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를 말하다]⑨ 20대 여성 쇼핑, 백화점 지고 면세점이 뜬다

박정엽 기자 2015. 7. 10.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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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쇼핑과 해외여행 열풍, 강남권 미용 병원의 인기. 이들은 모두 20대 후반 직장 여성들의 막강한 구매력에서 비롯됐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조선비즈가 국내 최대 카드업체인 신한카드의 20대 카드 사용실적을 분석해 나온 결과다. 20대 여성들은 일본 대만 홍콩 등 가까운 나라로 해외여행을 많이 갔고, 그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면세점에서 쇼핑을 많이 했다. 외모를 가꾸기 위해 미용과 피부에 쓰는 비용도 상당했다.

◆ "면세점이 좋아서 해외에 나가요"

20대 여성 직장인에게 면세점 열풍이 거세다. 직장생활 3년차 김슬기(28·여·가명)씨는 "면세점이 좋아서 해외에 나가는 친구들도 있다"라고 전한다.

김 씨는 "여행갈 때는 가까운 데 가거나 저가항공을 타면서 면세점에서 돈 폭탄을 푼다"고 말했다. 또 "어떤 친구는 여행지에서는 돈을 많이 안 쓰는데 면세점에 가려고 카드한도를 늘리더라. 면세점이 자기에게 너무 큰 즐거움이라고도 한다"고 덧붙였다.

개인사업을 하는 한건우(27·남·가명) 씨도 "여자 친구들은 면세점에 정말 많이 간다. '이 친구들이 이렇게 돈이 많았나'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같은 추세는 조선비즈가 신한카드에게 요청해 받은 서울 25개 자치구별 20대 대상 매출액 상위 10개 업종 현황(2014년 기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호텔롯데, 호텔신라등 대형 면세점을 갖고 있는 중구 소재 '특급호텔' 업종은 2014년 2분기까지 전체 매출액 합계 4위였지만 4분기에는 1위로 뛰어올랐다.

◆ 면세점 포함된 중구의 '특급호텔' 매출, 통신-교통 업종도 제쳐

서울 시내 카드 사용처를 분석한 결과, 2014년 한 해 동안 20대 대상 매출액 합계 1위를 기록한 업종은 용산구의 '보훈매장'(3513억원)이다. 전국의 군인들 숫자를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다. 뒤를 이어 SK텔레콤, T머니 등이 위치한 중구의 '통신요금(이동·시내전화)'(3219억원)과 '교통(지하철, 버스)'(3095억원)이 각각 연간 매출액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중구의 '특급호텔' 업종(3113억원)은 4위였다.

그러나 분기별로 들여다 보면 '특급호텔'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지난해 2분기까지 4위를 유지하던 중구 '특급호텔'은 3분기 들어 85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중구의 '통신요금', '교통'을 제치고 2위로 올라가더니 4분기에는 950억원의 매출을 올려 용산구 '보훈매장'마저 누르고 전체 1위를 차지했다.

물론 특급호텔 객실을 이용하는 20대가 늘어나긴 했다. 김슬기 씨는 "여자친구들끼리 우정여행을 위해 계를 들고 생일이나 특별한 날에 1년에 한두번 정도 특급호텔에 간다"며 "좋아하는 친구는 다녀와서 SNS에 사진을 자주 올린다"고 전했다. 그러나 중구에 소재한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20~30대 젊은 층의 숙식 패키지 이용이 늘어난 것은 맞지만 메가트렌드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결국 면세점의 매출 증대가 특급호텔 매출 증가의 핵심 요인이란 얘기다.

◆ 백화점 매출도 압도

이같은 20대의 면세점 사랑은 백화점과 비교하면 더욱 분명하다. '백화점' 업종의 경우 서울 전역에서 지난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매출액은 답보하거나 감소하다가 4분기에야 반전에 성공했다. 그러나 중구의 '특급호텔' 업종은 매 분기 100억원 이상 매출이 증가했다.

지난해 서울시내 25개 자치구중 주요 15개 자치구(강동구, 강북구, 강서구, 광진구, 구로구, 노원구, 동대문구, 서대문구, 서초구, 성북구, 송파구, 양천구, 영등포구, 용산구, 중구)의 백화점 매출을 다 합쳐도 중구 '특급호텔'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백화점의 시대가 가고 면세점의 시대가 온 셈이다.

