추김치가 사라진 이유, 인정이다.
그럼 언제까지 김치를 참아야 할까.
재정부는 다행히 "5월 하순 들어 햇작물이 출하되면서 배추와 무 가격이 서서히 잡히고 있다"고 했다. 농축수산물은 기상여건이나 전염병, 병충해 같은 변수에 가격이 쉽게 변하지만, 비교적 단기간에 상황이 정리된다고 했다. 햇작물이 풀리고, 가격이 올라 재배면적이 늘면 정신없이 뛰던 배추 값도 좀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물론 좀 두고봐야 겠지만.
한 번 곰곰이 되짚어 보자. 오늘 식당에서 받은 점심상에 배추김치가 올라왔는지. 혹 아니었다면, 애꿎은 주인 아줌마 원망은 마시길.
/박연미기자 chang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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