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엿보기]도요타는 왜 수소연료전지차 특허를 개방했을까

2015. 1. 1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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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까지 5680건 전격 공개.. 경쟁사 실익 낮아
친환경 선도 이미지 선점 위한 마케팅 차원 분석도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자동차가 주인공이 된 2015 국제전자제품 박람회(CES). 그중에서도 가장 이슈가 된 것은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인 일본 도요타의 수소연료전지자동차 특허 전격 무료 공개였다. 2020년까지란 단서가 달리긴 했지만 무려 5680건이다. 도요타는 왜 공개를 선택했을까.

표면상 이유는 친환경, 미래 자동차에 대한 도요타와 일본 정부의 강한 의지다. 일본 정부는 2020년까지 수소연료전지차가 전체 신차 등록 대수의 3%를 차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려면 도요타뿐 아니라 다른 모든 회사가 수소연료전지차에 관심을 두고 실제로 여기에 뛰어들어야 한다.

도요타 수소연료전지차 미라이(Mirai)
도요타 수소연료전지차 미라이(Mirai) 파워트레인 모습

그러나 일부 업계 전문가는 도요타에게 숨겨진 이유가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사실 수소연료전지차는 특허 때문에 막힌 게 아니다.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 대부분은 비슷한 수준의 기술을 갖고 있다. 후발주자 격인 현대·기아차도 마찬가지다. 시장 선도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뺏긴 경쟁사는 오히려 한 발 먹은 셈이다.

더욱이 도요타의 특허 공개에 실질적인 이득을 보는 곳은 없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하이브리드차는 오는 2020년 지금의 두 배가 넘는 395만대까지 늘어나는 반면 수소연료전지차는 2020년에도 채 1만 대가 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도요타가 이를 공개한 것은 보이지 않는 효과를 기대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어차피 큰 실익이 없다면 더 좋은 이미지를 가져가자는 마케팅적인 판단 아니냐는 것이다. 마케팅 능력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라 더 그렇다.

전례가 있다. 지난해 6월 200개 전후의 특허를 공개한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다.

테슬라의 전기차와 이를 위한 배터리 기술은 사실 모든 자동차 회사가 못해서 안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이란 게 중론이다. 현 테슬라는 사실 미 정부와 투자자, 대중의 지지 없인 수익을 낼 수 없는 신기루 같은 존재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차에 따르면 대중 전기차의 성능을 좌우할 배터리 기술 특허는 오히려 한국과 일본 기업이 전체의 3분의 2를 갖고 있다. 테슬라는 기술 공개를 통해 이들에게 기술을 개방하라는 무언의 압박을 가했다. 또 ‘우리가 친환경차를 선도한다’는 이미지를 대중에 각인시켰다.

도요타의 특허 공개도 이와 비슷하다는 게 일부 업계 전문가의 주장이다.

지난해 12월 중순 판매를 시작한 도요타의 수소연료전지차 ‘미라이’는 한 달 새 일본 내 1500건이 넘게 계약됐다. 개인 비중도 전체 계약의 40%로 적지 않다. 도요타가 이를 통해 큰 수익을 내는 건 어렵지만 최소한 가능성을 엿볼 순 있다.

사실 도요타가 정녕 지구와 환경을 위했다면 하이브리드 특허를 개방해야 한다. 도요타를 뺀 다른 자동차 회사는 도요타의 특허에 막혀 하이브리드 개발이 늦어졌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도요타는 하이브리드차 기술에 대해선 포드, BMW 등과 개별 협약을 맺을 뿐 전면 공개할 계획은 없다.

도요타는 그리고 미래 친환경차 전략의 중심에 여전히 하이브리드차와 그 상위라고 할 수 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를 두고 있다.

친환경차의 시대라고 한다. 그러나 아직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전기차가 미래 친환경차의 중심이 되리란 보장도 없다. 각국 정부, 자동차 회사들의 치열한 수 싸움이 벌어질 뿐이다. 도요타가 절묘한 한 수를 뒀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좀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혼다 수소연료전지차 FCX 클래러티
현대 투싼 수소연료전지차 파워트레인 모습

김형욱 (ne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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