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된 과일소주..쌓여가는 재고 어쩌나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과일소주(리큐르)가 냉장고 자리의 상당량을 차지하고 있는데 찾는 손님은 많이 줄었어요. 냉장고에 넣어두는 물량을 줄이고 싶어도 영업사원들하고 술 대주시는 분(지입차량 등 유통업자)들이 계속 진열해달라고 부탁하니 난감합니다."
이는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근처 한 삼겹살전문점 업주의 말이다.
최근 과일소주 열풍이 사그라들면서 육류 전문점과 각 주점들마다 재고가 쌓여가고 있다.
고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일반소주(16~17도)를 냉장보관할 자리가 부족해지고 있지만 이미 진열된 제품을 뺄 수는 없는 실정이다.
27일 A편의점에 따르면 지난 7월 국내 전체 소주매출 중 과일 소주가 차지하고 있던 비중은 약 26%였지만 8월부터는 매달 3~5%포인트씩 줄어들고 있다. 현재 판매비중은 약 15% 수준으로 알려졌다.
과일소주는 처음 등장한 3월부터 7월까지 재고 부족현상이 지속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8월부터 판매량이 줄어들면서 재고가 쌓여가고 있다.
최근에는 소주가 많이 팔리는 각 지역 프랜차이즈 주점과 젊은 층이 몰려있는 홍대입구역, 강남역 등에서도 과일소주보다 일반소주나 탄산소주를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
날로 재고가 쌓여가는 상황에서 각 소주 제조사들마다 앞다퉈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제살깎기식'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 3월 순하리 처음처럼(유자)이 출시된 이후 현재까지 총 19종에 달하는 과일소주(과즙 탄산 포함)가 출시됐으며 오는 26일에는 사과맛 과일소주가 출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주류 제조사 관계자는 "현재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과일소주는 자몽, 블루베리 등 3~4종류로 한정됐는데도 수도권 내 각 주점에 진열된 과일소주 종류는 10종류가 넘는다"고 말했다.
각 주점마다 과일소주 재고가 쌓여 일반소주를 진열할 공간이 부족해지고 있지만 점주들은 비중을 줄이지 못해 난감해하고 있다.
이는 각 지역 주류영업사원들과의 관계 등이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인데 통상적으로 주류회사 영업사원들은 주 1회 이상 거래처에 찾아가 상담을 하고 자신이 소속된 업체의 주류 진열을 부탁한다.
영업사원들 사이에서까지 과일소주 진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반소주를 진열 비중을 늘리고 싶어하는 점주들은 난감해졌다.
서울 광진구에서 젊은층을 주 타깃으로 영업하고 있는 한 점주는 "과일소주 재고가 생각보다 많이 쌓여있는데 치우지 못하고 있다"며 "냉장고 공간이 부족해서 더는 받지 못하겠다고 말하면 냉장고를 놔주기도 하는데 가게 규모가 크지 않아 이것조차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jd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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