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나도 벌점 두려워 보험처리 주저"..이마트 빠른배송의 暗

양종곤 기자,백진엽 기자 2016. 4. 13.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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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뉴스1) 양종곤 기자,백진엽 기자 = "벌점제가 있다. 문제 발생 시 벌점을 매기고, 벌점이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해당 기사를 연고지가 없는 근무지로 보낸다. 사고가 났을 때 보험처리를 하면 벌점의 근거가 되기 때문에 자비로 사고 수습을 하는 기사들도 많다."

이마트가 처벌을 전제로 한 벌점제도를 통해 배송기사들을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배송기사들은 이마트 물류센터에서 각 매장으로 상품을 실어 나르는 대형 화물차량 기사들이다.

◇ "벌점 무서워 보험처리 못해, 본업과 무관한 상차작업도"

13일 화물연대 이마트지회에 따르면 이마트는 배송기사가 사고를 냈을 경우 5점, 교통위반을 했을 경우 5점 등 벌점을 부과한다. 이마트지회는 이런 식으로 벌점이 쌓여 일정 수준이 넘어가는 배송기사를 연고지가 없는 다른 물류센터로 보낸다고 전했다.

이마트지회 관계자는 "물류센터간에 인력이동이 이뤄지는데 대상자는 벌점이 많은 사람"이라며 "배송기사들이 생활터전을 옮기기 힘든 상황을 이용해 '말 잘 들어라'는 의미의 제도"라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벌점이 두려워 보험처리를 하지 않고 자비로 사고 처리를 한 배송기사가 상당수라는 전언이다. 보험처리를 할 경우 기록이 남아 벌점의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이마트지회는 이외에도 배송기사들이 이마트의 정규직이 아니라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마트의 3개 물류센터(시화, 여주, 대구)에서 근무하는 배송기사는 700여명이다. 이들은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이마트가 이들과 계약을 맺은 운수업체와 계약을 맺는 형식으로 고용하고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 부당한 대우 중 대표적인 사례는 배송기사 업무와 무관한 상차작업을 시키는 것이다. 상차작업은 물류센터에서 배송차량에 물건을 싣는 작업으로 일반적으로 전문인력이 한다.

이마트지회는 상차 인력이 과거보다 절반정도 줄면서 배송기사들이 상차작업에 투입되는 형편이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배송기사들의 노동 강도가 심해지는 것과 함께 전문인력이 아니기 때문에 화물을 실으면서 사고가 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마트지회 관계자는 "여주물류센터에서 한 배송기사가 상차를 하다가 카트를 안고 넘어지면서 하반신이 마비되는 사고를 겪었다"며 "당시 피해자가 소송까지 나섰지만 이마트, 고용업체 모두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이마트 시화 물류센터© News1

◇ "물량 많을 땐 새벽배송도 예사, 계약해지 무서워 이의제기 못해"

배송기사들은 명절, 삼겹살데이 등 물량이 몰리는 날이 두렵다고 호소한다. 물량이 몰리는 날에는 추가 배송에 나서면서 마지막 순번기사는 새벽 1시께 물류센터로 복귀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 순번기사도 다음날 업무시작 시간인 오전 5시 출근 규정에서 예외가 아니다. 배송기사 사이에서는 '새벽배송을 하다가 잠깐 졸았더니 중앙선을 넘었다'는 말들이 일상처럼 오고갈 정도다.

이같은 일들을 겪고 있는 배송기사가 이마트에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개인사업자 신분이기 때문이다. 정규직이 아니면서 운송업체와 한 단계 건너 계약관계로 고용되다 보니 계약해지를 걱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것이다. 물류센터도 센터장, 파트별 장을 제외하고 현장직원은 용역업체 직원이기 때문에 배송기사의 불만이 본사로 전달되기 힘든 구조다.

배송기사의 월 급여(운송료)는 8톤 트럭 기준 월 평균 370만원이다. 20년 전 약 360만원에서 10만원가량 올랐다. 이들은 차량 정규 수리비, 사고 처리비용 등을 본인이 부담한다. 이마트 배송에 맞게 차량을 개조했기 때문에 다른 일을 구하기 쉽지 않다.

이마트지회 관계자는 "차량 운영을 위해 고정적으로 쓰이는 비용을 제하면 실수령금은 200만원도 안 된다"며 "몸이 다치면 운행을 쉬는데(휴차) 이 기간 회사가 운송료를 보전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병원치료를 받는 기사는 어떻게든 운송비를 받기 위해 '대리기사'를 대타로 세우는 경우까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마트 관계자는 "벌점제는 우리와 계약을 맺은 운수업체가 시행하는 것으로 이마트와는 관련이 없다"며 "해당 운수업체도 안전관리 차원에서 실시하는 것일뿐 패널티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명절 새벽배송도 자원자에 한해 실시되고 별도 수당을 지급한다"고 해명했다.

jineb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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