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구입하면 '매국노', 국산폰 사면 '애국자'?

2009. 12. 10.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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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인성 기자]

아이폰

ⓒ 애플

아이폰은 쓸만한 스마트폰입니다. 아니 정말 훌륭한 제품입니다. 여태까지 이런 제품은 본 적이 없습니다. 이 제품을 쓰면 전화와 인터넷을 통합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게임을 비롯해서 여러 유용한 프로그램들을 쉽고 편하게 쓸 수 있습니다.

소송까지 했어도 바꿀 수 없었던 윈도-익스플로러-액티브엑스로 요지부동이던 웹 현실이 아이폰 때문에 극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결재시스템도 달라진다고 합니다. 포털들은 다투어 모바일용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으며 웹페이지들도 그에 맞게 개편되고 있습니다.

통신사들은 뒤늦게 대량의 공짜폰을 출시하면서 맞서보려고 하고 있으나 수많은 이탈자들이 생겨나자 역부족을 느끼고 무선랜 탑재와 같은 사용자에게 유리한 기능들을 허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넷에는 아이폰 사용 경험자들의 글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주로 여태까지 통신사들에게 속아 국산 스마트폰을 구입했었던 것을 후회하는 내용입니다. 아이폰을 만져본 사람들의 찬양 글도 넘치고 각종 팁과 사용법에 관한 블로그도 많아졌습니다. 머리를 쥐어 뜯으며 국산폰 구입을 후회하는 주위 사람들도 볼 수 있습니다. 대세는 아이폰인 듯합니다.

그러나 화면 크기와 CPU 빠르기만 내세우는 제조 업체와 전화와 문자만 쓸 수밖에 없도록 시장을 왜곡해 온 통신사를 반성시키기 위해서는 좀 더 큰 변화가 필요합니다. 사용자의 목소리를 들어야 산다는 것을 알게 하기 위해서는 얼리어답터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아이폰을 구입해야 할 것입니다. 사람들의 손에서 밝게 빛나는 아이폰의 화면이 그들에게 촛불집회의 타오르는 촛불처럼 보이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아이폰에 대항하는 국내폰의 애국심 마케팅

웹표준을 지키라는 소송은 결국 패소했습니다. 소송 패소에 대한 항의로 닫힌 웹이 되어버린 오픈웹. 현재 아이폰 때문에 결제 시스템 등이 바뀌고 있는데 아이폰만 지원하는 것이 아닌 표준을 지키는 방향이 되어야 합니다.

ⓒ openweb

그러나 이런 주장을 드러내놓고 하면 안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기존 휴대폰 업체가 아무리 밉다고 외제 상품을 구입하라고 외치는 것은 매국노가 되는 기분입니다. 애국심, 국산품 애용 같은 정신 교육을 받고 자라서 그럴까요? 국산폰은 우리편이고 아이폰은 적이라는 도식이 우리의 무의식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아이폰의 장점을 이야기하는 글을 공격하는 사람들이 대개는 애국심에 불타는 보통 사람들이라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나 애국심의 발로임을 감안하더라도 아이폰 사용자의 경험담을 '매국노 애플빠'의 찬양으로 몰아가고 국내폰과 외산폰의 대결 구도로 만들려는 태도들이 우려할 수준입니다. 공정함을 요구하지만 그 잣대가 심각하게 휘어져 있습니다. 감정적이고 공격적인 반응들이 대단히 폭력적입니다.

국산폰을 편들고 싶어 억지로 장점을 찾아내고 아이폰의 단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행위에 아무런 문제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태입니다. 윈도 모바일의 국산 스마트폰은 사용이 어렵습니다. 아무리 애국심을 발휘해도 잘 쓰기 힘듭니다. 낮은 성능은 다만 사용자의 시간과 돈을 낭비하게 할 뿐입니다. 외제보다 국산품이 더 비싼 이유는 애국심을 끼워 주기 때문이라고 믿고 싶어도 따라오는 것은 배신감뿐입니다.

여태까지 질 낮은 제품을 싼 가격에라도 수출해 보겠다는 기업을 돕기 위해 비싼 국내 가격을 이해하는 관행이 수십 년간 계속되었습니다. 우리편이란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탐욕스런 그들은 아직도 멀었다고 말합니다. 계속 성장해야 하기 때문에 분배는 안 된다고 합니다. 여전히 외국보다 더 비싸게 사달라고 하고 환율이 올랐을 때 높인 가격을 환율이 내려도 낮추지 않습니다. 자각하지 않으면 우리 지갑은 앞으로도 쭉 그들이 필요할 때마다 돈을 마음대로 빼 갈 수 있는 캐시카우로 전락해버릴 것입니다.

