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특허 전문가 플로리언 뮬러

임상수 2011. 8. 10.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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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특허 법원서 인정되면 삼성에 살인무기"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임상수 특파원 = "애플이 주장하는 특허가 법원에서 인정되면 삼성에 치명적인 살인무기가 될 수 있지만, 삼성의 특허는 돈을 버는 데 이용할 수 있는 주차요금 미터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독일의 지적재산권 전문가는 플로리언 뮬러는 9일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이 소송전에서 활용하고 있는 특허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그는 이어 "애플이 삼성의 갤럭시 시리즈가 애플 제품과 다른 다자인과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제품으로 바뀌기 전까지는 어떤 합의도 하지 않을 것이고, 삼성도 이를 수용할 수 없어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음은 뮬러와의 문답.

--애플과 삼성전자 간 특허소송에 대해 "추한 결별(Ugly Divorce)로 가는 것일 수도 있다"고 언급한 적이 있는데.

▲외부에서 두 기업 간 파트너십이 그대로 유지되는지, 향후 계약관계가 연장될지 등을 파악하는 것은 어렵다. 다만 이번 소송은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애플과 노키아는 소송을 해결하는데 거의 2년이나 걸렸으며, 노키아가 윈도 OS를 채택하지 않았다면 더 길어졌을 수도 있다.

애플이 1년 또는 2년 이상 다툼을 하게 된다면 중요한 부품 공급을 삼성에 의존한다는 것이 매우 위험한 것일 수 있다. 애플은 삼성전자의 최고경영층이 애플에 추가압력을 가하기 위해 부품 부분에서도 갈등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두 기업은 모바일 시장점유율을 놓고 싸우는 것이 수십억달러 규모의 부품공급 관계를 유지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삼성의 입장에서는 1천만대의 갤럭시폰을 판매하는 것이 1억대의 아이폰 부품을 공급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다. 핵심은 소비자들이 인식하는 강력한 브랜드이다. 나도 갤럭시폰을 2대째 쓰고 있다. 이들은 특허문제를 떠나 훌륭한 제품이다. 반대로 부품제조는 언제든지 대체될 수 있는 사업이며, 이익도 적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무기로 사용하는 특허를 비교한다면.

▲삼성전자의 특허 수가 애플보다 많지만 애플의 특허가 삼성전자의 안드로이드폰 사업에 더 치명적이다. 삼성 특허의 상당수는 산업표준과 관련된 것으로 타당하고 비차별적인 조건으로 로열티를 받을 수 있는 것들이지만 애플 제품의 생산 자체를 막을 정도는 아니다. 반면 법원이 애플의 주장에 동의하면 애플의 특허는 이론적으로 제품의 특정 기능을 죽일 수 있는 살인무기가 될 수 있다. 삼성의 특허는 이에 비해 돈을 벌 수 있는 주차미터기라고 할 수 있다.

애플은 삼성이 갤럭시 시리즈가 애플 제품과 다른 다자인과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제품으로 바뀌기 전까지는 어떤 합의도 하지 않을 것이고, 삼성도 이를 수용할 수 없어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삼성전자가 윈도폰 쪽으로 이동하면 해결될 수도 있다. 애플보다 우수한 삼성전자의 하드웨어에 지금은 비록 안드로이드보다 인기가 없지만 기술적으로 훌륭한 OS인 윈도를 채용한다면 애플도 쉽게 삼성을 공격할 수 없다. MS의 특허 파워는 애플보다 훨씬 강력하다.

이번 소송과 관련해 나는 중간적인 위치에 있다. 갤럭시 시리즈가 아이폰, 아이패드와 유사하다는 애플의 주장을 이해하면서도 애플의 일부 주장은 너무 과하다고 생각한다. 애플의 주장을 인정한다면 지금 시중에 있는 모든 스마트폰과 태블릿PC 기술에 대해 독점적인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말과 같다.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도 애플의 태도를 "과대망상"이라고 꼬집었다. 애플은 이번 소송이 회사 이미지에 줄 효과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애플은 일부 주장이 너무 과해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번 소송에서 애플은 디자인 부분, 삼성은 기술적인 부분을 강조한 것처럼 보이는데.

