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서구(西歐)·아프리카에 사는 백인·흑인 여자들에 비해 왜 동(東)아시아 여자들은 가슴이 작을까? 막연히 '인종(人種) 특성 때문일 것'이라고만 여겼을 의문을 어느 정도 해소해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브로드연구소(Broad Institute) 연구진은 두꺼운 모발, 발달한 땀샘, 작은 가슴, 치아 형태 등 동아시아인에게서 나타나는 특성이 3만5000여년 전의 유전자 변이(mutation)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과학저널 셀(Cell)에 발표했다고 뉴욕타임스가 14일 보도했다.

연구진은 'EDAR'이라는 유전자에 주목했다. 아프리카·유럽인들은 일반적인 형태(standard version)의 EDAR 유전자를 갖고 있지만, 동아시아인들의 EDAR 유전자 형태는 조금 다르다.

연구진은 쥐의 EDAR 유전자를 동아시아인과 같은 형태로 변형함으로써 EDAR 유전자의 역할을 확인해보기로 했다. EDAR 유전자는 포유류에게서만 발견된다. 그 결과 쥐는 자라면서 두꺼운 털이 나는 것을 확인했다. 또 쥐의 땀샘도 발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작된 EDAR 유전자를 가진 쥐의 가슴 조직도 일반 쥐보다 덜 발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쥐의 치아 구조는 인간과 달라 동아시아인 특유의 '치아 형태'를 설명하는 구체적 증거는 찾지 못했다.

연구진의 파르디스 사베티(Pardis C. Sabeti) 박사는 "동아시아인은 이제까지 추운 지역에서 열을 보존하기 위해 좁은 콧구멍(narrow nostrils)과 두터운 눈꺼풀(extra eyelid fat)을 가진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3만5000여년 전 덥고 습한 중국 중부 지역의 동아시아인들에게서 EDAR 변이가 일어나면서 현재의 상태가 됐다"고 말했다.

다른 견해도 있다. 미국 시애틀 워싱턴 대학의 조슈아 아키(Joshua Akey) 박사는 동아시안의 신체 특성을 성(性)선택으로 설명한다. 유럽인에게 금발(金髮)과 푸른 눈이 매력적으로 여겨지는 것처럼 동아시아인 사이에선 작은 가슴과 두꺼운 모발이 성적(性的) 매력으로 여겨지면서 이러한 특성을 가진 여성들이 더 많은 아이를 낳았을 것이라고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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