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플랫폼 전략] 중저가폰은 '바다OS'로 간다

2010. 6. 12.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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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휴대폰의 미래◆

지난 5월 24일 삼성전자는 독자 모바일 플랫폼(잠깐용어 참조) '바다'를 탑재한 스마트폰 '웨이브'를 마침내 유럽시장에 선보였다. 삼성이 지난해 12월 자체 플랫폼 바다를 제작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6개월 만에 시장에 내놓은 결과물이다. 삼성 측은 자체 제작 플랫폼인 바다를 발표하면서 바다를 안드로이드, 윈도모바일 등에 버금가는 멀티 플랫폼 중 하나로 만들겠다는 전략을 공표했다.

삼성이 내놓은 독자 플랫폼 바다는 과연 어느 정도 경쟁력이 있을까?

일부 전문가들은 삼성이 하드웨어 전문업체이기 때문에 삼성의 플랫폼이나 소프트웨어 제작 능력에 의문을 제기한다. 지난해 11월 아이폰 국내 출시로 스마트폰시장에서 충격을 받은 삼성이 급하게 플랫폼 제작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홍준성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센터 상무는 "2008년 미디어솔루션센터를 설립한 후 플랫폼과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해 노력해왔다. 바다는 단기간에 만든 급조물이 아니다"라고 반박한다.

이처럼 삼성이 주전공이 아닌 분야에서 독자 제작에 뛰어든 이유는 플랫폼이 스마트폰 경쟁력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애플과 구글의 최대 강점은 자체 플랫폼을 기반으로 콘텐츠-애플리케이션 유통시장-단말기로 연결되는 모바일 생태계를 구축했다는 사실. 애플과 구글의 스마트폰 사용자는 각자의 앱스토어에서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받고 수시로 무선망에 접속해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모바일 생태계는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기 때문에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사용할 수 있는 콘텐츠가 풍부해진다. 이미 애플 앱스토어에는 18만5000개의 애플리케이션이 등록돼 있으며, 다운로드 횟수는 40억회를 돌파했다. 결국 모바일 생태계의 기반이자 콘텐츠 제작의 표준이 되는 플랫폼과 콘텐츠 확보가 업계의 장기적인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로 떠올랐다.

더욱이 구글과 애플이 자신들의 플랫폼을 바탕으로 한 TV시장 진출까지 공언한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한시바삐 자체 플랫폼 제작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바다'다.

개발자 끌어들이기가 관건

이처럼 급하게 개발한 바다지만, 삼성전자는 바다 개발을 통해 자체 모바일 생태계를 구축했다는 데 의미를 둔다. 전문가들도 '삼성전자로서는 바다와 같은 운영체제(OS) 하나는 갖고 있는 게 맞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전성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바다는 아직 미흡하지만 제조업체인 삼성이 첫 자체 플랫폼을 보유하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초기 플랫폼의 기술적 완성도는 큰 의미가 없고, 향후 독자적인 비즈니스모델에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을 끌어올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는 데 의의를 둬야 한다"고 평가했다.

결국 바다는 바다 자체로 끝나는 게 아니라 바다를 기반으로 한 삼성앱스 서비스를 구축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삼성전자는 삼성앱스를 세계 80여개국으로 확대해 콘텐츠를 유통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현재 삼성앱스는 10여개국에 서비스를 제공하며, 1500~1600개의 애플리케이션이 유통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거대한 그림을 그리고 있지만 일각에선 삼성전자 측이 애플리케이션이나 콘텐츠 개발자들을 끌어올 유인이 없다는 점에서 삼성앱스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내비친다. LG전자의 한 엔지니어는 "삼성 바다폰이 많이 깔린다고 해서 개발자들이 자동으로 따라오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안드로이드 앱스도 활성화가 안된 상황인데, 심지어 바다폰은 더하지 않겠나"라고 꼬집었다.

실제 삼성전자는 바다 기반 콘텐츠를 활성화하기 위해 30억원 이상의 상금으로 '바다 개발자 챌린지' 콘테스트를 여는 등 부산을 떨고 있지만 결과는 미지수다. 김중태 IT문화원 원장은 "콘텐츠는 단발성 행사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들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지적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 입장에서는 이미 사용자들이 많은 플랫폼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소프트웨어는 OS를 포함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같은 내용의 소프트웨어라도 다른 플랫폼에서 운영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새로 제작해야 한다.

