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他 호미니드와 교배로 현생인류 면역강화
(서울=연합뉴스) 현생인류는 조상이 같은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 등 다른 호미니드와 교배함으로써 강한 면역력을 갖게 된 것으로 밝혀졌다고 사이언스 데일리와 디스커버리 뉴스 온라인판이 25일 보도했다.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미국 스탠퍼드 대학 과학자들의 연구는 6만5천년 전 아프리카를 떠난 현생인류가 다른 호미니드와 교잡했음을 보여주는 새로운 증거이자 이런 교잡이 현생인류의 유전자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쳐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는지를 보여주는 최초의 것 중 하나이다.
유럽에 주로 살았던 네안데르탈인은 약 3만년 전 멸종했고 지난해 러시아의 동굴에서 발견된 치아와 손가락뼈로 그 존재가 처음 밝혀진 데니소바인은 같은 조상의 자손이다.
연구진은 현생인류의 면역체계에 필수적이며 빠른 속도로 진화하는 `HLA' 유전자가 어디에서 비롯됐는 지 추적하기 위해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의 게놈을 광범위한 현생인류의 HLA 유전자와 비교했다.
그 결과 아프리카를 떠나 다른 대륙에 정착한 현생인류는 HLA 다양성이 제한된 작은 집단이었으며 질병으로 그 다양성이 더욱 줄어든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다른 인류와의 교잡으로 새로운 변종 HLA들이 현생인류 집단에 흘러들게 되자 이들의 유전자는 생존력이 강해졌고 질병에 대한 저항력도 강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결과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의 HLA 유전자는 현생 유럽인과 아시아인의 면역관련 DNA의 절반 이상에서 나타났으며 나중에는 아프리카인에게도 흘러들어 간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이 갖고 있던 특유의 유전자 HLA-A는 현생인류의 유전자에 크게 기여해 파푸아뉴기니인의 95.3%, 일본인의 80.7%, 중국인의 72.2%, 유럽인의 51.7%, 아프리카인의 6.7%에서 나타난다.
이처럼 높은 비율은 현생인류가 어떻게 이동했으며 교잡했는지를 보여주는 단서가 된다.
연구진은 일부 현생인류가 6만7천500년 전 아프리카를 떠났으며 5만년 전 다른 집단과 교잡했음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현생인류가 아시아와 유럽에 도착하기 수십만년 전부터 이들 지역에 살았던 고대 인류는 현지의 감염성 질환에 적응한 HLA 대립유전자를 보유했을 것이 거의 확실하며 나중에 도착한 현생인류의 면역체계를 강화해 주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일부 유럽인과 아시아인들은 약 1만년 전 다시 아프리카로 돌아갔으며 이때 새로 얻은 유전자와 강화된 면역력을 아프리카에 퍼뜨렸을 것으로 추측된다.
한편 일부 현생인류가 네안데르탈인의 DNA 중 4%, 데니소바인의 DNA 중 6%를 갖고 있음을 먼저 밝혀낸 독일 막스 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의 스반테 파보 소장은 이 연구에 대해 "인류 역사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흥미진진한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 두 연구는 최소한 두 가지 시나리오, 즉 서로 다른 인류 집단간의 교잡이 광범위하고 빈번했을 가능성과 특정 지역에 살았던 현생인류 대다수가 타 그룹과 교잡했던 개인들의 자손일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새 연구를 이끈 스탠퍼드 대학의 피터 패럼 교수는 후자일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오늘날에는 유럽과 아시아가 교잡의 온상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아프리카에 남아 있던 현생인류가 활발한 교잡활동을 했으리라는 것이다. 당시 아프리카에는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은 없었지만 다른 고대 인류가 살았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 아프리카인이 다른 대륙 주민들보다 유전적 다양성이 훨씬 풍부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며 이는 더 이른 시기의 호모(사람속<屬>)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에 다른 호모들과의 교잡으로 얻은 유전자까지 합쳐진 결과일 것으로 패럼 교수는 추정했다.
결국 현생인류의 먼 조상은 다른 인류 집단과 교잡을 꺼리지 않았으며 그 결과 오늘날 우리의 면역체계가 강화됐고 그밖에 아직 밝혀지지 않은 혜택까지 물려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youngn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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