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 논란 가공육' 소비자 불안 확산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가공육에 발암물질이 들어있다고 발표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27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마트 냉장 가공육 코너 앞에서 만난 소비자들은 한결같이 햄과 소시지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평일 오후인 탓에 마트 전체가 한산했으나 후랑크 소시지, 비엔나소시지, 김밥햄, 샌드위치 햄, 베이컨 등이 진열된 가공육 코너는 30분이 지나야 한두 명이 제품을 사갈 정도로 한가했다.
소비자들은 원래 햄과 소시지 같은 가공육에 대해 불신이 있었다면서 이번 WHO 뉴스를 보고 구입을 더욱 망설이게 됐다고 말했다.
주부 홍모(60·여)씨는 "발암물질 있다는 뉴스는 봤지만 원래 햄이 좋지 않다는건 다들 알고 있지 않나"며 "그래서 원래도 잘 먹지 않고 아이들이 해달라고 해도 잘 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홍씨는 "차라리 생고기를 사는게 낫다"고 덧붙이며 생돼지고기를 파는 매대로 이동했다.
진모(38)씨는 "어제 뉴스를 보고 '햄이 역시나 안 좋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나는 원래 잘 먹지 않지만 많이 먹는 사람들은 불안감을 느낄 것 같다"고 전했다.
김모(67·여)씨는 '1+1 행사'를 하는 소시지를 살까 말까 고민하다 다시 놓고 발길을 돌렸다.
김씨는 "우리는 아이가 먹을 게 아니라서 별 상관은 없을 것 같긴 하지만 어제 햄에 뭐 이상한 것이 들어있다는 뉴스가 나와서 가격이 매우 싼데도 사기가 꺼려진다"고 전했다.
딸이 햄 코너 앞에 멈춰 제품을 살펴보자 "그런 것 사지마"라고 말리는 어머니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WHO의 발표가 나온지 얼마 되지 않은 터라 아직 기사를 접하지 못한 소비자들도 있었다. 이 매장에서 기자가 본 가공육 구매자 3명은 모두 WHO 발표 뉴스를 못봤다고 말했다.
어린이 두명을 데리고 나와 비엔나소시지 한봉지를 구입한 주부 박모(32·여)씨는 "아이가 햄을 찾아 어쩔 수 없이 샀다"면서 "뉴스는 보지 못했지만 원래도 햄이 위험한 것은 어느 정도 알고 있고, 크게 위험하다면 먹이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비엔나소시지를 바구니에 넣은 40대 주부와, 베이컨을 카트에 담은 부부도 WHO의 발표에 대해서는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었다.
한편,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26일(현지시간) 소시지·햄·핫도그 등 가공육을 담배나 석면처럼 발암 위험성이 큰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붉은 고기의 섭취도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를 내려 소비자들의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내 가공육 업계는 "한국인의 가공육 섭취량이 많지 않아 이번 연구 결과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면서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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