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커진 게임산업, 깊어지는 성장통

2009. 12. 7.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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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상시 구조조정 상황 장기화신작 기근에 매출 양극화 현상도(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게임산업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콘텐츠산업으로 도약하면서 이에 따른 성장통도 커져가고 있다.

업체마다 글로벌 경쟁에 대비하기 위해 조직의 군살빼기에 몰두하고 있으며, 시장이 포화되고 고착화되면서 눈에 띄는 신작이나 대작이 나오는 것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끊이지 않는 구조조정 = "요즘 개발사에 20대가 거의 없어요"한 중견게임업체 개발자는 "게임업체들이 신입직원을 뽑지 않는다"며 "경력직원이 쏟아져 나오는데 신입직원을 굳이 채용할 기업이 있겠냐"고 말했다.

그는 또 "워낙 이직이 많다보니 개발자 입장에서도 연봉과 직위가 낮아지는 경우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며 "상시화된 구조조정 때문"이라고 말했다.

게임업계에서는 지난 2~3년간 구조조정 및 조직 개편 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3인칭슈팅(TPS)게임 '헤쎈'으로 주목받던 신생업체 GPS인터랙티브는 최근 전체 직원 60여명중 50여명에게 한꺼번에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갑작스러운 자금난으로 인한 조치로 알려졌으며, 이로 인해 수십명의 인력이 또다시 구직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중견개발사로 입지가 탄탄했던 그리곤엔터테인먼트도 지난 7월 우회상장에 실패한 뒤 전체 직원의 80%에 달하는 120명 상당의 구조조정을 단행했으나 결국 버티지 못하고 최근 문을 닫았다.

중소업체뿐만 아니라 업계의 대기업인 CJ인터넷도 지난해 개발사인 CJIG의 구조조정을 실시한 데 이어 최근에도 추가 구조조정설에 시달리고 있다.

최대업체 중 한 곳인 넥슨 역시 지난해부터 구조조정에 착수해 퍼블리싱 사업부 인력의 3분의 2 상당을 내보냈다. 여기에 최근에도 개발 조직을 개편하는 등 이래저래 어수선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 심화 = 게임산업이 지난해 11억달러에 육박하는 최고의 수출실적을 기록했지만 업계 내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올들어 3분기까지 상장 게임업체 중 엔씨소프트와 한게임이 각각 4천375억원, 3천340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하고 넥슨 역시 비슷한 수준의 매출을 올리는 등 '빅3'의 실적이 크게 향상된 반면 중견업체들은 아직까지 500억원을 달성한 곳도 쉽게 찾을 수 없다.

네오위즈게임즈와 CJ인터넷, 액토즈 정도가 각각 1천968억원, 1천619억원, 1천42억원을 기록했을 뿐 업계의 중간그룹을 형성해야 할 한빛소프트, 와이디온라인, 엠게임 등은 정체된 모습이다.

이들 업체는 수년 전부터 1천억원 매출 달성이 유력했으나 올해도 아직까지 400억원대 매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밖에 다른 상장사들도 3분기까지 200억~300억원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업계 대다수 업체가 소규모 비상장사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주요 5~6개 업체 정도가 전체 시장을 떠받들고 있는 모양새다.

업계는 이 같은 현상이 계속된 인수ㆍ합병과 함께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했다.한국신용평가는 게임업계에서 상위업체의 대형화와 수직 계열화가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 중소 벤처에서 태동한 게임업체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외형 확대와 양질의 기술ㆍ콘텐츠 확보 차원의 인수ㆍ합병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시장 고착화..신작 기근 = 업계의 또다른 걱정거리는 내수 시장 구도가 몇몇 대형업체의 인기 타이틀에 의해 고착화되면서 신작이 경쟁할 틈새가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매년 대작게임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오는 게임들이 여러 개가 있었지만 2006년 '제라', '그라나도 에스파다', '썬'의 실패에 이어 2007년 '헬게이트:런던', '헉슬리' 등도 줄줄이 고배를 들었다.

올해는 '빅3' 등 주요 업체들도 눈에 띄는 신작을 내놓은 것이 없다시피 했다.한게임이 'C9', 넥슨이 '허스키익스프레스', '에어라이더' 등을 선보이긴 했지만 대부분의 게임들이 대작이라고 하기엔 함량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한빛소프트는 올해 5개 이상의 게임을 공개하겠다고 했으나 정작 '오디션 잉글리시' 하나만을 선보이는 데 그쳤으며,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엠게임도 올해 예고했던 신작 대부분을 공개하지 못하는 등 업계의 신작 기근이 어느 해보다 극심했다.

올해 지스타에서도 다수의 업체들이 다양한 작품을 전시했지만, 눈길을 끌 만한 대작이라고는 내년 또는 내후년 출시 예정인 게임 한 두개 정도였다는 것이 중평이었다.

이처럼 내수 시장 경쟁 상황이 악화되면서 업계는 애초에 중국 등 아시아 시장 수출을 염두에 두고 게임을 기획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서비스되는 게임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일부 업체는 국내에서는 생소했던 장르인 웹게임이나 중국산 게임을 저가에 수입해와 서비스하는 전략도 추진중인 등 산업 기반으로서 내수 시장이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수년째 게임 인기순위 10위가 거의 변동이 없는 것이 국내 시장의 현실"이라며 "이 같은 상황에서 중소업체의 설자리는 사라져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일련의 흐름에 대해 게임산업이 벤처를 벗어나 어엿한 주력산업군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되는 대신 적절한 자극이 될 수 있도록 업계 스스로의 뼈를 깎는 노력도 필수적이라고 충고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숙하면서 거품이 사라지고 있는 단계"라며 "게임산업이 더이상 벤처 마인드로 접근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곳이 됐다"고 말했다.

josh@yna.co.kr < 뉴스의 새 시대, 연합뉴스 Live >< 연합뉴스폰 >< 포토 매거진 ><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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