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자 '소통 마술' 세상을 바꾼다

2009. 6. 22.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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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란 대선 시위서 맹활약 '트위터'

쉽고 빠르게 간략한 메시지 전달

모바일용 사회관계망 서비스 '인기'

한국선 '미투데이' 이용자 늘어

"140자로 얼마나 쓸모 있고 조리 있는 얘기를 전달할 수 있겠어?"

우습게 여겨졌던 모바일 단문 서비스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새의 지저귐'을 뜻하는 단문형 블로그 서비스 '트위터'(twitter.com)다.

지난 20일 아널드 슈워제네거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탄 비행기가 기체 결함으로 비상착륙하자, 슈워제네거는 즉시 트위터에 "모험이었지만, 모든 게 괜찮다"는 글을 올리고 사진을 링크 걸었다. 이는 슈워제네거를 친구로 등록한 40만명에게 바로 전달됐다. 피겨퀸 김연아 선수가 트위터를 시작하자, 그를 친구로 등록한 이도 1만8000명을 넘었다.

이달 초 시사주간지 <타임>은 트위터를 표지기사로 싣고, 트위터가 어떻게 개인 생활과 비즈니스를 바꿀 것인지를 진단했다. 소소한 일상이나 유명인의 팬 관리 수단으로 활용되던 트위터의 숨은 위력이 드러난 것은 지난 12일 이란의 대선 이후다. 이란 정부가 구글·유튜브 등을 차단한 상태에서 테헤란 내 집회와 발포사실은 트위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알려졌다. 트위터만이 '봉쇄'를 뚫은 비결은 무엇일까.

■ 이란 정부의 봉쇄를 뚫은 힘

이란 정부는 여느 사이트처럼 아이피를 막는 방식으로 트위터를 차단했지만, 트위터 이용자들은 곧바로 우회로를 찾아내 이를 주고받았다. 모바일의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특성상 가능한 일이다. 트위터는 유선인터넷보다 휴대전화와 스마트폰 등 모바일 단말기에 알맞게 설계된 사회관계망 서비스다. 140자로 글쓰기를 제한한 것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에 맞춘 것이다.

문자메시지나 블로그와 구별되는 트위터의 힘은 플랫폼적 특성에서 나온다. 쉽고 빠르고 간결해서 어디서나 간편히 글을 올리고 확인할 수 있지만,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풍부한 응용프로그램이 있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고 인터넷의 무한한 자원에 바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사회관계망 구조 △140자 이내의 모바일 환경 △링크를 통한 확장 가능성 △실시간 검색 △외부개발자의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등이 트위터의 플랫폼적 특성이다. 블로거닷컴을 구글에 매각한 에번 윌리엄스 등이 2005년 시작한 트위터는 1년 전 200만명이던 이용자가 최근 3200만명으로 늘어나는 등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트위터는 기본 기능에 충실할 뿐 상업적 시도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 구글의 초창기와 유사하다. 대신 트위터가 제공한 개발툴을 이용해 외부 개발자들이 만든 애플리케이션들이 쏟아지고 있다. 트위터용 응용프로그램은 1만1000개가 넘게 나올 정도로 생태계가 활성화하고 있다.

구글이 사용자들의 평가를 통한 신뢰할 만한 검색결과로 검색시장을 제패했다면, 트위터는 '지금 이 순간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검색하고 전파하는 데 가장 탁월한 도구다. 아이폰과 같은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웹이 확산되면서 문자메시지와 블로그가 결합한 형태의 단문 블로그가 때를 만났다.

■ 문자메시지·감정노출 익숙한 모바일족 겨냥

트위터와 유사한 '미투데이'(me2day.net)를 개발해 이를 엔에이치엔(NHN)에 매각한 박수만 엔에이치엔 미투데이 부장은 새로운 의사소통의 출현으로 설명한다. 박 부장은 "이메일·메신저·전화 등 기존의 소통수단은 연락하려는 사람이 상대에게 일방적 메시지를 보냈다"며 "단문 블로깅은 나를 친구로 등록한 사람을 향해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을 올려놓은 뒤 관심 있는 지인들의 반응을 기다리는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풀이한다.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지인들과 대화하고 싶지만, 바쁜 사람을 붙잡고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묻긴 힘들다. 트위터나 미투데이는 메신저의 '스크린네임(필명)'을 이름 대신 자신의 감정이나 메시지를 바꿔가며 친구들에게 전달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최근 메신저 이용자들은 '홍길동' 같은 이름 대신 '남친이랑 다퉜어~우울해' 같은 식으로 자신의 상태를 내보이고, 지인들의 반응을 기다리는 데 익숙하다.

단문 블로그는 문자메시지 세대를 위한 서비스다. 이람 엔에이치엔 이사는 "한 달에 문자를 3000통 이상 쓰는 젊은 이용자층이 있다"며 "미투데이는 이들에게 어울리는 모바일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자메시지는 1 대 1로 이뤄지며 비용이 들지만, 단문 블로그는 저렴하게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팝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지난 18일 트위터에 '북미 공연티켓 판매에 들어갑니다'라는 글을 올려, 자신을 좇는 194만명의 팬에게 바로 전달했다.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와 달리 비용도 들지 않았다. 그룹 에픽하이의 타블로를 좇고 있는 미투데이 친구는 1800여명, 이 중 600명은 휴대전화로 타블로가 올리는 내용을 바로 전달받는다. 트위터를 활용한 기업 마케팅도 활발해지고 있다.

모바일 인터넷 사용이 원활치 않은 국내에서도 트위터·미투데이 같은 단문 블로깅이 새로운 의사소통수단으로 정착할지 관심이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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