그들은 믿음을 배신했을 뿐만 아니라 도덕심도 없습니다. 각종 편법을 일삼고 기형적인 회사 지분 구조를 이용해 회사를 사유화하고 있는 그들의 제품에서 긍지를 느낄 수 없습니다. 우리가 애국심을 가지고 국산품을 애용하면 할수록 나라가 병들어가는 이 아이러니를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럼에도 제품이 아이폰보다 못하지만 쓸 만은 하다면 구입해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용 편의성 면에서 국내 스마트폰은 아이폰과 비교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세뇌는 오늘도 계속됩니다. 하지만 실 사용자들의 입 소문이 무섭게 번지고 있습니다. 애국심에 호소하는 일로도 부족해지자 그들은 비겁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국내폰에 비정상적으로 우호적인 왜곡된 메스컴

아직도 인터넷 여론을 인위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생각들을 하고 있습니다. 게시판을 자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가기 위한 알바를 모집하고 있다고 의심되는 채용 광고

ⓒ 화면캡쳐

과학 기술이 논리적이고 객관적 진실을 중시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상 가치 판단이 우선하는 경향이 더 강합니다. 게시판에서 이루어지는 수많은 아이폰 논쟁이 결국 말싸움으로 끝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자유로운 게시판에서는 아이폰에 대한 호감을 나타내는 글이 넘쳐나지만 공적인 매체에서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아이폰에 대해 호의적인 기사는 거의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신문 기사들은 말도 안 되는 논리와 사실 왜곡까지 더해서 국산품에 편향적인 주장을 쏟아 내고 있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그런 스펙상의 우수성보다는 사용의 편리함이 더 중요한 법이지만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습니다.

공적인 영역에서는 국산폰에 대해서 왜곡을 해도 별 문제가 없지만 아이폰에 대해서는 조금의 과장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애국자들이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지기 때문입니다. 진보주의자들이 이 사회에 겪는 것처럼 아이폰에 대해서는 정확한 사실에 근거하고 증명할 수 있는 내용만 이야기해야 합니다. 논리적으로도 완전무결해야 하며 그 어떤 편애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매체들은 이렇게 걸러낸 의견도 함부로 실을 수 없습니다. 아이폰이 더 좋다는 비교 글을 싣기 위해서는 광고 중단과 같은 보복을 각오해야 하니까요. 실제로 진보적인 매체들은 올바른 목소리를 내느라 수익이 없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디고 있습니다.

맞는 말이라고 해도 너무 열심히 떠들어도 안 됩니다. 애플빠라는 소리는 애교에 불과합니다. 애플한테서 돈 받고 떠든다고 의심받습니다. 좀 더 진행되면 특정 기업을 공격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찍히거나 자국 기업에 유난히 매정한 자들이며 매국노란 소리도 들어야 합니다. 좌익이란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사실 이런 식의 편가르기 방식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것입니다.

그들이 아이폰을 공격하는 것은 각성한 자들의 마음을 돌리려는 것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직 아이폰에 경험이 없어 국산폰도 좋다는 그들을 말을 믿으며 외산폰에 대한 막연한 반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이 쓸데 없는 호기심을 보이지 않도록 만들기 위해서 왜곡된 기사를 내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분할 및 정복 이것이 진실을 알게 된 자를 불경죄로 단죄하는 세상의 법칙이니까요.

심하게 우 편향이 되어 있는 한국 사회는 조금이라도 진보적이거나 개혁적이면 좌익으로 매도하고 빨갱이란 낙인을 찍습니다. 아니 이젠 그 정도가 심해져서 조금만 "남과 다른" 이야기를 하면 그렇게 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냥 닥치고 있는 것이 서로 편합니다. 아이폰 사지 말고 기다렸다가 좋은 국산 스마트폰이 나오면 그 때 살까요? 건전한 애국 시민은 이래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아이폰 옹호는 개인에게도 위험한 일

▲ 아이폰 대항마

사용편리성에 더해 개방성까지 가진 안드로이드 휴대폰. 국내에도 출시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애플과 같이 스펙과 소프트웨어를 통제하는 방식이 아니라서 통신사가 장점을 다 죽일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많습니다.

