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갉아먹는 '펌방지 해제'..'내 사진이 인터넷에 떠돈다'

신정원 2011. 8. 29.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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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신정원 기자 = 부동산 업무를 하고 있는 최경숙(27·여)는 매일 대법원 홈페이지에서 법원경매정보를 확인한다. 최씨는 매일 업데이트되는 이 정보들을 일일이 타이핑해왔다. 대법원 홈페이지는 경매 정보 복사가 불가능하도록 '펌 방지'를 해놨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씨는 최근 '펌 방지 해제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후 최씨는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콘텐츠를 쉽게 복사해 사용했다. 최씨가 필요한 정보를 복사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불과 3초 정도다.

인터넷 카페와 개인 블로그에서 글·그림 등 콘텐츠를 무단으로 복사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마우스 오른쪽 클릭이나 드래그앤드롭을 막아놓은 이른바 '펌 방지'를 해제하는 프로그램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사용돼 저작권 침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펌 방지 해제 프로그램'을 포털사이트 등에서 다운받아 사용하는 것은 합법이지만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관공서 및 개인의 저작물을 무단 복사하는 것은 불법이다.

특히 저작권 침해는 민·형사상 법적 처벌로 이어질 수 있는데도 네티즌 대부분은 이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해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내 사진이 왜 딴 곳에?'

웨딩플래너 신수미(31·여)씨는 최근 자신이 찍어 블로그에 올렸던 사진이 회원제로 운영되는 웨딩카페에 무단 도용된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신씨는 해당 까페가 어떤 양해의 말도 구하지 않은 채 자신의 사진을 마음대로 갖다 썼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

신씨는 "직접 공을 들여 만든 저작물을 허락도 받지 않고 복사해 상품 사진으로 이용한 것을 보고 황당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우선 해당 카페와 포털 사이트에 게시 중단을 요구했다"며 "만약 다른 곳에서 또 사진을 도용한다면 강력히 대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공공기관 홈페이지에 게시된 정보 역시 쉽게 '뚫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10월에 개설된 대법원 경매정보 홈페이지는 정보 남용 방지를 위해 오른쪽 마우스 버튼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해놨다. 그러나 펌 방지 해제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경매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정보를 손쉽게 복사할 수 있다.

실제 이 프로그램을 실행해 본 결과 경매에 올라 온 부동산의 소재지, 내역, 물건번호, 감정평가액, 매각기일, 감정평가액, 전경도, 내부구조도, 교통상황, 인접도로현황 등 관련 정보를 모두 복사할 수 있었다.

대법원 관계자는 "해당 정보를 사설 경매 사이트에 게시하는 경우가 있어 일부러 '펌 방지'가 불가능하도록 해놨다"며 "이는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를 받는 저작물로 불법 복사할 경우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정작 일부 네티즌들은 큰 문제 의식 없이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주의가 필요하다.

직장인 안모(32)씨는 "펌 방지 해제 프로그램은 네티즌들에게 널리 알려진 프로그램"이라며 "다른 사람의 블로그에서 원하는 사진과 글을 퍼갈 때 주로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 고모(25)씨 역시 "학교 보고서 제출을 위해 인터넷에서 사진을 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펌 방지 해제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화면 캡처를 하지 않아도 돼 편리하다"며 "다른 사람의 사진을 허락 받지 않고 복사해가는 것은 미안하지만 상업적인 용도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크게 잘 못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피해 많지만 신고사례 드물어

이같이 공공기관 정보 및 개인 저작물이 무단 도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반해 이에 대한 신고 사례는 많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개인 홈페이지나 블로그에서 사진과 글을 무단으로 도용당해도 신고를 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스스로 피해 사실을 입증하더라도 피해 가치까지 입증하기는 힘든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악용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사용을 제한토록 제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성환 저작권보호센터 팀장은 "자신의 블로그에 올려져 있는 글이나 사진 등을 타인이 무단으로 복사해갈 경우 죄질이 가볍고 최초 작성자가 피해를 당한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불편함이 따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펌 방지 해제 프로그램과 같이 저작권 침해 등으로 이용될 수 있는 경우 제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유통의 적법성을 따져본 뒤 네티즌들에게 해당 행위가 범죄라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석철 한국저작권위원회 팀장은 "피해자가 문제제기할 경우 위원회에서 분쟁조정을 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자신의 저작권 침해 사실을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며 "현실적으로 단속이 어렵기 때문에 네티즌을 상대로 지속적인 계도 활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wsh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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