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이후 美쇠고기는 다 어디로 갔을까

정용인 기자 2012. 5. 5.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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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미국 다 다녀봤어요. 똑같은 최상급으로 봤을 때 키우는 비용이 한우에 비해 미국산이 반 이하로 쌉니다. 호주산은 맛이 한우나 미국산에 비해 싱겁습니다. 그런데 값은 20% 이상 비싸요. 결론은? 당연 품질 좋고 저렴한 미국산이지요."

한 고기뷔페 체인점 대표 임모씨(55)의 말이다. 임 대표의 말에 따르면 고기뷔페 중 미국산을 쓰지 않는 곳은 한 군데도 없다. 다만 이번 광우병 사태 때문에 점주의 요구나 소비자 반응을 봐서 그 중 일부는 호주산이나 뉴질랜드산으로 교체하고 있다. "사실 고기뷔페를 찾는 사람들은 미국산인지 여부를 가리지 않습니다. 마트 쪽은 이번 파동 후 현저하게 줄었다고 하는데, 5월이 가정의 달 아닙니까. 매출은 전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합니다. 어쨌든 빨리 이 상황이 종료되길 바랄 뿐이지요."

전국에 산재한 '고기구이 전문점' 중 미국산 쇠고기를 사용하는 업소가 얼마나 되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2008년 수입 재개 이후 미국산 쇠고기의 유통과정이나 경로에 대한 공식적인 정부 조사는 없다.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수입총량 통계에 나타난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의 총량은 10만7198톤. 2010년 총량 9만562톤보다 11% 정도 증가한 수치다. 최종선 한국수입육협회 회장은 "수입육협회는 다양한 나라들에서 수입하는 업체들의 모임일 뿐 개별회원사의 상거래나 영업행위에 대해 관여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수입한 미국산 쇠고기는 여러 음식점의 식재료, 식당 납품, 마트나 정육점 판매 등으로 유통될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산 수입 쇠고기의 광우병 검역이 강화되면서 30일 서울의 한 대형 마트 미국산 수입 쇠고기 판매 매장에 고객들의 발걸음이 뜸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기남 기자

美 광우병 소, 상이한 마트들 '대응'

이번 4번째 광우병 소 발생과 관련된 대형마트들의 태도는 다르다. 롯데마트와 계열업체인 굿모닝마트 등은 광우병 소 발견 소식이 전해진 4월 25일 판매를 중단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일단 검역을 마치고 들어온 상품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소비자의 우려가 제기되니 불안전성이라는 요소를 감안해서 판매를 중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확보된 물량은 냉장은 한 달가량, 냉동은 1년가량 보관이 가능하다.

같은 날 판매를 중단했던 홈플러스는 이날 오후 판매를 재개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내부회의 결과, 정부가 검역을 강화하고 관련 조사를 하겠다고 밝힌 만큼 무조건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 발표가 확실하게 나온 뒤 하는 것이 낫지 않느냐는 입장을 정했다"고 밝혔다. 반면 이마트 측은 계속 판매 입장을 밝혔다. 신세계 이마트 관계자는 "추가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지 입장을 정한 바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판매는 급감했다. 4월 25일부터 5월 1일까지 이마트가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산 쇠고기 판매는 전주 대비 55.4% 감소했다. 한우도 덩달아 7.5% 감소한 반면, 호주산 쇠고기 매출은 2.0% 늘어났다.

5월 1일 수입육협회는 성명을 내고 "정부의 원산지표시제와 수입쇠고기 유통이력제가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해 안심하고 구입해도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광우병 전문가들의 설명은 다르다. 박상표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정책국장은 "미국에서 개체별 이력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과거 발생한 세 번의 경우도 어떤 경로로 광우병에 감염되었는지 역학조사가 되지 않았다"며 "농림부가 74억원을 들여 만든 유통이력 시스템은 이미 미국에서 이력추적제가 실시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무용지물"이라고 말했다.

