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대타협 한달..약속은 짓밟혔다

2009. 9. 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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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노조 만신창이 노조원 94명 휴업 명령..구속 노동자 무대책 경찰 5억 손배소 이어 사쪽도 100억대 소송

[한겨레]죽기를 각오하고 싸웠던 '옥쇄 파업' 77일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공장에는 생기가 돌았다. 그러나 노조와 노동자들은 깊은 생채기로 여전히 고통스러운 모습이었다.

지난달 6일 '노사 대타협'이 이뤄진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을 1개월 만인 지난 5일 다시 찾았다. 볼트가 날아다니고 불길이 치솟던 공장 안팎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말끔히 정리돼 있었다. 공장을 에워쌌던 경찰은 사라졌고, 취재진과 파업 노동자 가족들로 북새통을 이뤘던 주변 도로는 한산하기만 했다. 문을 닫았던 주변 식당들은 퇴근시간을 기다리며 손님맞이 준비가 한창이었다.

쌍용차 직원 김아무개(42)씨는 "요즘은 일하는 재미로 산다"며 "다시 찾은 직장을 지키기 위해 모두가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이번달부터 수출 2500대, 내수 2000대 등 월 4500대 정도의 차량 판매가 가능할 것"이라며 "수익은 월 150억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쌍용차는 오는 15일께 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공장은 활기차게 돌아가고 있지만, 노동자들의 상처는 그대로였다. 노조는 만신창이가 됐고 대타협 때의 약속은 공허했다. 회사 쪽은 대타협 이틀 만에 농성에 동참한 '비해고 노조원' 등 94명에 대해 '휴업' 명령을 내려 사실상 잘라냈다. 해고 노동자 최아무개(41)씨는 "아직도 사이렌 소리나 경찰 헬기 소리가 귓가에 맴돌아 잠을 깊이 들지 못한다"며 괴로워했다. 도장공장에서 농성을 벌였던 김아무개(35)씨도 "경찰버스만 봐도 가슴이 답답하고 선풍기 소리에도 잠을 설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 때문에 지난 5일 오전 11시 평택시청 대회의실에서는 최씨나 김씨 같은 노동자들을 위한 심리치료가 진행됐다.

'산 자'로 불리는 파업 참가 비해고 노조원들의 상황 역시 암울하다. 한아무개(38)씨는 "출근을 하자마자 직원들이 의자를 집어던지고 욕을 퍼부었다"며 "화장실 가는 것조차 눈치가 보일 지경인데, 일부 직원들은 우리를 '인민군 부역자'라고 수군거리기도 한다"며 답답해했다.

73명의 노동자가 구속된 만큼 수백명의 가족들도 발을 구르고 있다. 이들은 5일 오후 3시 평택시청에 모여 노조 집행부와 변호사 등을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어 속울음만 삼켜야 했다. 남편이 구속된 이아무개(37)씨는 "아이들은 자꾸만 아빠가 보고 싶다고 하고, 시아버지 제사도 돌아오는데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울먹였다. 모두가 답답한 현실 속에서 투쟁의 후유증을 겪고 있었다.

상처만 남은 노조를 이끌고 있는 박금석(48) 쌍용차 노조지부 직무대행은 "완전히 속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인력 구조조정안 등 실무협의를 이끌어야 할 노조 간부들은 공장 안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있고 회사는 '배 째라'라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5억여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경찰에 이어 회사 쪽도 100억원을 청구하는 등 노조를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일부 조합원들이 8일 민주노총 탈퇴를 위한 총회를 소집해놓은 상태다.

평택/김기성, 이형섭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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