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01X' 3G 허용 검토..'010 통합' 사실상 포기

이구순 2010. 8. 18.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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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 L씨(40)는 요즘 억울한 마음에 속을 끓이고 있다. 올 초 스마트폰을 구입하면서 12년이나 써왔던 이동전화 번호를 010으로 바꿨는데 최근 정부가 기존 01X(011, 016, 017, 018, 019) 번호로도 스마트폰을 쓰도록 하겠다는 소문이 돌기 때문이다. L씨는 "정부가 010 번호로 통합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고 해서 12년이나 신분증처럼 쓰던 이동전화 번호를 바꿨는데, 갑자기 정책이 바뀌어 기존 번호로도 3세대(3G) 이동전화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니 예전 번호가 아깝다는 생각도 들고, 정부 정책을 믿고 번호를 버렸던 내가 순진한 바보로 취급되고 역차별을 받은 것 같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방통위는 800만명 남짓한 01X 사용자들의 반발에 부딪혀 010 통합 정책을 조정해 앞으로 01X 번호로도 3G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01X 번호를 지키려는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그동안 3G는 010으로만 쓸 수 있도록 하려던 계획을 사실상 포기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방통위의 전신인 옛 정보통신부는 지난 2004년부터 3G는 010으로만 가입할 수 있도록 정책을 펴왔다. 당시 SK텔레콤이 '011'식별번호를 자사 브랜드로 광고를 하자, 국가의 자산인 통신 식별번호를 특정 기업의 브랜드로 쓰지 못하게 하겠다며 이동통신 회사들의 식별번호를 010으로 통합하겠다는 게 정책 의도였다. 또 모든 이동전화 가입자가 3G에 가입해 이동전화 식별번호가 010으로 통일되면 이동전화 가입자끼리는 굳이 010 식별번호를 누르지 않고 8자리 전화번호만으로 통화할 수 있다는 소비자 편리성도 정책목표 중 하나였다.

이 정책 때문에 올 7월 말 현재 전체 이동전화 가입자의 83%에 달하는 4135만여명이 010 식별번호를 쓰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KT가 2011년 하반기 2세대(2G) 이동전화망 철수를 추진하면서 01X 가입자들이 번호를 유지하겠다며 3G 전환을 거부하는 바람에 01X 번호로도 3G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여기에다 시민단체들까지 나서 소비자의 01X 번호를 유지할 권리가 있다며 010 번호 통합에 대한 반대 논리를 확산하자 방통위의 정책의지가 혼선을 빚고 있는 것이다.

방통위 한 상임위원은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소비자를 위해 010 번호통합 정책을 반대한다"고 공개적으로 개인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 혼선은 기존에 정부 정책을 믿고 순순히 자신의 이동전화 번호를 바꾼 4135만 소비자에게는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일부 010 가입자들 사이에서는 방통위가 01X 번호로 3G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경우 기존 01X 번호를 반환해 달라고 요구하겠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고 귀띔했다.

옛 정통부 고위 임원 출신의 한 전문가는 "방통위가 지금까지 유지하던 010 번호정책을 굳이 바꿀 이유가 없는데 갑자기 일부 통신업체들의 이해다툼에 말려들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정부의 정책은 정책에 반대하는 일부 소비자의 편익도 고려해야 하지만 묵묵히 따르는 전체 국민의 조용한 목소리도 들으면서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cafe9@fnnews.com이구순 권해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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