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휴대전화 '부품 공급기지'로 전락하나

박지희 기자 2010. 6. 22.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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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웨어 강세보인 삼성 · LG, 아이폰4 · 대만업체에 잡혀OS · 소프트웨어 기술 부족.. 시장점유 · 이익률 급락

한국 휴대전화 사업에 적신호가 켜졌다. 시장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스마트폰 개발에 뒤처지면서 세계시장 점유율이 하락하고 세계 최강이라 자부하던 하드웨어 성능도 추월당하고 있다. 글로벌 업체와의 소프트웨어 격차는 더 벌어지고 대만·중국을 중심으로 한 후발 하드웨어 업체에 쫓기면서 '휴대전화 강국'의 입지가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7월 중 KT를 통해 판매되는 애플 아이폰4는 최근 선보인 스마트폰 가운데 하드웨어 성능이 가장 뛰어나다.

500만화소에 1㎓에 이르는 중앙처리장치, 영상통화 기능이 포함돼 종전 아이폰3GS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성능 사양을 자랑한다. 업계에서는 세계 최강의 '스펙'을 자랑하는 삼성전자의 갤럭시S보다 낫다는 평가도 나온다. 아이폰4의 하드웨어 성능 강화는 삼성과 LG의 '전통적인' 강점을 희석시키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성호 박사는 "아이폰4로 하드웨어의 격차가 사라지면서 고성능·다기능의 국산 휴대전화의 세계시장 경쟁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아이폰의 주요 경쟁력인 소프트웨어 '격차'는 더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아이폰4는 운영체계가 아이폰3GS보다 한층 보강됐다. 애플리케이션도 22만여개로 급증했다. 보안성도 여느 스마트폰보다 높다.

애플이 아이폰 OS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시키는 반면 단말기 제조가 중심인 삼성·LG전자는 외국기업이 만든 OS에 끌려가는 형국이다.

LG는 15개월이 걸려 개발한 옵티머스Q를 최근 내놓았지만 OS는 구버전인 안드로이드 1.6을 사용한다. 옵티머스Q가 개발되는 동안 안드로이드 OS는 2.1을 넘어 2.2버전까지 진화했다. 반면 구글은 최신 버전인 안드로이드 2.2를 얹은 스마트폰 넥서스원을 대만 HTC를 통해 선보이며 삼성·LG전자를 곤혹스럽게 한다. 안드로이드가 개방성을 내세우고 있지만 자체적으로 OS를 개발하지 못해 구글에 종속된 셈이다.

애플과 구글은 스마트폰을 판 뒤에도 앱스토어 판매와 광고 수익을 올리지만 자체 OS가 없는 삼성·LG전자는 기기만 팔면 끝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 업체들은 휴대전화 부품 공급업체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아이폰4는 삼성전자 낸드플래시 메모리와 삼성SDI 배터리를 쓰고 있다. LCD는 LG디스플레이에서, 카메라 모듈은 LG이노텍에서 공급받는다. CPU도 자체 개발한 제품을 삼성전자에 위탁생산한다.

수익률과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에서도 한국 업체의 '고민'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투자전문회사 크레디트스위스는 애플이 지난해 14.4% 수준이던 점유율을 17%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삼성은 3.7%에서 2.8%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LG전자는 0.6%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측했다. LG전자는 스마트폰 대응이 늦어지면서 지난해 2·4분기 10.9%까지 올랐던 세계시장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이 올 1·4분기 9.3%로 떨어졌다. 영업이익률도 12.7%에서 0.9%로 급락했다.

구본무 LG 회장과 남용 LG전자 부회장이 1대1로 면담할 예정인 상반기 그룹 정례 컨센서스 미팅(CM)에서도 휴대전화 부문 중장기 전략이 주요 내용으로 다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오정석 교수는 "수십년간 쌓아온 애플의 경험과 노하우를 하루아침에 따라잡기는 힘들 것"이라며 "그러나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업을 통해 소프트웨어를 강화하면 5~10년 뒤에는 세계시장 주도권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박지희 기자 violet@kyunghyang.com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아이폰 애플리케이션 출시-ⓒ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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