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부 추진 '외국계 스타트업 대회' 혈세 퍼주기 논란

2016. 5. 27.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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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항공권 공짜로 주고, 매달 500만원 생활비까지..미래부 "다국적 스타트업 양성".. 외국인 누구나 참가할수 있게 해창업 안해도 되고 지원절차 단순업계 "함량미달 벤처에 낭비 우려"
[동아일보]
미래창조과학부가 해외에 배포한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 영문 홍보자료로 각종 혜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래부 제공
‘왕복 항공권 제공, 공짜 사무실 제공, 생활비 제공, 수억 원대 상금 제공…. 참가 조건은 외국인이기만 하면 됩니다.’

12월 본대회 개최를 목표로 정부가 추진 중인 외국계 스타트업 경진대회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가 “과도한 지원에 비해 운영이 허술하다”는 비판을 받으며 스타트업계 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대회를 통해 다국적 스타트업을 양성한다는 게 정부의 취지이지만 업계에선 “검증도 안 된 해외 스타트업을 국민 세금으로 초청하는 행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는 미래창조과학부가 기획해 100% 정부 예산으로 진행하는 행사다. 해외 스타트업들을 한국에 초청해 경진대회를 벌이는 것인데 지원이 파격적이다. 미래부가 해외만을 대상으로 배포한 영문 보도자료 등에 따르면 △서류심사를 통해 80개 팀을 추린 뒤 모든 팀에 왕복항공권 1장씩 제공 △한국에 와 발표를 하고 40개 팀 안에 들면 팀당 왕복항공권 최대 3장씩 제공, 3개월간 무료 사무실 제공, 매달 500만 원 생활비 제공, 일대일 멘토링 제공 △20개 팀에 뽑히면 팀당 상금 4000만 원씩 제공 △12월 최종 대회에서 4등 안에 들면 추가로 최대 1억2000만 원 제공 등의 특전이 있다.

지원 문턱은 매우 낮다. 팀 대표가 외국인이기만 하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는데 심지어 창업을 하지 않은 채 아이디어만 가진 개인도 지원할 수 있다. 복잡한 서류 제출도 없다.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 홈페이지에 접속해 온라인 지원서만 작성하면 된다. 이 대회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는 ‘잃을 건 하나도 없고 얻는 건 많다. 어서 지원하라’, ‘지원팀 대표가 한국인만 아니면 된다’, ‘창업을 안 했으면 회사 이름은 비워두고 지원하면 된다’ 등과 같은 운영진 댓글이 달려있다.

미래부는 국내외 스타트업의 교류와 협업을 유도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미래부는 “벤처 생태계 전문가들의 요청에 따라 시작된 사업”이라며 “해외 인재와 아이디어를 국내로 끌어들인다는 점에서 국내 스타트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이나 프랑스, 칠레에도 비슷한 행사들이 있다”며 “다른 나라보다 혜택이 큰 건 사실이지만 스타트업 유치 경쟁에서 이기려면 이 정도 지원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내 스타트업계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스타트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이나 프랑스는 민간 자본이나 지방자치단체 자본으로 행사를 운영하지 정부 돈으로 이 정도 지원을 하는 건 유례없는 일”이라며 “한국 스타트업계의 매력을 키워서 해외 인력을 유치해야지 돈만 내세워서 되겠느냐”고 꼬집었다. 국내 유망 스타트업 A사 대표는 “정말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진지하게 사업을 고민하는 사람이 금전적 혜택만 보고 시간을 내 한국에 올지 의문”이라며 “오히려 잃을 게 없는 사람들이 지원하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스타트업 관계자는 “대통령의 창조경제 정책에 발맞추다 나온 정부의 무리수”라고 평가했다.

미래부는 지난달 5일부터 지원서를 접수하고 있다. 현재 1차 선발대상의 1.5배수가 지원한 상황으로 접수는 다음 달 14일 마감된다. 미래부는 “설령 기대 이하의 스타트업이 오더라도 정부의 약속인 만큼 혜택은 제공할 것”이라며 “하지만 그런 스타트업이 많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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