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실명제 거부.."한국서 영상 못올려"

2009. 4. 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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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유튜브코리아, 댓글 등 업로드 기능 제한

"표현 자유 우선" 한국 정부 정책에 반기

세계 최대 인터넷기업 구글이 한국에서 인터넷실명제 수용을 거부하기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유튜브코리아를 운영하는 구글코리아는 9일 인터넷 본인확인제 대상 사이트가 된 유튜브코리아(kr.youtube.com)에 대해 한국에서는 동영상이나 댓글을 달 수 없도록 바꿨다. 구글은 한국에서 지난 1일부터 세계 최초로 실명제를 적용받게 됐지만, 지난 8일까지 이를 적용하지도 않고 입장 표명이 없어, 구글이 실명제를 수용할지에 대해 높은 관심을 불러왔다.

유튜브코리아는 9일 초기화면에 "국내 본인확인제로 인해 유튜브는 오늘부터 한국 나라 세팅에 한해 댓글과 동영상 업로드 기능을 자발적으로 제한하기로 했습니다. 업로드 기능이 없기 때문에 유튜브는 본인확인을 요구하지 않을 것입니다"라는 공지를 띄우고, 한국에서의 콘텐츠 업로드를 폐쇄했다.

세계 최대의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본인 확인을 요구하는 한국 정부의 실명제 정책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이다. 구글은 한국 정부에 명시적으로 반대한다는 모습과 한국내 사업 위축을 감수하고, 구글이 전세계에서 고수해온 경영 방침에 예외를 두지 않는 결정을 내렸다. 구글이 운영하는 유튜브는 세계에서 공통된 로그인 정책으로 아이디와 이메일, 비밀번호만을 요구하며 구글와 유튜브의 아이디는 연동돼 구글의 아이디로 유튜브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유튜브에 접속하는 것마저 차단된 것은 아니다. 동영상이나 댓글을 올리지 않으면, 유튜브에 접속해서 올라 있는 콘텐츠를 이용하는 것은 종전처럼 가능하다. 한국 밖에 거주하는 한국어 이용자들과 국내에 사는 외국인들을 위해 유튜브는 다양한 국가 설정과 언어 설정을 제공하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면 한국어로 댓글을 달고 콘텐츠를 업로드 하는 것도 가능하다.

즉, 국가 설정에서 '한국'대신 호주나 홍콩, 미국 등 다른 나라를 선택하고 언어로 '한국어'를 설정하면 종전처럼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구글은 한국에서 접속하는 아이피를 기준으로 국가 설정을 제공하지 않고, 사용자가 국가를 자발적으로 설정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유튜브를 이용해 콘텐츠를 올리거나 의견을 표시할 수 없도록 된 현상을 두고 한국 정부의 인터넷 정책에 대한 국제적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나 이란,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 민주화 운동이나 국가원수를 모독한 동영상 때문에 유튜브가 차단된 나라는 여럿 있으나, 구글이 자발적으로 특정국가에서 유튜브를 이용해 동영상을 올리지 못하도록 한 나라는 한국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한편, 구글 본사의 레이철 웨트스톤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총괄 부사장은 9일 한국 구글블로그에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라는 장문의 글을 올려, 구글이 한국에서 실명제를 거부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웨트스톤은 이 글에서 "구글은 구글의 모든 서비스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보다 많은 정보는 더 많은 선택과 자유를 의미하며 궁극적으로 개인에게 더 큰 힘을 주는 것이라는 믿음"이라고 밝혔다. 그는 "극단적인 경우 특정 국가의 법률과 민주적 절차의 부재가 구글의 원칙에 너무 벗어나 해당국가의 법을 준수하면서 사용자에게 혜택을 주는 사업을 도저히 영위할 수 없는 문제상황에 이르게 한다"며, 한국의 실명제에 대한 구글의 선택 배경을 밝혔다.

웨트스톤은 "합법적 콘텐츠라 하더라도 모든 지역에서 보편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법적인 사항만을 고려해 정책을 고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국에서의 익명을 통한 유튜브 사용이 용인되지 않는 것을 비판한 것이다.

웨트스톤은 "다른 의견을 표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나타내는 신호"라고 밝혔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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