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게임 25분간 한 뒤 뇌 변화 살펴보니..

이영완 기자 2012. 2. 2.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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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조절하는 뇌 부위 활동력 뚝 떨어져 현실에서도 타인에 주저 없이 폭력 행사

폭력적인 게임에 중독되면 실제 행동도 폭력적으로 변한다는 사실이 과학자들의 심리실험과 뇌 영상 연구를 통해 속속 증명되고 있다.

지난해 5월 미국 미주리대 심리학과 브루스 바톨로우(Bartholow) 교수팀은 70명을 대상으로 25분간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을 하게 한 후 가상의 상대와 버튼을 누가 먼저 누르는지 겨루는 실험을 했다. 이기면 상대가 쓴 헤드셋에 소음이 나온다. 이때 폭력적인 게임을 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상대에게 주는 소음을 더 강하게 나오게 했다. 버튼을 더 세게 누른 것이다. 폭력적인 게임이 자신도 모르게 행동을 폭력적으로 만든 것이다. 이 실험 결과는 이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저널인 '실험 사회심리학 저널'에 발표됐다.

과학자들은 그 원인을 뇌가 폭력에 둔감해진 데서 찾았다. 인간의 뇌는 폭력적이고 잔인한 장면을 부정적인 것으로 판단해 회피하게 돼 있다. 이를 관장하는 뇌 영역이 왼쪽 뇌의 가운데 전두엽인데 공포를 느낄 때, 또 공격성을 조절할 때 이 부위가 활발하게 활동한다.

지난해 독일 본대학 심리학연구소의 크리스티안 몬탁(Montag) 박사는 1주일에 평균 15시간 동안 일인칭 슈팅 게임(총기를 조준해 발사하는 게임)을 한 사람들에게 폭력적인 장면이 있는 사진을 보여주고 뇌 활동을 촬영했다. 게임을 하지 않은 사람은 공포나 공격성을 조절하는 왼쪽 뇌의 가운데 전두엽이 활발하게 작동했지만, 폭력 게임을 한 사람은 그 부위가 거의 작동하지 않았다. 게임을 하지 않은 사람은 폭력적인 장면에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낸 반면, 폭력 게임을 한 사람은 폭력에 둔감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폭력적인 게임에 중독되면 뇌의 인지능력과 감정조절 능력도 떨어진다. 지난해 11월 미국 인디애나 의대 연구진은 뇌영상 분석을 통해 1주일에 10시간 동안 일인칭 슈팅 게임을 한 사람의 뇌에서 감정을 조절하는 왼쪽 뇌 전두엽과 인지능력을 관장하는 전두대피질의 활동이 크게 약화되는 것을 확인했다. 그다음 1주일 동안 게임을 하지 않았더니 뇌는 정상으로 돌아왔다. 폭력 게임이 이성적인 판단과 감정 조절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든 것으로 분석된 것이다.

폭력에 대한 반응이 무뎌지면 자신이 행하는 폭력이 얼마나 심한 것인지도 알기 어려워진다. 폭력 게임이 이성과 감성을 마비시켜 게임 속 상대를 대하듯 현실에서도 인간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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