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IT산업과 조선, 건설, 의료, 섬유, 자동차 등 전통산업 간 융합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 산업계의 IT 활용도는 주요 선진국 중 최하위권인 것으로 밝혀졌다.
IT 활용도가 낮아 효율적인 기업 간 거래가 일어나지 못하고 인력에 의존한 업무를 하기 때문에 생산성은 물론 경제 성장에도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5일 매일경제가 단독 입수한 세계 120여 개 주요 기업 최고정보책임자(CIO)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비즈니스 전략과 연계된 IT 투자 세부계획이 있느냐'는 물음에 해외 CIO는 64%가 계획이 있다고 답했으며 한국 CIO는 35%만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이 자료는 삼성SDS가 최근 프랑스 컨설팅업체와 함께 CIO들을 인터뷰해 조사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기업에서 IT가 수행하고 있는 역할'을 묻는 질문에 한국 CIO 중 56%가 단순 IT 서비스 제공 역할을 꼽았으며, 비즈니스파트너 역할을 하고 있다는 대답은 21%에 그쳤다. 반면 해외 CIO는 IT가 비즈니스파트너 역할을 하고 있다는 대답이 55%에 육박했다. 여전히 한국 기업의 60% 이상이 IT 투자를 기업 비즈니스 전략과는 무관하거나 단순한 전산업무 처리에 한정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의료ㆍ건설ㆍ섬유 분야가 IT와 타 산업 간 결합이 미진했다.
이날 세계적인 경제전문지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개최한 '이코노미 콘퍼런스'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나왔다. 이코노미스트가 런던비즈니스스쿨(LBS) 등에 의뢰해 발표한 '세계 접속성 평가' 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10점 만점에 4.17점의 낮은 평가를 받아 25개 국가 중 18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1, 2위를 기록한 미국(7.71점), 스웨덴(7.47점)은 물론 싱가포르(5.99점), 일본(5.87점), 홍콩(5.33점)보다 크게 낮았다.
이 조사는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이나 전자정부 도입률 등 기존 IT지수 평가가 아닌 '접속성'을 중심으로 평가한 것이다. 접속성이란 IT 기술과 정보를 통해 산업현장의 업무 생산성을 향상시켜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정도를 뜻한다.
한국이 최하위권에 그친 것은 뛰어난 IT
인프라스트럭처를 보유하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않아 생산성 혁신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으며 IT 기술이 경제 성장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IT 인력 활용도'는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할 수 있는 기술 보유자는 8.74%에 불과해 전체 25개국 평균(18.7%)에도 크게 못미쳤다.
또 삼성, LG, SK그룹과 같은 대기업은 IT 인프라스트럭처 구축과 활용에 적극적이지만 중소기업의 IT 활용률이 크게 떨어지는 것도 생산성 향상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9월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에서 IT산업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종합적인 미래비전과 실천전략을 제시하고 조선, 에너지, 지동차 등 10대 IT융합 전략산업을 만들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산업융합 IT센터를 2012년까지 10개(현재 3개)로 늘리고 국가 기반시설(SOC)에 IT 기술을 접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같이 산업과 산업의 기술적 융합이 아닌 IT 활용도를 높이는 '화학적 융합'을 하지 못하면 이 같은 계획은
탁상공론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높다.
전략적 의사 결정에 IT를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양한 컨버전스 사업 기회가 사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섬유업계 관계자는 "섬유와 IT를 결합한 '스마트 의류'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두 산업을 결합시켜 실용성 있는 제품을 내놓지 못하는 상태"라고 털어놨다.
이희조 고려대학교 교수(컴퓨터학과)는 "해외 선진 기업들이 IT 활용도를 높여 부가가치와 생산성을 크게 높이고 있는 것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손재권 기자 / 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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