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살 땐 웃돈, 팔 땐 헐값.. 롯데쇼핑 의혹의 내부거래

이경원 노용택 황인호 기자 2016. 6. 14.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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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거래 때마다 반복 행태
롯데그룹에 대한 전방위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1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 34층에 위치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집무실(붉은 원)이 커튼으로 가려져 있다. 구성찬 기자

신격호(94) 총괄회장의 해외 특수목적법인(SPC)인 로베스트로부터 시세의 2배를 넘는 가격에 주식을 대거 매입한 롯데쇼핑은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내부거래 과정에서 손해를 보는 단골손님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은 롯데 계열사들의 자산을 취득할 때에는 웃돈을 주고, 거꾸로 처분할 때에는 헐값에 넘기기를 반복하는 모습이었다. 서울중앙지검은 부정한 자금이 정책본부를 통해 그룹 고위층이나 오너, 대주주들에게 귀속됐는지 살피고 있다.

13일 검찰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2014년 12월 롯데카드에 292억400만원을 지불하고 롯데카드 주식 93만9232주를 사들였다. 취득 단가는 주당 3만1093원으로 기록됐다. 대규모 지분을 장외에서 취득한 목적은 ‘투자’로 금융 당국에 보고됐지만 애초부터 좋은 투자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 내부에서 평가된 롯데카드의 주가보다 훨씬 큰돈을 들여 매입했기 때문이다.

롯데 계열사인 부산롯데호텔은 2014년 12월 31일 보유하고 있는 매도 가능한 롯데카드의 주당 가치를 2만1079원으로 금융 당국에 신고했다. 롯데쇼핑이 3만1093원에 사들인 지 불과 12일 뒤에 1만원 이상 하락한 금액이 신고된 셈이었다. 당시 부산롯데호텔은 롯데카드의 장부가격에 대해 “외부 평가기관의 평가를 받은 공정가치를 장부가치로 계상했다”고 밝혔다.

롯데쇼핑은 그에 앞선 2014년 7월 22일에는 주당 37만8016원으로 롯데칠성음료와 롯데건설로부터 롯데상사 주식 7만여주를 사들였다. 하지만 불과 20여일 전인 2014년 6월 30일 롯데쇼핑 스스로 금융 당국에 알린 롯데상사 주식의 적정 장부가격은 37만1057원이었다.

여기에 2010년 5월 로베스트로부터 비싸게 롯데물산 주식을 사들인 당시에는 140억원 안팎의 웃돈을 지불한 것으로 계산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롯데쇼핑이 적정 가격보다 비싸게 주식을 사들이며 입은 손해는 2010년 이후 24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금액은 스위스 페이퍼컴퍼니를 포함해 롯데 계열사들로 다양하게 분산됐다.

롯데쇼핑은 반대로 자산을 팔 때에는 그룹 내부의 평가액보다 싸게 처분했다. 롯데쇼핑이 호텔롯데에 롯데알미늄 보유 주식 12만5016주를 전량 매각한 지난해 10월 27일의 처분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롯데쇼핑은 투자재원 및 운영자금 확보 목적이라며 주당 67만1907원의 가격에 따라 주식을 장외 매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보다 불과 20여일 전인 지난해 9월 30일 롯데쇼핑이 평가받은 롯데알미늄 자산의 가치는 주당 69만5303원이었다. 주가를 무려 2만3000원 넘게 깎아서 최대주주에게 넘긴 거래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당연히 헐값 매각 논란이 일었다. 롯데알미늄의 순자산가치를 고려하면 롯데쇼핑이 입은 손실이 사실상 수백억원대에 달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러한 내부거래들은 주로 시장성이 없는 비상장 주식들을 두고 장외에서 벌어졌다. 금융 당국과 한국거래소의 감독을 받는 상장사들의 주식을 사고파는 과정에서는 웃돈이나 헐값을 의심할 만한 사례가 발견되지 않았다. 2013년 6월에는 롯데쇼핑이 상호출자 해소를 위해 신동빈(61) 회장과 대홍기획, 롯데제과 등에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 주식 1717억여원어치를 매각한 일이 있었다. 이때의 처분 단가는 주식시장의 종가와 동일했다.

이경원 노용택 황인호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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