▲애플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전반에 걸친 기술 특허도 주장하고 있다. 애플이 호주에서 제기한 10가지 분야는 모두 기술과 관련된 것이며 미국에서 제기한 것 중에도 기술적인 부분이 많다. 오히려 애플이 주장하는 독점적인 디자인 권리에 대한 주장은 애플이 생각하는 것보다 인정받기 쉽지 않다. 궁극적으로 기술 특허가 양 기업 사이에 핵심적인 무기가 될 것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탭10.1에 대한 애플의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이 독일 법원에서 받아 들여졌는데.

▲유럽시장의 규모를 고려한다면 이번 결정은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애플이 미국 법원에서 신청한 가처분이 갤럭시탭 10.1 뿐 아니라 다른 제품과도 관련돼 있어 훨씬 중요하다. 참고로 독일보다 미국 법원에서 특허를 인정받기가 더욱 어렵다.

삼성전자는 이번 결정에도 애플과의 싸움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번 결정을 뒤집기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전세계으로 이뤄지는 다른 소송들도 계속 진행할 것이다. 모바일시장에서 메이저 플레이어의 지위를 유지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이번 결정에도 삼성전자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특허소송이 기업에 치명적인 손상을 가할 수 있는지.

▲(특허로 인해) 제품의 시장 접근이 제한되는 경우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그 같은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화해한다. 하지만 애플과 HTC의 소송 등 일부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안드로이드는 애플과 MS, 오라클 뿐 아니라 이보다 작은 기업들로부터도 수많은 지적재산권 소송에 직면하고 있어 결국 매우 비싼 OS가 되고, 일부 기능을 사용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기술적으로도 매우 빈약해 질 수 있다고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또 현재 뿐 아니라 미래에도 계속해서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며, 자체 집계 결과 이미 50건 이상의 소송이 제기된 상태다.

--MS는 안드로이드진영과 특허침해를 놓고 협상을 하고 있지만 애플과 달리 소송까지 가는 경우가 그렇게 많지 않은데.

▲MS는 수년간 700여개 고객사들을 대상으로 로열티 관련 사업을 해왔다. MS는 로열티만 요구하는 협조적인 특허보유기업이다. 물론 경쟁사가 로열티를 지불하면 제품가격이 올라가고 이익은 줄겠지만 MS는 이를 이용해 경쟁사를 무너뜨리지는 않는다.

애플은 다르다. 애플은 지적재산권이 자신들만의 것이라는 입장을 명백히 밝히고 있으며, 경쟁사의 특허가 꼭 필요할 때만 전략적으로 경쟁사가 자신들의 것을 사용하는 것을 허용한다. 애플과 같은 특허보유기업은 경쟁사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법정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의 한 일간지에서 정보기술(IT) 대기업 간 최근 특허전쟁이 역사상 최대 규모라는데.

▲정보통신기술의 미래를 위한 전쟁이다. 현재 무선통신과 컴퓨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등 3개 개별 산업이 하나로 수렴되고 있다. 이로 인해 생겨난 사상 최대의 거대산업 속에서 특허도 시장점유율과 향후 매출을 위한 전쟁터가 되고 있다. 무선 특허 관련 다툼은 항상 있어 왔지만 현재 특허소송은 이전보다 훨씬 엄청나고 광범위하고 깊고 복잡하다.

--최근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공개 설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구글이 특허전쟁이 혁신을 질식시킨다고 주장했는데.

▲특허란 사전적으로 특정 시간대, 특정 영역에서의 독점을 의미하며, 그 점에서 모든 특허는 혁신을 제한하지만 특허 보호의 유용성은 우선으로 혁신의 동기로도 작용한다.

소프트웨어 특허에 대한 구글의 우려에 대해 공감한다. 다만 구글은 현재 특허전쟁에서 불리한 처지에 있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특허에 반대하는 것이지만 나는 지속적으로 이런 주장을 해온 만큼 조금 다르다. 구글은 소프트웨어 특허 위에 세워진 회사이며, 소프트웨어 특허로 성장한 대형 IT업체 가운데 하나이다.

애플이나 MS, 오라클 등은 현재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오라클은 선마이크로시스템스를 인수한 만큼 구글의 스마트폰 운영체계(OS)인 안드로이드를 공격하거나 애플과 MS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선마이크로시스템스가 보유했던 자바로 돈을 벌고 싶은 것이고, 기술 통제권을 요구하는 것이다.

nadoo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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