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코리아' 위협하는 SW 불법복제
■ 저작권 보호가 경제 살린다(1) SW 불법복제와 국가경제
일본 도쿄의 중심가 신주쿠에 자리잡은 한 대형 디지털 가전 양판점. 8층 건물의 한 개 층 전체를 소프트웨어(SW) 매장이 차지하고 있다. 운영체제, 오피스 프로그램, 안티 바이러스 제품 등 다양한 패키지 SW가 이곳의 진열대를 꽉 채우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서점에서 고르듯 패키지 SW를 둘러보고 있다. 이같은 모습은 일본 대부분의 양판점에서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디지털 가전 양판점에서는 SW 패키지를 찾기 어렵고, 일부 매장에 놓여있는 SW 패키지도 게임 타이틀이 대부분이다. 패키지 SW 개발기업들은 국내에서 개인 사용자용 SW 시장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단언하고 있다. 그렇다고 한국이 일본만큼 SW를 쓰지 않는 것은 물론 아니다. 이같은 SW 판매량의 차이를 메우고 있는 것이 불법복제 SW이다.
불법복제 SW를 사용하는 것은 개인의 양심의 문제, 돈 몇 푼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IT산업은 물론, 국가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업인 IDC는 최근 2008년도 한국 SW시장의 불법복제 비율은 43%, 불법복제에 따른 피해액은 6억2000만달러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미국(20%)이나 일본(21%)에 비해 높은 수치이다.
전문가들은 SW 불법복제가 개발기업들의 의욕을 떨어뜨리고, 관련 연구개발 투자를 위축시켜 장기적으로 SW산업 전반의 침체는 물론, 연계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경제분석기업인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니트(EIU)가 66개국을 대상으로 IT 경쟁력을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16위로 지난해보다 8계단이나 하락했다.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도 한국은 오스트레일리아, 싱가포르, 일본, 대만에 이어 5위에 머물렀다. 특히 IT 인프라(20위)와 IT산업 환경(28위), IT 발전을 위한 지원(28위), 제도적 환경(33위) 등의 항목에서 2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SW산업은 젊은 세대에게 3D 업종으로 인식돼 피하고 싶은 분야가 되고 있다. SW 관련학과 평균 입학 정원수는 2006년 82명에서 2009년 79명으로 뚜렷하게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SW 관련학과의 입시경쟁률도 2008년 기준 3.98대 1로 대학 전체 입시경쟁률인 4.71대 1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발표된 IDC의 SW 경제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SW 불법복제가 4년 동안 10% 줄어들면 7600개의 신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13억달러(약 1조5200억원)의 경제성장효과와 함께 7억3600만달러(약 8600억원)의 추가 조세 수입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사무용소프트웨어연합은 SW 불법복제가 줄어들 경우 SW산업 전반에 걸쳐 경제 상승효과와 함께 IT서비스, 유통 등 IT산업 전반으로 생산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SW 불법복제는 또 국제 사회에서의 신뢰도 저하는 물론, 국가 간 통상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며, 국가 기밀의 해킹, 정보 유출 등으로 인해 심각한 국제 범죄의 피해를 입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에 따르면 SW 불법복제는 개인, 기업, 정부 등 우리 경제의 모든 구성요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우선 개인의 경우 SW 불법복제로 인해 보안위협, 시스템 고장, 개인정보 유출 등의 피해를 볼 수 있다. 또 장기적으로는 국가경쟁력 약화로 일자리가 줄어 개인의 경제생활에도 영향을 미치며, 개발자들이 개발을 포기함으로써 필요로 하는 제품을 얻지 못할 수 있다.
일반기업의 경우 보안 위협과 시스템 고장 등에 시달리고, 직원들의 자부심이 저하될 수 있다. 또 사업운영에 집중하지 못하고, 기업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세원 및 세수 손실, 국가기밀 해킹, 정보 유출 등이 문제를 야기할 수 있고,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강동식기자 dskang@< Copyrights ⓒ 디지털타임스 & d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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