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위스키, '접대여왕'의 눈물

김설아 기자 2015. 8. 10.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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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을 "부어라 마셔라"하던 시절. 고급 위스키는 접대문화의 대명사로 통했다. 어둠이 깃들면 삼삼오오 모인 기업인, 혹은 직장인들은 지하 룸살롱을 찾아 수십~수백만원에 달하는 위스키를 즐겼다. 그야말로 접대의 꽃이자 정점. 독한 위스키는 국내 지하 문화와 찰떡궁합을 이루면서 불티나게 팔렸다. 불황 속에서도 매년 30%가량 꾸준히 성장했다. 지난 2000년대 말까지만 해도 '황금알 시장'이라 일컬어지던 위스키가 걸어온 길이다.

/사진=뉴스1 박세연 기자

하지만 이제 위스키에 '봄날'은 없다. 몇년 새 술자리 문화가 바뀌면서 위스키가 누리던 호황은 '머나먼 옛날 얘기'가 돼버린 것. 웰빙 열풍은 독주 기피현상을 낳았고, 1차로 끝내는 회식문화가 확산됨과 동시에 접대문화를 지양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평일은 말할 것도 없고, 매출이 급증하던 연말에도 위스키를 찾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로 줄었다.

위스키업계 관계자는 "최근에 알려진 것과 같이 위스키업계는 많은 부침을 겪어왔다"며 "최근 4~5년 트렌드를 보면 연간 평균 8%씩 시장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15년 전만해도 한국 위스키시장은 연간 350만상자가 판매되는 큰 시장이었는데 지금은 200만상자도 채 안되는 시장으로 쪼그라들었다"며 "위스키가 프리미엄 대명사에서 트렌드를 읽지 못하는 폐쇄적인 술로 자리매김한 데 원인이 있다"고 꼬집었다.

◆ 속 쓰린 위스키업계…7년째 뒷걸음

실제 위스키시장은 지난 7년 동안 매년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왔다. 역대 최대 판매를 기록한 2008년(284만상자) 이후 감소세로 돌아선 뒤 2009년 -10.1%, 2010년 -1.4%, 2011년 -4.8%, 2012년 -11.6%, 2013년 -11.2%, 지난해에는 -5.4% 줄어들면서 연속 하락했다.

시장 파이만 작아진 것이 아니다. 20~30%대를 유지하던 위스키업체의 영업이익도 10% 안팎으로 내려앉았다.

주요 업체별 출고량도 급감했다. 주류산업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출고된 위스키는 총 178만7358상자(1상자/500mL18병). 이는 185만692상자가 출고된 2013년보다 3.4% 감소한 수치다.

위스키업계 1위인 디아지오코리아의 '윈저'는 전년 대비 출고량이 2.1% 줄어든 70만5000여상자를 기록했다. 2위인 페르노리카코리아도 마찬가지. 지난해 약 50만1000상자를 팔아 전년대비 실적이 13.5% 급감했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임페리얼', '발렌타인' 등을 취급한다. 롯데주류도 '스카치블루' 등의 판매 부진 탓에 출고량이 9.9% 감소했다.

반면 '골든블루'를 생산 판매하는 골든블루는 유일한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약 19만3000상자를 판매해 출고량이 전년(약 12만2600상자)보다 57.3% 증가하는 성과를 거둔 것.

차별화 전략은 '저도주'였다. 알코올 도수가 40도 이상인 다른 위스키들과 달리 36.5도의 낮은 도수를 내세워 시장을 장악해 나갔다. 특히 17년산 골든블루 다이아몬드는 현재 17년산시장에서 3위까지 뛰어 올랐다.

1분기 실적도 좋다. 6만1474상자를 출고하면서 디아지오코리아(15만7092상자), 페르노리카코리아(11만6113상자)에 이어 업계 3위에 등극했다.

/사진=머니투데이 DB

◆ 체면 접은 위스키, 너도나도 '저도주 따라하기'

골든블루의 독주가 이어지자 위스키업체들은 잇따라 낮은 도수의 신제품을 출시하며 회생 돌파구를 마련하고 나섰다.

먼저 디아지오코리아는 지난 3월 위스키 원액에 솔잎과 대추 추출물을 넣어 만든 35도짜리 저도주 '윈저 더블유 아이스'를 부산과 경남 지역에 선보였다. 해당 제품은 출시 2개월 만에 초도물량 1만상자(1상자=9L)를 완판시키면서 매출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초부터는 제주시장에도 진출했다.

같은달 롯데주류도 '주피터 마일드블루'를 주정드링크 형태로 새롭게 개편한 35도짜리 '주피터 마일드블루 17'을 출시했다.

이에 질세라 페르노리카코리아도 최근 '에끌라 바이 임페리얼'을 출시하면서 시장 경쟁에 가세했다. 타깃은 2030 여성에 맞췄다. 석류향이 풍기는 달콤한 맛부터 향수병을 연상케하는 패키지까지 모두 여성의 취향을 반영해 제작했다. 특히 기존 40도에서 31도로 도수를 파격적으로 낮추면서 '남성 중심의 위스키=독주'라는 이미지를 한꺼번에 날려버렸다.

물론 대형 위스키 업체의 저도주 출시가 불황 타개를 위한 일종의 '꼼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도수만 낮춘 '위스키'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디아지오코리아의 '윈저 더블유 아이스'와 롯데주류의 '주피터 마일드블루', 페르노리카코리아의 '에끌라 바이 임페리얼'은 모두 위스키가 아닌 기타주류에 속한다.

현행 주세법상 위스키라는 명칭을 얻기 위해서는 위스키 원액을 100% 사용하거나 40도 이상의 스코틀랜드 위스키여야 한다. 최근 출시된 3가지 제품은 모두 원액과 물을 제외한 첨가물이 들어갔기 때문에 위스키라 불리지 못하는 것이다. 100% 원액을 사용한 골든블루만 예외다. 위스키의 정통성을 살리기보다 매출 상승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저도주 열풍이 불면서 위스키 시장의 정통성을 지켜야 할지, 트렌드에 맞춰 정체된 시장의 돌파구를 마련할지에 대한 고민을 아직까지도 하고 있다"면서도 "확실한 것은 주류 문화가 소규모, 그 자체의 맛과 향을 즐기는 쪽으로 바뀌었고 저도 위스키의 인기는 날로 높아지고 있어 당분간 저도 경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

www.moneyweek.co.kr

) 제39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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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설아 기자 sasa708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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