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구안 협상 잘되고 있다"..한진해운, 법정관리 직전 보낸 편지 '논란'

정원석 기자 2016. 9. 9.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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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전 한진해운 회장)이 9일 국회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청문회에서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신청 직전까지 고객들에게 화물을 선적하도록 유도하는 등 구조조정에 비협조적이었다는 정부측 주장을 뒷받침하는 문건을 공개해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전 한진해운 회장)이 9일 국회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청문회에서 언급한 한진해운의 문건. 지난달 22일 ‘오무균 컨테이너 영업본부장’ 명의로 고객들에게 발송됐다고 적혀 있다. /사진= 박정엽 기자

이날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최은영 회장은 새누리당 추경호 의원이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직전에도 화주들의 화물을 선적한 것에 대해 전임 경영자로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의하자 “한진해운으로부터 받은 편지가 있다”고 질문하자 이 문건을 공개했다.

최 회장은 문건 내용을 읽으면서 “(편지 내용은) 모든 것이 잘 해결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회사를 믿고 짐을 실어달라는 것이었다”며 “저희 물류회사도 1600개 박스가 한진해운에 있다. 짐을 원하시는 시간에 안전하게 배달하기 위해 전 직원이 매달려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도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가리라 예상 못해 당황스럽고 놀랐다”며 “편지를 보내고 나서 법정관리에 갔다고 해서 의아했다”고 덧붙였다.

본인이 최대 주주로 있는 유수홀딩스의 물류전문 자회사인 유수로지틱스도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를 예측하지 못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게 최 회장의 주장이다.

조선비즈가 촬영한 사진에 따르면, 이 문건은 지난달 22일 ‘오무균 컨테이너 영업본부장’ 명의로 고객들에게 발송됐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일(9월1일)보다 열흘 가량 먼저 발송된 것이다. 당시는 한진해운과 채권관이 자구계획안을 둘러싸고 협상을 할 때다.

한진해운은 이 문건에서 “당사는 경영정상화 조건들 대부분을 계획대로 진행 중에 있으며 자구안 역시 자율협약 기간이 종료되는 9월 4일 이전 제출을 위해 채권단과 조율 중에 있다”고 회사 사정을 설명했다.

이어 “사채권자 집회, 해외 선주와의 최종 조정 계약 등을 고려하여 자구안에 담길 내용과 제출시기에 대해 금주 내 입장이 정리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9월2일 예정된 사채권자 집회에서도 무리 없이 사채 재조정에 대해 가결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구조조정의 핵심 쟁점이었던 용선료 협상에 대해서도 한진해운은 “해외 선주와의 협상은 대부분의 선주와 협상 타결이 임박한 상황이며 한진그룹의 자구안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만족할 만한 결론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한진해운은 채권단과의 협상에 대해서도 “한진그룹에서는 채권단과 그룹의 자구안에 대해 가능한 모든 방안을 대상으로 협의 중에 있다”면서 “조만간 좋은 결론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문건은 자구계획에 대해 시각차이로 채권단과 벼랑 끝 협상을 하는 와중에서 고객들에게 발송됐다는 측면에서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화주들이 한진해운의 정확한 상황을 판단하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법정관리 신청 등이 논의됐던 시점에서 화물을 선적한 화물주들은 현재 한진해운 선박이 압류되거나, 정상적인 하역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몰려 납기를 지키지 못하는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이 문건에 대해 추경호 새누리당 의원은 “이 문건은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앞두고 있으면서도 고객들을 기만하고 화물을 선적함으로써 구조조정에 협조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증거”라면서 “청문회 위원들에 제출해서 전문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래는 문건 전문.

한진해운 고객 여러분께

우선 세계 경기 불황에 따른 수요 감소, 과다한 선박 공급 및 경쟁 심화로 인한 해운 경기 불황 속에서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한진해운에 지속적인 성원을 보내주시는 고객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된 한진해운 자구안 제출 여부에 대해서 알려 드리고자 합니다.
당사는 경영정상화 조건들 대부분을 계획대로 진행 중에 있으며 자구안 역시 자율협약 기간이 종료되는 9월 4일 이전 제출을 위해 채권단과 조율 중에 있습니다. 사채권자 집회, 해외 선주와의 최종 조정 계약 등을 고려하여 자구안에 담길 내용과 제출시기에 대해 금주 내 입장이 정리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해외 선주와의 협상은 대부분의 선주와 협상 타결이 임박한 상황이며 한진그룹의 자구안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만족할 만한 결론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외에 9월2일 예정된 사채권자 집회에서도 무리 없이 사채 재조정에 대해 가결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진그룹에서는 채권단과 그룹의 자구안에 대해 가능한 모든 방안을 대상으로 협의 중에 있습니다. 채권단에서도 기존에 제시한 종전의 재무 재조정안에서 출자 전환 비율 추가 조정을 검토 하는 등 조만간 좋은 결론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진해운은 자율협약 기간 중 불거진 시장의 의혹에서 벗어나 하루 빨리 정부의 협조 하에 진행되는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건강한 회사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2016년 8월 22일
주식회사 한진해운
컨테이너 영업본부장 오무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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