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제보자 "같은 차 미국만 리콜"..현대차 "미국 부품만 문제였다"

류형열 선임기자 2016. 9.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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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리콜 은폐 전면 부인…“소음문제이지 안전문제 아니다”
ㆍ양측 진실공방 ‘팽팽’…미국 교통안전국 조사결과 주목

현대기아차가 결함을 알고도 리콜을 하지 않았다는 증언이 나온 가운데 22일 서울 헌릉로에서 현대기아차 사옥이 내려다보이고 있다.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현대기아차는 리콜을 은폐하거나 축소했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세부 사안별로 제보자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진실공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YF쏘나타 세타2 엔진 불량

제보자 김진수 부장이 제기한 첫 번째 의혹은 세타2 엔진의 콘로드 베어링 소착으로 인한 엔진소음 및 엔진손상 결함이다. 미국에서 리콜했으면 같은 엔진, 같은 부품을 쓰고 있는 한국산 엔진도 리콜을 해야 하는데 현대기아차가 리콜을 외면했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10월 현대차 미국형 쏘나타의 리콜 소식을 알리는 미국 언론 시티즌리포트의 관련 사진. 시티즌리포트 홈페이지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미국형 YF쏘나타의 불량률이 0.34%인 데 반해 국내 YF쏘나타 세타2 GDI 엔진의 불량률은 0.07%(전체 6033대 중 4대)로 낮았다”고 말했다. 앨라배마 공장의 청정도 관리 문제 때문에 일시적으로 발생한 사안으로 불량률의 차이를 보면 국내 공장과는 관계가 없다는 것이 확인된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김 부장은 “미국에서 불량률 추이를 보면 콘로드 베어링 도금 적용, 재질 변경, 오일 간극 증대 등을 적용했을 때 불량률이 상당히 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이는 공장 청정도 문제가 아니라 설계사양의 문제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클럭스프링 결함에 대한 기아 품질사업부의 대응방안. 기아 품질사업부는 3안인 리콜을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아직까지 리콜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세타 엔진의 콘로드 베어링 소착으로 인한 엔진소음 및 엔진손상 결함에 대해 “소음 문제지 안전 문제는 아니다”라고 해명해 혼선을 자초하기도 했다. 안전 문제가 아님에도 미국에서 리콜을 해준 것은 고객보호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의 리콜 담당기관인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제출된 현대차의 리콜 크로놀로지(Chronology·이력 보고서)를 보면 NHTSA는 “고속 주행 중에 시동이 꺼질 경우 위험한 상황을 야기할 수 있다”며 안전 문제가 아니라는 현대차 주장을 논박했다. 결국 현대차는 NHTSA의 주장을 수용, 리콜을 실시했다.

■쏘렌토 클럭스프링 불량

김 부장은 쏘렌토 등의 클럭스프링 불량에 의한 에어백 미전개 결함에 대해서도 현대기아차가 리콜을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부장이 근거로 제시한 것은 현대기아차가 내부적으로 실시한 에어백 전개 시뮬레이션 평가결과였다. 이 자료에 따르면 쏘렌토는 저항값이 16.5옴(Ω) 이상에서 44%(27개 중 12개), 프라이드는 14.2Ω 이상에서 100%(2개 중 2개), 아반떼는 20.2Ω에서 48%(25개 중 13개)가 미전개 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실무팀에선 안전 문제라고 판단, 쏘렌토 리콜을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하기도 했다고 김 부장은 주장했다.

그러나 기아차 관계자는 “김 부장이 제시한 자료는 1년 전 내부 시뮬레이션 테스트 결과”라며 “그 이후 실제로 1년에 걸쳐 시뮬레이션 테스트보다 더 가혹한 조건에서 실제 테스트를 하며 에어백을 터뜨렸는데 한 대의 예외도 없어 정상적으로 작동했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에서도 에어백 결함이 아니라고 인정해 종결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i30 에어백 작동 불량

현대차는 지난 4월 에어백 제어 유닛(ACU) 공진 문제로 에어백이 비정상적으로 전개되는 결함에 대해 아반떼 리콜을 실시했다.

주행 중 턱을 넘다가 충격으로 에어백이 갑자기 터지면 사고로 연결될 수도 있다. 하지만 같은 ACU를 장착하고 있는 FD(i30)는 리콜을 하지 않았다는 게 김 부장의 주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똑같은 조건으로 재현시험을 해봤지만 아반떼와 달리 i30는 재현을 못시켰다”면서 “동일한 ACU가 들어가 있지만 차체 구조가 상이해 충격량이 다르지 않나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반떼와 i30 ACU 센서 불량에 의한 자발전개 필드발생 현황 내부 자료를 보면 총 23건 중에 8대의 i30에서 에어백 자발전개가 발생한 걸로 나와 있다. i30는 문제가 없다는 주장과 상반되는 내용이다.

김필수 대림대(자동차학과) 교수는 “한두 대만 나와도 문제인데, 8대라는 건 상당한 문제점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는 의미”라며 “같은 부품, 같은 시스템이 들어가면 똑같이 리콜을 해줘야 한다는 게 상식”이라고 말했다.

이 문제가 처음 보고된 것은 2008년 12월 중국에서였다. 4년 뒤인 2012년 6월에 중국에서 아반떼만 리콜을 했다. 한국에선 지난 4월에서야 아반떼만 리콜을 했다. 처음 보고된 뒤 리콜까지 7년4개월여가 걸린 셈이다. i30는 아직까지도 리콜을 하지 않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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