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철강 거점도시의 '위기'>'찬바람 부는 거제' 6월 2만명 실직 임박.. 불안 극대화
(上) 찬바람 부는 거제
일감 ‘뚝’… 구조조정 불가피
1~3월 임금체불 1193건 달해
원룸 공실률 8%… 빈방 급증
투자했던 근로자들 대출 문의
“거제지역 조선소에서 일하는 임시직(물량팀) 근로자 중 1만 명 넘게 일자리를 잃게 될 것 같습니다. 최근에도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의 구직청탁 전화가 이어지고 있어요.”
지난 8일 경남 거제시 고현동에서 만난 A(36) 씨는 “해양플랜트사업 부실로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입지한 거제지역의 고용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A 씨는 팀원 15명을 데리고 대우조선해양의 협력업체를 돌아다니며 일감을 처리해 주는 물량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14년 경력의 A 씨는 “대우조선해양에서 해양플랜트 공사를 했는데 일감이 없어 현재 삼성중공업 물량을 따내기 위해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며 “해양플랜트사업은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는데 대우조선 등 대형조선소에서 일감이 크게 줄어 물량팀으로 활동하는 많은 사람이 실직 위기”라고 말했다.
30명을 이끌고 있는 또 다른 물량팀장인 B(45) 씨는 “지금 하고 있는 공사가 마무리되면 다른 공사로 이어져야 하는데 없어 오는 6월부터 실력이 없는 물량팀은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며 “우선 6~8월을 어떻게 버텨 내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양대 조선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현재 대우조선해양 근로자 수는 4만4100여 명(협력업체 포함), 삼성중공업은 3만6600여 명이다. 두 조선소는 2013년 이전에는 사별 근로자 수가 3만 명 수준이었지만, 1개 프로젝트당 2조 원이 넘는 해양플랜트사업 수주가 이어지면서 물량팀 등 비정규직 인원과 협력업체에서 6000~1만 명씩 늘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유가 하락 등에 따른 조선 경기 악화와 대형 해양플랜트사업 손실, 대형 프로젝트 인도 및 마무리 국면으로 오는 6월부터 작업량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어서 공사에 투입됐던 물량팀 등 비정규직과 협력업체 직원 등 2만 명 정도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 거제지역 조선업체들의 어려움은 임금체불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고용노동부 통영지청에 접수된 거제지역의 올해 1~3월 임금체불 건수는 119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48건)에 비해 26% 증가했다. 고용부 통영지청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조선 경기가 악화하면서 임금체불로 사업주가 사법 처리되는 등 고용 상황이 계속 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양플랜트 공사를 위해 유입된 인력을 수용하기 위해 거제지역에 우후죽순 지어진 원룸(다가구주택)도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찾지 못할까 걱정하고 있다. 한 부동산 업체 관계자는 “원룸이 한 집당 1~2곳은 비어 있어 주인들이 금액을 낮춰 세를 내놓고 있다”며 “빚을 내 원룸을 지은 사람들은 집을 내놔도 거래가 안 되니 걱정이 많고 건물을 지으려던 사람들은 보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제시는 원룸 3356동 중 공실률이 8%대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10개 중 1개 정도는 비어 있고 일자리를 찾지 못한 근로자들이 빠져나가면 빈방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다. 이 때문에 원룸에 투자했던 근로자들의 대출 문의도 노조에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양대 조선소 노조는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에 거제시를 고용위기지역으로 선정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거제지역에서만 40개가 넘는 조선 관련 중소기업이 폐업했고 올해 3월까지도 수십 개 업체가 문을 닫았다”며 “특히 6월부터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는 해양프로젝트 일감이 급격하게 감소해 물량팀을 포함한 사내 하청 노동자들의 대량해고 사태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거제=박영수 기자 buntl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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