개인 애플리케이션 개발자 최진영 씨는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을 안드로이드폰용으로 바꾸기 위해서도 시간이 상당히 걸린다. 제작자 입장에서는 이미 많은 사용자들이 참여하는 플랫폼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 바다까지 갈 여력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런 이유로 업계에선 바다를 안드로이드와 윈도모바일의 대항마가 아닌, 중저가 스마트폰용 OS로 보고 있기도 하다. 삼성전자 또한 바다가 중저가 제품에 장착되면서 스마트폰 대중화를 앞당길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바다 플랫폼은 중고등학생에게 부담 없는 대중적 스마트폰에까지 탑재될 예정이다. 다양한 가격대의 스마트폰을 공급해 스마트폰 대중화에 기여할 것이다"라는 홍준성 상무 얘기는 이 같은 추측을 뒷받침한다.

이와 관련 업계에선 삼성전자 측이 아예 바다를 활용한 중저가형 스마트폰으로 기존 피처폰(잠깐용어 참조)을 대체하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본다.

김중태 원장은 "삼성이 북미와 유럽 스마트폰시장 진출에는 늦었지만, 중국·인도·동남아 시장만 해도 30억인구가 넘기 때문에 중저가 스마트폰으로 시장을 공략할 여지가 있다. 이들 시장에서는 저가형 안드로이드폰과 바다폰이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바다폰이 피처폰을 대체하는 중저가형 스마트폰시장에서는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바다를 중심으로 한 스마트폰 OS와 관련해 삼성전자가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시선은, 소프트웨어 우위 시대에 하드웨어 업체로서 성장해온 삼성전자의 한계다.

최성제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의 경쟁력은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에 있다. 삼성전자는 아직까지는 스마트폰 구동 속도나 아몰레드 화면을 강조하는 등 하드웨어업체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애플은 단 한 종류의 아이폰으로도 스마트폰시장을 석권했지만, 삼성은 옴니아, 갤럭시 시리즈에 바다폰인 웨이브까지 내놓고도 열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인터뷰 홍준성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센터 상무

삼성 모바일 플랫폼 바다의 강점은 무엇인가.

바다는 고급사양부터 대중적인 단말기까지 다양한 제품에 적용이 가능하도록 구성돼 스마트폰 대중화에 기여할 전망이다. 특히 가격경쟁력이 높은 대중형 스마트폰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될 전망이기 때문에 바다 플랫폼은 애플리케이션 제작자들에게도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일부 시장에서 돌고 있는 '바다 외주제작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바다 플랫폼은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수년간 노력해 만든 플랫폼으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국내외 업체들과 협력해 제작했다. 100% 독자기술로 만들지는 않았지만 기술의 융합과 협력은 글로벌 트렌드이므로 이를 '외주제작'으로 보는 것은 무리다.

바다가 저가용 스마트폰을 위한 플랫폼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삼성전자는 멀티 플랫폼 전략으로 스마트폰시장에 대처하고 있다. 이 중 바다는 고급사양과 중저가형 스마트폰에 모두 탑재될 예정이고, 특정 스마트폰을 위해 만든 플랫폼이 아니다.

6월 중 출시할 바다폰 웨이브는 대표적인 고급사양의 스마트폰이다.

바다 플랫폼용 콘텐츠 확보전략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끌어모을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삼성전자는 풀터치폰 생산 세계 1위로 향후 많은 휴대폰이 바다를 탑재해 판매될 예정이다. 바다폰의 사용자가 늘면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게는 비즈니스 기회가 생긴다.

또한 바다 개발자 웹사이트(developer.bada.com)를 통해 개발자를 지원하는 등 개발자 친화적인 모바일 생태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30억원 이상의 상금으로 진행하는 '바다 개발자 챌린지' 콘테스트도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끌어오기 위한 방편이다.

잠깐용어모바일 플랫폼(Mobile Platform)

소프트웨어를 구동시키는 데 기초가 되는 시스템 환경으로 운영체제와 미들웨어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잠깐용어피처폰(Feature Phone)

모바일로 웹에 접속하는 스마트폰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전화를 하고 받는 기능만을 갖춘 휴대폰이다.

[김병수 기자 bskim@mk.co.kr / 윤형중 기자 hjy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60호(10.06.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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