'안전성 논란'에 대해 문의하자 수입육협회에서는 한발 물러선 반응이다. 최종선 회장은 "우리가 광우병에 대한 전문가도 아니고 수입업체가 할 수 있는 것은 정부가 정해준 기준에 맞춰 수입하는 것일 뿐"이라며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결국 논란에 따른 피해는 우리가 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난 2008년 광우병 사태 이후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업체들이 다 도산했다"며 "나머지 업체의 경우도 차입으로 겨우겨우 꾸려온 상태에서 논란이 계속되는 것은 우리 보고 죽으라고 하는 소리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논란이 빨리 종식되길 바라는 것은 수입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불만은 정부로 향해 있다. 바로 자신의 회사가 부도났다가 기사회생했다는 업계 종사자 박모 과장은 "미국산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몇몇 업체를 제외하곤 대부분 다른 나라의 제품을 병행 수입하고 있다"며 "빨리 결정하지 못하고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정부가 보이면서 죽어나는 것은 수입업체들"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산 안전" 미육류수출협회의 숨은 노력

2008년 광우병사태 이후 미국산 쇠고기의 유통에서 '소리소문 없이' 노력을 하는 곳은 미국육류수출협회다. 미국육류수출협회가 발간하는 격월간 웹진에는 그동안 육류수출협회가 프로모션한 대형마트·고기구이전문점·프랜차이즈 등의 실적이 기록되어 있다. 이 웹진에서 미국산 쇠고기 전문 레스토랑으로 소개된 유명 외식업체에 연락했다. 업체 대표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이번 광우병 파동 이후 언론사들에서 문의전화가 많이 온다. 우리 매출실적 등에 대해 외부로 알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접촉한 일부 고기구이 전문 체인점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프랜차이즈로 운영하는 고기구이 전문점은 중소규모의 수입업체 운영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ㄴ미국산 쇠고기 구이 전문점의 사무실은 '○○축산'이다. 이 회사의 강모 이사는 거꾸로 기자에게 "광우병 논란이 어떻게 될 것 같냐"고 되물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치권 인사들은 언론이나 국민의 눈치를 본다. 수입이 중단된다면 일반 영세자영업자는 물론이고 우리 같은 도매업자도 타격을 입는다."

지난 4월 6일 강남 신사동의 한 스테이크 전문점에서는 '미국육류수출협회 비프블로거 발대식'이라는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요리전문 블로거들이 올린 글을 보면 미국 소의 사육과정 및 품질관리 과정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이 있었고, "사료통의 높이까지 과학적으로 맞출 만큼 철저한 품질관리가 있기 때문에 안전성에 대한 의심은 불식할 수 있었다"고 적고 있다. '30대 중반의 주부'라고만 밝혀달라는 한 블로거는 "행사가 있었을 때는 네 번째 광우병 소가 발견되기 이전"이라며 "사실 글을 두세 개 더 올려야 하는데, 사건 후 찜찜해 안 올리겠다고 미국육류수출협회 쪽에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써달라고 부탁을 받았거나 별도의 대가를 지불받지 않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우병 파동이 난 후 일부 사람들이 찾아와 욕설이 담긴 댓글을 달아 개인적으로 속상했다"고 말했다.

미국 쇠고기 유통 중단 문제에 대해 가장 강한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은 전국한우협회 쪽이다. 4월 27일 기자회견에서 한우협회는 "광우병이 발생한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즉각 중단해야 하며 현재 수입되어 있는 물량도 전부 회수 후 폐기 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회 유통관리부 박선빈 부장은 "한우는 생산에서부터 최종소비단계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개체별 식별번호가 부여되어 관리가 되고 있지만 미국 소는 생산단계가 아니라 수입단계에서 번호를 매겨서 관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광우병 위험에 사실상 무방비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부장은 "일부에서는 미국산 소의 위생 품질 관리가 영세한 규모로 소를 키우는 한국보다 더 낫다고 하는데, 비유하자면 미국은 공장에서 막 찍어내는 공산품이며 한우는 정성들여 키워낸 수제 명품이라고 할 수 있다"며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자꾸 강조를 하는데, 거꾸로 생각한다면 안전하지 않으니까 자꾸 안전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냐"고 덧붙였다.

<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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