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부자들 "현금이 왕(王)"..금고 판매 '후끈'

남민우 기자 2016. 2. 17.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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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고객에게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크기의 금고. /사진=남민우 기자
한 시중은행 지점의 대여금고 /조선DB

“원장님, 병원에 금고 없으시죠? 요즘은 은행에 돈 넣어봤자 이자도 거의 안 붙어요. 은행에 현금 놔두면 나중에 세무조사 받을 때도 불리할 수 있으니 이 참에 금고 하나 장만하시죠.”(금고업체 영업사원 A씨)

요즘 압구정동, 청담동 등 자산가들이 밀집해 있는 강남권에는 금고업체 영업직원들의 발걸음이 부쩍 잦아졌다.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이나 건물주 같이 현금 거래가 잦은 큰손들에게 금고의 필요성을 알리고 판매하기 위해서다.

영업직원 A씨는 “현금 선호도가 높은 50~60대의 중장년층이 주고객이지만, 최근에는 40~50대 주부들도 많이 구입한다"면서 “국내 제조업이 실적 부진에 허덕이고 있지만 금고 산업은 예외적으로 활황"이라고 말했다.

초저금리에 부진한 세계 경제도 호전되기 힘들 것이란 비관론이 거세지면서 거액 자산가들 사이에서 현금 보유 선호도가 치솟고 있다. 자산가들은 예전처럼 돈을 크게 불리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수중에 가진 돈을 안전하게 지키는 방법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박종화 SC은행 압구정PB센터장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마이너스 금리가 확산되는 등 최근 금융시장 환경이 혼란스럽다 보니 자산을 불리기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면서 “시장이 조금 안정되면 자산을 바로 현금화하겠다는 수요도 많다"고 말했다.

현금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금고 시장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국내 1위 금고업체인 선일금고의 지난해 매출액은 400억원에 달해 전년 대비 40% 증가했다.

◆ 신사임당 지폐는 품귀...10억 들어가는 금고 인기

전통적으로 부자들이 선호해 왔던 재산 보관 수단은 금괴(골드바)였다. 그러나 5만원짜리 신권이 나오면서 선호 대상은 현금으로 바뀌었다.

그러다보니 시중에 풀린 5만원권은 늘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한국은행은 매년 10조원 이상을 새로 찍어 내지만 가정에서 잠자고 있는 지폐가 많다 보니 시중에서 쉽게 찾기 힘들다.

발행액 대비 환수액을 나타내는 환수율을 살펴보면, 5만원권은 지난해 40%였다. 10장 풀면 4장만 회수됐다는 의미다. 반면 1만원권 회수율은 105%에 달한다. 1만원 지폐는 발행한 돈보다 은행으로 돌아오는 돈이 더 많은데, 5만원 지폐는 어디론가 스며 들어가 흔적을 감추는 셈이다.

금고업계에 따르면, 자산가들은 현금 다발 200개가 들어가는 150kg짜리 금고를 가장 선호한다. 5만원짜리 현금 다발로 꽉 채우면 약 10억원이 들어가는 크기다. 10억 이상의 거액을 보관하려면 1톤이 넘는 이른바 ‘초강력 금고’를 구입해야 한다.

금고업체 관계자는 “노후에 대비하거나 세금을 아끼기 위해 금고를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금고 판매도 특수를 누리고 있다"면서 “집안 인테리어용으로 금고를 놓아두려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자산 보관 목적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 아내 모르게, 아들 모르게… 은행 대여금고도 특수

현금 보유 욕구가 강해진 자산가들이 늘면서 은행 대여금고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IBK기업은행의 경우 지난 2011년 3만4000개였던 자체 대여금고 수가 지난해 말 4만개까지 늘었고, 신한은행의 대여금고 수는 지난 2013년 9만8000개에서 2015년 11만9000개로 2년 새 2만개 이상 늘었다.

은행 관계자는 “대여금고를 이용하려는 수요가 높다 보니 거래 실적에 따라 우선 배정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빈 자리가 없는 일부 지역에선 대기표를 받고 수개월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 대여금고는 여러 유형이 있지만 가장 작은 사이즈의 경우엔 5만원권 다발(500만원)이 약 60개 들어간다. 한 시중은행 지점장은 “노후가 걱정된다면서 아내 몰래 찾아와 대여금고에 현금 뭉치를 넣어두거나, 혹은 세금 회피 목적에서 조금씩 자산을 쪼개 현금화해서 돈을 넣어두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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