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초전도 연구 최고 권위 물리학자, 투신 자살

2010. 2. 25.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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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초전도체 분야 최고 권위자인 유명 사립대 물리학과 교수 A씨(58)가 연구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투신 자살해 학계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4일 오후 3시 30분경 A교수가 서울 마포구 창진동 모 아파트 뒷 화단에서 숨져 있는 것을 아파트 경비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수사당국은 타살정황이 없고, 유족들의 진술을 토대로 A교수가 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A교수는 컴퓨터로 쓴 유서에서 "큰 성과를 내야 하는 논문을 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힘이 들다. 가족과 학생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싸인까지 한 뒤 자신의 외투 주머니에 넣고 자택에서 뛰어내렸다. 유족에 따르면 A교수는 1년전부터 불면증으로 통원치료를 받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08년 포항공대에서 모교로 옮긴 뒤 환경변화로 어려움을 호소해 왔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A교수는 응집물리를 전공, '극한 양자 물성 실험실'을 운영하면서 우리나라 초전도 연구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세계 최초로 초전도 박막을 제작하면서 세계 각지의 유수한 국립연구소와 기업연구소에서 유치 경쟁을 벌일 정도로 유명한 물성 물리학자였다. 특히 그가 개발한 초전도 박막은 저항 없이 막대한 전류를 통할 수 있고 초고속 슈퍼컴퓨터, 마이크로파 통신, 뇌파 측정 장치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어 세계 언론과 '사이언스' 등 주목의 대상이 됐다. 특히 과학 권위지인 사이언스는 중요한 과학적 발견을 본지에 싣기 전에 인터넷에 미리 소개하는 사이언스 익스프레스에 소개할 정도로 이 교수의 연구성과를 중요하게 다뤘다.

이 때문에 2006년에는 '한국의 노벨과학상'이라고 불리는 '한국과학상' 물리학 부문 수상자로 선정돼기도 했다. 한국과학상은 2년에 한 번 수학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등 4개 분야별로 세계 정상 수준의 연구업적을 낸 과학자에게 주는 상이다.

이 교수는 당시 후배를 위한 장학기금으로 써달라며 500만원을 쾌척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연구에 대한 끝없는 열정과 후배를 사랑하는 따뜻함을 동시에 가진 과학자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는 또 연구만 잘하는 교수가 아니라 강의도 잘하는 교수로 유명했다. 포스텍에 재직 당시 어렵고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분야로 인식돼 온 고급 물리학 강의를 DVD급 동영상으로 제작해 홈페이지에 무료 공개한 '스타 강사'로 인기를 끌었다. 초전도 분야를 20년 가까이 연구한 이 교수의 해박한 지식과 통찰력, 유머감각을 활용해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강의했다는 평가다.

그에게 수업을 받았다는 한 네티즌은 "이 교수는 공부욕심이 굉장히 많았고 항상 바빴다"고 회상하며 "자기가 잘하는 것만 이야기하고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모르는 것에 지치지 않고 돌진하는 스타일이었다"고 회상했다.

[유용하 기자 / 이재화 기자 /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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