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자동차 안팔려.." 15년만에 최악

2008. 10. 2.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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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9월 판매량 100만대 이하로 추락…"자연재해 수준"

일 도요타마저 32% 급감…은행들은 '오토론' 제한

고유가와 경기침체에서 비롯된 자동차 판매량 급감으로 상반기에만 수백억달러의 적자를 낸 미 자동차 업계가 월가발 금융위기가 겹치면서 아사 직전에 내몰리고 있다. 포드의 최고 판매분석가인 조지 피파스는 <에이피>(AP) 통신에 "이건 자연재해와 같다"고 말했다. 미 자동차 산업이 이런 '3중고'의 시련을 겪는 가운데, 지금껏 무풍지대처럼 보였던 일본 자동차업체들도 큰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지난 9월 한 달 동안 미국에서 판매된 자동차는 15년만에 처음으로 100만대 밑으로 떨어진, 96만5160대를 기록했다. 미 자동차 3사 가운데 포드의 판매량 감소폭이 34%로 가장 컸다. 크라이슬러의 판매량도 33%나 하락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판매율이 9% 하락했을 뿐, 소형·대형, 저가·고가 가릴 것 없이 거의 모든 차종의 판매량이 두 자릿수 하락했다. <뉴욕타임스>는 "위험한 상황에 처한 자동차 업계"란 제목의 기사에서, 컨설팅 회사인 그로호워스의 애널리스트 에릭 머클의 말을 빌어 "자동차 산업이 경기 후퇴기에 접어든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전했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판매량도 두 자릿수 하락폭을 보였다. 일본 최대 자동차 업체인 도요타의 미국 판매량은 32% 감소하면서, 1987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치솟는 기름값 때문에 대형차 대신 소형차로 갈아 타는 미국인들의 소비 양식 변화로 위기를 몰랐던 혼다와 닛산의 자동차 판매량도 전달 대비 각각 24%, 37% 줄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일 "자동차 산업의 가장 큰 충격은 그동안 미국 시장에서 가장 강한 '선수'로 널리 알려진 일본 자동차회사들의 판매량 급감"이라고 전했다.

금융위기의 여파로 경색된 신용시장은 자동차 산업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에이피> 통신은 "모기지(담보대출) 손실로 대출을 제한하기 시작한 은행들이 자동차 담보 대출(오토론)로 자동차를 사려는 고객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2007년 오토론 신청자의 83%가 대출을 받았지만, 올해들어서는 63%만이 대출을 받았다. 오토론의 금리도 1년 사이 3%포인트 오른 10%안팎이다. 신용경색은 자동차 회사들로 하여금 20%가 넘는 고금리를 물고도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지난 달 26일 미 의회가 미 자동차 3사에 에너지 효율을 높인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도록 25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한 게, 그나마 자동차 업계의 숨통을 틔워줄 전망이다.

지엠이 사원 판매가격으로 거의 모든 차종의 가격을 팍 낮추는 등 자동차 업계가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지만, 터널 속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전문가들은 "올 남은 기간 동안 상황은 더욱 나빠질 것"으로 전망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현대·기아차 현지판매도 '내리막길'

경기 하강에 따른 미국 자동차 판매 실적 하락에서 현대·기아차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2일 발표된 9월 미국 판매실적을 보면 현대차는 한달 동안 2만4765대를 팔아 지난해 9월(3만3214대)에 대비해 25%의 감소를 보였다. 기아차도 같은 기간 1만7383대를 판매해 28%나 줄었다.

차종별로 보면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가 3681대(지난해 7164대), 아제라(국내명 그랜저)가 483대(지난해 1423대), 투싼이 1294대(지난해 3693대), 스포티지가 1721대(지난해 4334대) 판매에 그쳐 하락세를 이끌었다. 이달부터 TV 광고를 시작하며 본격적인 마케팅에 들어갔던 제네시스는 1029대가 판매되는 데 그쳤다.

하지만 현대차 쪽은 판매 감소는 국내 공장 파업으로 인한 공급 차질 탓이라며 공급이 원활해지면 실적은 다시 좋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시장에서 국산 소형차의 인기는 여전히 좋아 미국 시장에서 주문만 받아놓고 판매하지 못하고 있는 '백오더'는 현재 엑센트(국내명 베르나)가 2만대, 엘란트라가 1만8천대에 이른다고 현대차는 밝혔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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