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살아남을 수 있을까'..김영란법에 골프장들 生死 갈림길
전국 골프장들 전전긍긍…'회원제' 직격탄 예상
(수원=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부정한 청탁과 금품수수를 금지한 이른바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골프장 업계가 심각한 경영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적지않은 매출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 골프장들 "타격 받을 것"
김영란법 시행령 입법예고 하루만인 10일 경기지역 골프장들은 민감한 반응을 보였지만, 퍼블릭과 고급 회원제 골프장 간 온도차가 있다.
일부 퍼블릭 골프장은 접대골프 비중이 작아서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며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고급 회원제 골프장은 법 시행에 따른 타격을 우려했다.
경기 북부지역의 A 회원제 골프장 대표 B씨는 "겨우 현상유지를 하면서 골프장을 운영하는데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경영이 더 악화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B씨는 "친구들끼리 와서 운동하고 조금 여유 있는 친구가 비용을 다 댈 수도 있고, 가족들 먹으라고 사과 한 상자 선물할 수도 있는데, 김영란법으로 이 모든 걸 다 막아버리면 어떻게 하느냐"며 하소연했다.
그는 "골프장을 마치 비리의 온상처럼 치부해 김영란법을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A골프장 같은 고급 회원제 골프장은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일반 대중제 골프장과 달리 고급스럽고 비공개주의로 운영하는 회원제 경우 '접대골프'가 많이 이뤄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회원제 골프장은 코스 관리가 잘 돼 있고 서비스도 좋아 골퍼들이 선호한다. 이런 곳에서 주말에 접대골프를 하면 1인당 50만원 가량이 들어간다. 그린피 20만∼25만원에 캐디피와 카트비를 합치면 30만∼40만원이고, 식사비와 골프장 클럽하우스에서 파는 과일 선물비까지 포함하면 50만원 안팎에 달한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법 적용 대상자들이 회원제 골프장 이용을 피할 수밖에 없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는 지난해 11월 '2016년 골프회원권 값 전망'을 통해 김영란법이 발효되면 접대골프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므로 골프회원권 값이 20∼30%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경기도 용인의 한 명문 골프장 회원권을 보유한 김모(58·사업)씨는 "회원제 골프장 운영의 상당 부분은 접대골프로 이뤄지는 게 사실"이라며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골프장 이용이 줄어들 수 밖에 없을테니 회원권 값도 크게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퍼블릭 골프장은 김영란법 충격을 받아들이는 정도가 회원제 골프장보다는 덜하다. 일반인들이 자비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경기도 용인의 C퍼블릭 골프장 대표 D씨는 "퍼블릭에서도 접대골프가 어느 정도는 있겠지만, 대부분은 가족이나 친구들끼리 오기 때문에 김영란법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물을 사지 않거나 골프장 밖 식당에서 가서 밥을 먹으면 수입 감소는 불가피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화성의 또 다른 퍼블릭 골프장도 "이전보다는 내방객이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골프장들끼리 이 문제에 공동대응을 해야 하는지 눈치를 살피고 있고"고 말했다.
◇ 각종 편법 가능성
"법 취지는 어느 정도 공감하지만, 그렇다고 해야 할 일을 안 할 수 없는 것 아닙니까?"
김영란법에 대한 한 기업 홍보담당자의 반응이다.
기업 홍보를 위해 공무원이나 사업 파트너에 접대를 할 수밖에 없을 때 편법을 쓰겠다는 생각이다.
다른 기업 관계자는 "보통 저녁 먹고 술 마시고 노래방 가면 100만원이 넘게 나오는데, 골프같은 경우 좀 싼 곳을 찾아가면 100만원 이내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김영란법이 접대골프를 금지한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각종 편법이 동원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예컨대 골프장에 도착하기에 앞서 미리 만나 비용을 현금으로 나눠주거나, 각자 비용을 정산하고 나서 따로 비용을 보전해주는 방법 등이다.
이미 상당수 공무원들이 가명으로 골프장에 다니고 접대를 받는 상황에서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이런 편법이 성행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기업체의 한 관계자는 "무기명 회원권과 가명을 이용해 김영란법을 피해 얼마든지 접대골프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전국에 골프장 549곳…이용객 연인원 3천300만명
한국골프장경영협회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국내 골프장 이용객은 연인원 3천300만명을 돌파했다.
1홀당 평균 내장객이 회원제는 3천540명, 비회원제는 4천2명이다. 회원제 골프장은 전년보다 2.2% 많은 1천793만명, 퍼블릭은 12.5% 많은 1천520만명이 이용했다.
지역별로는 충남 골프장 내장객이 2013년보다 10.9% 늘어나 가장 큰 증가율을 보였고 경남 4.2%, 전남 3.8%, 충북 2.7%, 경기(인천포함) 2.0%로 나타났다.
전국 골프장은 총 549개(1만 303홀)이고, 골프장 회원권 규모는 15조6천400만 원으로 집계됐다.
2015년의 경우 정확한 통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골프시장이 전년보다 5% 성장한 것으로 협회는 분석했다.
체력단련장으로 분류된 군 골프장과 미군 골프장, 경찰대 골프장 이용객 300여만명은 골프장 이용객 통계에서 빠진다.
2015년 1월 1일 기준 전국 골프장 549곳 중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162곳(29.3%)으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 강원 66개, 경북 50개, 전남 47개, 경남 46개, 제주 45개, 충북 41개, 충남·전북 각 28개, 인천 10개, 부산 9개, 대전·광주·울산 각 4개, 세종 3개, 대구 2개 순이다.
hedgeho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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