ⓒ motorola

아이폰의 장점을 이야기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위험한 일입니다. 애국심 깊은 분들의 집요한 공격이나 감정적인 대응도 견뎌야 합니다. 외산폰에 대해서 말할 때는 어떠한 의도도 가질 수 없습니다. 국산폰에 대한 편향된 기사들은 국내 업체로부터 광고를 비롯한 금전적인 대가가 있다고 심하게 의심을 받지만 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대신 외산폰에 우호적으로 글을 쓰면서 액세서리 하나라도 받았다가는 형사 처벌까지 각오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제대로 만든 외산 휴대폰 하나 칭찬하는 것과 진보적인 것과는 하등의 관계가 없음에도 사회가 받아들이는 행태와 대응 방식은 진보주의자에 대한 것과 흡사합니다. 일반인들의 오해를 받아야 하고 언론의 왜곡된 공격도 견뎌야 합니다. 애플 사용자들에게서조차 의심을 받기 때문에 도움을 기대할 수도 없습니다. 오로지 자기 신념에 따라 홀로 싸워나가야 합니다.

아이폰에 대한 옹호 글을 씀으로 해서 개인적인 영화를 바랄 수도 없습니다. 오히려 철저히 주류와는 단절된 길을 갈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한 번 써 본 아이폰의 그 뛰어난 성능에 대해서 입을 닫을 수 없다는 양심, 국산폰 제조업체와 통신 업체가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결코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안타까움, 그들에게 올바른 길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무감은 결국 이런 식으로 우리를 위험한 곳으로 몰아갑니다.

애플에도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아이폰도 완벽한 기계는 아닙니다. 저는 사실 리눅스 엔지니어입니다. 애플과 아이폰 자체에 애정을 가진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제서야 아이폰에 열광하는 윈도 사용자들이 가증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저 또한 안드로이드가 나오면 다시 그 쪽으로 넘어갈 뜨내기 사용자에 불과하기 때문에 아이폰과 애플 자체에 애정이 있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영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전략적으로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선일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아이폰은 선한 것입니다.

여태까지 그 어떤 노력으로도 바꾸지 못했던 한국적 웹의 폐쇄성을 바꿀 수 있게 만들어 주고 이동 통신 업체들의 횡포를 저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 아이폰을 옹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애플은 현재 한국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할 위대한 제품입니다.

아이폰 구입은 진정한 애국 행위휴대폰은 통화와 문자나 하면 돼, 스마트폰 그거 불편해, 국산폰도 좋아. 윈도모바일 사용자는 바보냐? 윈도 폰도 잘만하면 쓸 만해. 배터리 못 바꾸는 휴대폰이 휴대폰이냐? 게임 하다가 전화 못 받으면 어떡하려고? 아이폰은 외제폰이잖아? 그거 좋다고 막 사면 국산폰 업체 망하는데 그래도 좋아? 미우나 고우나 우리나라 폰 사줘야 애국이잖아. 우리가 남이냐? 애플은 더해. 걔들이 얼마나 폐쇄적인데, 다 지들도 우리 피 빨려고 하는 거지 우리 생각해서 만든 줄 알아? 그저 외제 좋다는 놈치고 제정신인 놈 못 봤어. 아무리 잘나 봤자 핸드폰이 그게 그거지 뭐가 달러? 똑같애 다 똑같애! 그냥 국산폰 써! 편안하고 안전한 세상에서 공동체와 마찰 없는 안락한 삶을 원하시나요? 애국심에 가득 찬 당신의 신념을 배신하는 세상의 진실이 두려우신가요? 기존의 질서를 파괴하려는 불온한 자들의 메시지가 불편하신가요? 그렇다면 그냥 국산폰 쓰시고 이런 쓸데 없는 논쟁에 관심을 가지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오늘도 당위에 눈뜬 자들은 IT의 미래들 걱정하고 진정한 개혁을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극우화된 세상은 다른 이야기를 용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좋습니다. 이런 식의 노력을 그렇게 밖에 매도할 수 없는 사회라면 그 비난을 감수하고 나아가야 합니다. 이 시점에서 한국 IT의 미래를 위해서는 아이폰을 구입하는 것이 진정한 애국입니다. 아이폰을 손에 든 소비자의 요구만이 희망을 잃어가는 IT를 살릴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아이폰에 대해서 어떤 입장에 서고 어떤 사실을 받아들이고 어떤 의견을 주장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다 떠나서 우선 잠깐 빌려서라도 아이폰을 한 번 써보시고 나서 말씀하시는 것은 어떨까요? 아, 기억하세요. 이 아이폰이란 빨간 약을 먹고 나면 다시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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