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월 '별정' 감옥에서 드디어 탈출했습니다

2010. 8. 31. 17:4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이윤기 기자]

30개월전, 최신폰 특가행사 광고전단

ⓒ 이윤기

최신폰을 공짜로 준다는 광고에 현혹되어 정확히 30개월 전에 KTF(현 KT) 휴대폰인 줄 알고 번호이동을 하여 에OO텔레콤이라고 하는 별정통신(3대 이동통신사에게 대가를 지불하고 망을 빌려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사) 회사에 가입하였습니다. 저렴한 요금으로 최신 휴대폰을 공짜로 준다고 하더군요. 당시 이른바 '뷰티폰'이라고 하는 최신 모델을 구입하였더니 30개월 약정을 해야하더군요.

저는 KTF로 번호이동을 하고 최신폰을 할부로 구입하는 줄 았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임대폰이라고 하더군요. KTF고객센터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받을 수 없어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이런 사실을 알게되었습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에OO텔레콤 안티카페에 수천명의 회원들이 있었으며 다양한 피해사례가 올라와 있더군요. 험난하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 끝끝내 위약금을 물지 않고 중도해지에 성공했다는 사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엄청난 위약금 때문에 울며겨자 먹기로 약정기간 동안 사용 후에 곧바로 해지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드물지만, 불편한 서비스와 비싼 통화요금 때문에 너무 화가나서 비싼 위약금을 물고서 해약했다는 분들도 있더군요. 당시 제대로 알아보지 않은 제 과실도 있고 회사와 다투는 것이 귀찮아서 그냥 약정기간 동안 사용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2008년 2월 19일 30개월 약정을 했고, 드디어 지난 8월 18일 약정 기간이 만료됐습니다. KTF 휴대전화보다 비싼 통화요금을 물면서 30개월을 꼬박 사용했으니, 공짜로 받은 폰 값을 비싼 전화요금으로 모두 나누어 낸 셈입니다.

별정통신은 '아이폰'으로 번호이동도 안 된다?

고객사정으로 인한 사용정지 기간이 터무니 없이 짧다.

ⓒ 이윤기

약정기간 만료 후 아이폰으로 바꾸려고 알아봤더니, 사용하던 번호로 옮겨갈 수도 없다고 하더군요. 아이폰으로 변경하려면 기존에 사용하던 번호를 버리고 KT에 새로 가입하던지, 혹은 새로운 번호로 신규가입해야 한답니다.

텔레비전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을 보았더니, 별정통신 가입자가 33만명이나 된다더군요. 기존 통신 3사에 비하여 요금이 비싸다는 소비자들의 주장도 모두 사실인 것을 확인시켜주더군요. 그런 이유 때문인지 방송에서는 별정통신을 30개월 '감옥폰'이라고 부르더군요.

저는 30개월 감옥폰에서 이제 막 만기출소했습니다. 예전에는 별정통신사에서 다른 통신사로 이동하는 것도 복잡하고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했는데 최근에는 어렵지 않게 이동은 시켜주는 모양입니다. 또 사용하는 전화기를 별정통신에서 승인해주지 않아 KT에 가입하여도 재사용이 불가능하다는 소비자 불만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재사용이 가능해졌다고 합니다.

다만, 원래 사용하던 전화기를 별정통신 회사에 반납하면 임대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에 낡은 기기를 반품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별정통신사는 소비자의 사용정지는 분실, 파손이 아니면 불가능하고 기간도 1년에 2번 7일 동안만 가능합니다. 그나마 7일이 지난 후에는 자동으로일시 정지가 해지되도록 되어있습니다. 다른 통신사에 비하여 소비자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조건입니다.

장기 여행이나 연수 등을 이유로 '사용정지'를 할 수 없도록 되어있으며 분실, 파손의 경우에도 연간 14일 이상은 고스란히 요금을 부담해야 하는 불리한 조건이지요. KT의 경우 한 번에 3개월 연 2회까지 사용정지가 가능하다고 하더군요.

요금제 자동변경하는데... 웬 개인정보 유출?

약정만기시 고객이 요청하지 않으면 싼 기본요금으로 자동변경해주지 않겠다고 하는 안내문

ⓒ 이윤기

불리한 것은 그것만이 아닙니다. 별정통신은 약정 기간 동안에 비싼 기본요금을 받지만, 약정 기간이 끝나면 기본요금이 훨씬 저렴한 상품(기본요금 8000원, 문자 200건 무료)으로 바꿀 수 있도록 되어있습니다.

제 경우에도 가입 당시에 약정기간이 끝나면 기본 요금이 저렴한 요금제로 바꿀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회사에서는 일방적으로 요금제 변경 조건을 바꾸어버렸습니다. 회사에서 보내 온 지로용지를 보면 다음과 같은 안내문구가 있습니다.

"만기고객님 대상으로 자동변경 되었던 요금제에 대해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있어 부득이하게 고객님의 요청이 있을 경우만 요금제 변경가능토록 업무처리 방식이 변경되었습니다. 고객님의 양해바랍니다(기존 자동변경 안내받으신 고객님께는 만기 이후 차액에 대해 환불 가능)."

매우 치사하고 비겁한 안내문입니다.

첫째, 만기가 되어서 기본료가 낮은 요금제로 '자동변경'하는데,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있다는 핑계를 납득할 수 없습니다. 회사에서 만기에 자동으로 요금제를 변경해주는데, 왜 개인정보가 유출된다는 것일까요?

이것은 만기가 되어도 날짜를 기억하지 못하는 고객들, 요금제를 변경해달라고 정확하게 요청하지 않는 고객에게는기존의 비싼 기본요금을 계속 받아챙기겠다는 치사한 핑계일 뿐입니다.

더군다나, 기존에 만기에 자동변경해주겠다고 하였던 고객에게는 차액을 환불해준다고 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만기날짜를 기억해서 요금 변경을 신청하면 변경해주고, 신청하지 않으면 기존의 비싼 요금을 그냥 받겠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자동변경 약속을 하였다는 것을 기억하고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에게만 요금을 환불해주겠다는 것입니다. 소비자가 환불을 요구하지 않으면, 회사는 비싼 요금을 그냥 받아챙기겠다는 뜻이지요.

아마 별정통신 휴대폰은 '30개월 감옥폰'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른 일방적 계약 조건 변경과 '아니면 말고 식으로' 소비자를 우롱하는 이런 처사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만기 날짜만 기다리는 별정통신 감옥폰 사용자 여러분, 약정기간 만료되는 날짜 잘 기억하셨다가 요금제 꼭 변경해서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 오마이 블로그][☞ 오마이뉴스E 바로가기]- Copyrights ⓒ 오마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