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 커피', 편의점 도시락 전성시대..장기 불황이 소비패턴 바꿨다

진중언 기자 2015. 12. 24.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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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內需) 침체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소비 패턴에도 변화가 뚜렷하다. 사회 전반에 ‘불황형 소비’가 확산하면서 디플레이션(deflation)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무조건 저렴한 상품을 찾는 경향 속에 ‘가격 파괴’ 상품이 대세로 떠올랐다. ‘1000원 커피’가 시장을 강타하고, 대형마트에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강조하기 위해 아예 브랜드 자체를 없앤 PB상품까지 등장했다. 점심값을 조금이라도 아끼려는 사람이 늘면서 편의점 도시락 매출은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너도나도 커피값 ‘거품 빼기’… 업체 난립에 경쟁과열

저가(低價) 소비 열풍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곳으로 커피전문점 시장이 꼽힌다. ‘커피값에 거품이 많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1000원대 커피’ 시장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뿐만 아니라 외식·패스트푸드 업체, 편의점까지 저가 커피 시장에 뛰어들면서 매장 수가 급증하는 추세이다. 단기간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업체마다 ‘생존전략’을 찾기에 분주해졌다. ‘저가 커피’를 아이템 삼아 소자본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 창업자도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운영하는 ‘빽다방’이 저가 커피 열풍에 불을 당겼다. 2013년 가맹점이 3개뿐이던 빽다방은 최근엔 330여개로 늘었다. 백종원 대표가 TV를 통해 얼굴이 알려지면서 빽다방의 인지도도 높아졌고, 1500원이라는 가격에 다른 커피 전문점보다 커피 양이 많다는 것이 입소문을 탔다.

빽다방의 인기에 ‘1000원대 가격, 빅(big) 사이즈 커피’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더착한커피’, ‘더바빈스’ ‘커피에 반하다’ 등이 아메리카노를 단돈 1000원에 판다. 최근엔 1000원 벽도 무너져 ‘고다방’은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이 900원이다.

최근에는 CU·GS25·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3사가 저가 커피시장의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다. 1000원대 저렴한 가격과 이미 전국적으로 수천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한 편의점업체 관계자는 “커피전문점 커피와 맛이나 향에서 전혀 뒤지지 않지만, 가격은 훨씬 저렴한 것이 알려지면서 20~30대 젊은 소비자들이 특히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상표 없앤 ‘노브랜드’ 제품 인기… 편의점 도시락 매출은 급성장

소비자들이 ‘가격’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자 대형 유통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PB(자체 브랜드) 상품을 강화하고 있다.

이마트가 올해 4월 내놓은 '노브랜드' 시리즈는 아예 브랜드를 없애고 가격과 품질을 강조하는 대표적인 '불황형' 상품이다. 뚜껑 없는 변기시트, 와이퍼, 건전지 등 9개 상품이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자 기저귀, 티슈, 패션상품군, 버터쿠키나 감자칩 등 식품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노브랜드 감자칩은 경쟁 제품 대비 반값으로 시장에 나온 이래 매출이 급성장해 원통형 감자칩 중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다.

불황의 그늘이 깊어가지만, 편의점 도시락 시장은 활황을 누리고 있다. 점심값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직장이니나 학생들이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 먹는 장면이 흔해 졌다. GS25의 올해 11월까지 도시락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3.9% 늘었고, 세븐일레븐도 89.4% 성장했다.

백화점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객들이 저렴한 상품만 찾으니까 백화점도 ‘떨이 판매’ 같은 대규모 할인행사를 벌이는 게 흔해졌다”며 “최근 유가 하락세도 심해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이나 일본형 장기침체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고정비 많이 드는 구조” 예비 창업자들 신중해야

창업으로 불황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특히 소규모 매장을 쓰는 저가 커피는 창업 시장의 ‘핫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기대한만큼 수익을 올리는게 만만치 않아보인다”며 예비 창업자들에게 신중한 접근을 당부하고 있다.

‘박리다매’ 전략인 저가 커피는 말 그대로 많이 팔기 위해 유동인구가 많은 A급 상권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곳은 매장이 작아도 임대료가 저렴하지 않다. 매일 수백잔의 커피를 팔아야 이윤이 남기 때문에 매장은 작아도 종업원을 여러명 써야하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 임대료·인건비 등 고정비용을 무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진입장벽이 낮아 경쟁업체가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한 커피업체 관계자는 “국내 커피시장에서 단순히 저렴한 가격만으로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며 “저가 커피 브랜드도 경쟁업체와 차별성을 강조하지 않으면 소비자에게 금세 외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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