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100만대 시대.."시장 선점하자" 獨 12억 유로 쏟아부어

박재원 기자 2016. 8. 4.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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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 에너지 신산업 전쟁], <3> 눈앞에 다가온 '전기차 빅뱅', 각국 '미래 먹거리' 친환경차 시장 사활건 경쟁, 한국은 주행거리·가격경쟁력 등 美·中에 뒤처져, 정부-기업 손잡고 투자확대 안하면 낙오 불보듯
현대자동차 연구원들이 지난 달 서울 여의도 ‘서울 마리나 클럽&요트’에서 열린 ‘아이오닉 일렉트릭’ 시승행사장에서 차량에 충전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

# 지난달 2일 독일 정부는 전기자동차 구매지원 프로그램을 최초로 가동했다. 본격적인 전기차 시장 확대를 위해 독일 정부가 쏟아붓는 금액만도 12억유로(약 1조5,000억원)에 달한다. 전기차 40만대, 충전기 1만5,000개를 늘릴 수 있는 금액이다. 정부 정책에 발맞춰 루퍼트 슈타들러 아우디 회장은 같은 달 19일 ‘스피드업’이라는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전기차 등 미래 먹거리를 위해 42억유로(약 5조2,000억원)를 투자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독일 언론은 “디젤 게이트로 어려움에 빠진 아우디가 기업 역사상 유례없는 최대의 변혁을 예고했다”고 평가했다.

# 올 상반기 전 세계에서 팔린 전기차 상위 10개 중 4개가 중국 자동차 업체가 만든 차종이다. 20위권까지 범위를 확대하면 ‘메이드바이차이나(Made by China)’의 비중은 더욱 늘어난다. 특히 중국 대표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는 지난해 6만대 이상을 팔았다. 테슬라(5만대)를 제치고 당당히 시장점유율 1위(11%)에 등극했다. 중국 정부는 이미 7년 전 전기차 육성정책을 수립해 체계적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그 결과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30%에 달하는 점유율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눈앞으로 성큼 다가온 전기차 시대를 맞아 각국 정부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폭스바겐의 디젤차 배기가스 조작 파문으로 친환경차 시장이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확대되면서 시장 선점을 위해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시장조사 업체 IHS에 따르면 내년 전기차 시장 규모는 연간 100만대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지난 3월 선보인 전기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최근 유럽에서 1회 충전 주행거리 280㎞를 공인받았다. 앞서 출시된 BMW ‘i3’나 닛산 ‘리프’의 주행거리(200㎞)를 뛰어넘은 수치다. 경쟁사에 비해 전기차 개발 역사가 짧은 점을 감안하면 비약적인 기술발전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나 중국 업체들에 비하면 부족한 측면이 적지 않다. 테슬라의 전략차종인 ‘모델S’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트림에 따라 375~509㎞에 달한다. 아이오닉과 비슷한 주행거리를 확보한 중국 업체들은 가격 면에서 더 뛰어난 경쟁력을 갖췄다. 정부와 국내 업체들이 전기차 시장을 키우기 위해 추격전략을 쓰고 있지만 마음이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연간 자동차 산업 투자 규모는 6조원으로 독일의 15%, 일본의 24%에 불과하다”며 “특히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전기차로 바뀌고 있는데도 기업들이 과감한 투자에 주저해 경쟁에서 밀려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전기차는 예상보다 빠르게 내연기관차를 대체할 차량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와 민간기업들의 협업이 강조되는 이유다. 우리 정부는 하반기 중 한국전력의 투자로 서울·제주 등 도심 150개소에 총 300기의 급속충전기를 설치할 계획이다. 전국 아파트단지를 대상으로 연내 충전기 3만기도 보급한다. 제주도에 한해 시행 중인 충전 기본요금 50% 감면혜택도 전국으로 확대한다. 아울러 이달 중 위험물안전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주유소 내 전기차 충전기 설치를 허용할 계획이다.

전기차 산업이 정체기에 들어선 국내 제조업을 살릴 수 있는 대표적인 미래 먹거리다. 실제 자동차부품·철강·전자장비(電裝) 등 자동차 관련 전 산업에 파급효과가 크다. 현대차도 올해를 전기차 대중화의 원년으로 삼고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동안 수소연료전지차 위주로 친환경차 전략을 꾸려온 현대차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후발주자다. 스마트폰 분야에서 애플의 독주를 막기 위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이 힘겨운 추격을 벌인 점을 감안하면 보다 과감한 투자가 이뤄져야만 몰락한 노키아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차 시장에 대한 관심은 업종 간 장벽도 무너뜨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중국 BYD에 지분투자를 한 것이 대표적이다. 세계 1위 스마트폰·전기차 업체 간 협력 강화가 향후 전기차 시장의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업계의 관심이 크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 정부와 업체들은 전기차 분야에서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패스트팔로어)’”라며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는 ‘퍼스트무버(first mover)’로 올라서려면 지금이라도 정부와 업체가 힘을 합쳐 투자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재원기자 wonderfu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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