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도 사실상 언론.. 명예훼손 책임져야"

2009. 4. 16.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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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미니홈피 등 비방 게시물도 삭제 의무무책임한 익명성에 '철퇴'… 표현자유 위축 지적

앞으로 포털사이트가 언론사에서 제공받은 기사 중 일부를 선별해 첫 화면에 내보내는 형태로 '편집권'을 행사하기 어려워진다. 기사가 명예훼손 내용을 담고 있다면 해당 기사를 작성한 언론사와 별도로 이를 게재한 포털사이트도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인터넷 댓글이나 블로그, 카페, 미니홈피 등에 있는 명예훼손성 게시물에 대해서도 해당 서비스를 제공한 업자 측이 삭제?차단 책임을 지는 만큼 포털사이트의 부담이 대폭 증가할 전망이다.

◆포털사이트, 사실상 '언론'에 해당=

16일 대법원이 명예훼손성 기사 및 게시물을 게재하거나 방치한 포털사이트 행위에 법적 책임을 물은 것은 포털사이트를 사실상 '언론'의 한 부류로 인식했기 때문이란 해석이다. 재판부는 "요즘 인터넷 이용자들은 뉴스를 비롯한 거의 모든 정보를 인터넷 종합 정보서비스를 통하여 얻는다"고 밝혀 뉴스 유통에서 포털사이트가 차지하는 비중을 높이 평가했다.

이런 막대한 영향력을 감안할 때 책임도 그에 상응해야 한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재판부는 "언론사로부터 기사를 받아 자신의 서버에 보관하면서 스스로 그 기사 중 일부를 선별해 뉴스 게시공간에 게재하는 행위는 단순한 '전달'이 아니라 적극적인 '선택'과 '전파'에 해당한다"면서 "따라서 해당 기사에 명예훼손의 내용이 있다면 언론사와 별도로 포털사이트도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명시했다.

그간 포털사이트는 명예훼손 논란에 휘말릴 때마다 "언론사와 체결한 계약에 따라 기사를 게재한 것"이라며 발뺌하는 태도를 취했다. 포털사이트 책임을 명백히 인정한 판례도 딱히 없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포털사이트에 언론사와 별개의 법적 책임이 있음이 명확해졌다"면서 "포털 사업자들이 명예훼손성 기사 게재에 신중을 기하게 되면 그로 인한 피해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자 요청 없어도 삭제해야"=대법원은 기사 말고 댓글이나 블로그, 카페, 미니홈피 형태의 게시물이 특정인의 명예를 침해하는 경우에 대한 처리 방침도 제시했다. 명예훼손 피해자한테서 구체적인 삭제 요구가 없어도 사이트 관리자에겐 삭제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이 이 같은 결론의 근거로 내세운 것은 인터넷의 '익명성'과 '신속성'이다. 인터넷 공간에선 익명이나 가명 사용이 보편화돼 남의 권익을 침해하는 내용의 게시물이 쉽게 유통된다. 많은 사람이 동시에 접속해 검색하는 인터넷 특성상 한번 올라온 게시물은 순식간에 광범위하게 전파된다. 권익 침해의 결과도 그만큼 심각해진다. 재판부는 "불법성이 명백한 게시물에 대해 운영자가 그 존재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이 명백한 경우 삭제 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는 게시물로 인한 피해자로부터 "삭제해달라"는 명시적 요구가 없어도 똑같이 적용된다.

다만 명예훼손 우려를 이유로 포털사이트 등 사업자가 게시물을 마구 삭제할 때 '표현의 자유' 위축이 우려된다. 대법원 관계자는 "게시물 삭제나 차단은 불법성이 명백한 경우로 제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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