면세점을 즐겨 찾는 김슬기 씨는 "면세점에서 틴트, 립스틱, 립글로즈, 팩트, 수분크림 같은 화장품을 주로 산다"며 "연예인이 쓴다거나 해서 어떤 제품이 뜨면 그걸 한 번씩은 써본다. 그런 것들을 그냥 사면 비싸지만 면세점은 싸니까 몇 개씩 사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씨는 이어 "내 친구 아기 엄마들은 신발이나 모자 중에 예쁜 것이나 좋은 브랜드가 있으면 가족들 것을 다 사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대학원생 유수연(26·여·가명) 씨는 "직장인들은 면세점에 가서 가방같이 비싼 것도 사오지만 학생들은 돈이 없으니 사봤자 화장품"이라며 "여행 갔다오면 본인을 위해서는 20만~30만원, 친구들 선물로 10만원 정도 사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 해외여행에서 보는 20대 남녀의 경제력 차이

면세점 이용과 해외여행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다. 3년차 직장인 김슬기 씨는 "친구들이 해외에 정말 자주 나간다. 연휴에 휴가 붙여서 가깝게 일본이나 대만, 홍콩으로 간다"고 말했다. 김 씨의 말은 신한카드의 2014년 20대 대상 매출 자료에서 확인된다. 항공권 매출이 반영된 강서구의 '항공사' 업종은 20대를 대상으로 지난해 총 326억원의 매출을 올려 강서구에서 매출 1위를 고수했다.

그러나 면세점에 대한 남녀간 온도차이처럼 해외여행에 대한 남녀간 온도차도 있다. 한건우 씨(27, 남)는 "주변의 여자 친구들은 해외여행을 많이 가지만 남자들은 거의 안 가는 편"이라며 "워킹홀리데이로 호주를 가거나 유학가는 경우는 있어도 해외여행을 가는 경우는 거의 못 봤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사회에 진입한 지 얼마 안 돼서 그런 것 같다"며 "아무래도 (병역 때문에) 늦어지니까, 친구들도 '올 연말에는 해외여행을 가겠다'라는 것이 목표인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20대 직장인 중에서도 여성의 구매력이 남성에 비해 높다. 이는 강남구와 서초구의 '개인병원' 업종의 높은 매출에서도 나타난다.

◆ "미용은 강남 3호선 라인에서"

강남구의 '개인병원' 업종은 지난 한 해 20대를 대상으로 5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서초구의 개인병원들도 18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강남구와 서초구를 제외한 다른 자치구 병원 매출 중 가장 개인병원의 매출 규모가 큰 곳이 송파구다. 송파구 개인병원의 연간 매출은 41억원으로 강남구의 개인병원 매출의 10분의1도 안된다.

이 병원들은 대부분 피부과 또는 비만클리닉으로 미용 목적의 시술 또는 수술을 하는 병원들이다. 이들 병원이 시술하는 윤곽 주사, 지방흡입, 카복시 주사 등의 키워드를 주요 포털에서 검색하면 강남구와 서초구에 주소지를 둔 병원들의 이름 수십개를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

김슬기 씨는 "정기권을 끊고 주기적으로 맛사지나 피부관리를 받는 친구들이 많다"며 "압구정, 강남, 신사, 주로 3호선 라인에 (병원이) 많다"고 전했다. 이어 "성형보다는 시술이 많은 편이다. 코에 하는 필러, 운동의 감량 효과를 높여주는 카복시 등을 하는 친구도 많다. 지방분해주사는 10회 정도 한꺼번에 끊어서 다닌다"며 "100만원을 자신에게 투자하고 매달 갚는 셈이다. 대개는 카드로 결제하고 할부로 매달 갚는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유수연 씨는 "턱을 갸름하게 해준다고 턱 근육에 보톡스를 넣기도 하고 5만~10만원 정도의 레이저 제모를 받는 경우도 있다. 지방분해하는 PPC는 주사 한 대가 10만~15만원 정도 하는데 5회 정도 맞는다"며 "다 했다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한건씩 치면 몰라도 합치면 만만치 않은 부담이라고 전한다. 그러면서도 "못해도 한가지는 꼭 한다. 가격이 엄청나게 비싼 것이 아니니까 학생들도 좀 쉽게 접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알바(아르바이트)를 해서 주사 맞고 오는 친구들이 많아졌다"고도 했다.

이에 비해 성형수술은 20대 초반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유 씨는 "미용과 성형은 대학교에 입학할 때 제일 많이 한다. 쌍커풀은 고등학교 졸업할 때 많이 하고 들어온다"며 "23살 쯤, 대학 졸업 직전이나 취업준비할 때, 성형수술이나 아이라인 또는 눈썹 문신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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