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강국 한국, 왜 따로 놀죠?"

2008. 9. 23. 08:5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아이폰 못 쓰고…인터넷 통제하고…

기술 표준·정책 고립 자초…외국전문가들 의문제기

"야외에서 와이브로로 인터넷을 쓸 수 있다니 부럽습니다." "인터넷뱅킹이 익스플로러로만 가능하다니 믿기지 않습니다."

이달 초 제주도에서 열린 한 국제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외국 정보기술 전문가들은 한국에 대해 상반되는 감탄사를 쏟아냈다. 인터넷에 글을 올리려면 신분 확인을 거쳐야만 하고 '사이버 모욕죄'가 추진되고 있는 현실을 알려주자 "중국과 다른 점이 뭐냐"고 되물었다. 애플의 스마트폰인 아이폰을 로밍해온 이들이 많았지만 "한국은 무선인터넷 콘텐츠 플랫폼 위피 의무화로 국내에서 아이폰을 사용할 수 없다"고 설명하니, 이해가 안된다는 반응이었다.

한국은 휴대인터넷(와이브로) 세계 첫 상용화와 더불어 온라인게임·인터넷뱅킹이 보편화한 '정보통신 강국'으로 외국인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정보통신 환경은 기술 표준과 정책적 측면에서 '한국에서만 고유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 한국선 못 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와 액티브엑스를 통해서만 상거래를 할 수 있는 현실은 세계 유례가 없다. 파이어폭스와 구글 크롬의 등장으로 웹브라우저 경쟁이 뜨겁지만, 한국에선 '찻잔 속 바람'도 안된다. 파이어폭스와 크롬을 써서는 인터넷 뱅킹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호기심에 이들 브라우저를 내려받아 쓰던 이용자들도 익스플로러로 되돌아가는 현실이 익스플로러 점유율 98%의 이유를 말해준다. 이베이나 아마존 등 세계에서 가장 전자상거래가 활발한 사이트가 모든 브라우저에 개방된 것과 딴판이다.

아이폰도 현재론 '그림의 떡'이다. 아이폰용 응용프로그램을 판매하는 애플 앱스토어는 두 달 만에 1억회가 넘는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소프트웨어 개발·유통 환경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개발자들은 앱스토어에서 나오는 잇단 성공사례를 부러워하고 있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은커녕 제품 사용기회도 얻지 못했다. 애플 아이폰은 한국에선 위피를 의무탑재해야 한다는 이유로, 출시를 미루고 있다.

■ 한국에만 있다

국민 대부분의 개인정보가 수시로 인터넷에 대규모로 노출되고 그 정보가 외국에서 거래되고 있는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옥션, 하나로텔레콤, 지에스칼텍스 등 대규모 유출이 잇따르는 것은 공공 목적의 주민등록번호가 민간의 마케팅 도구로 수집·관리되어 왔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도 개인정보 침해 사고가 일어나지만, 한국과 같은 불변의 전국민 식별번호가 없기 때문에 그 피해가 우리처럼 크지 않다.

주민번호에 기반한 아이디와 아이피 주소를 통해 손쉽게 사용자를 특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한국에서는 인터넷 행적이 낱낱이 추적될 수 있다. 당국은 강력한 인터넷 사용자 검출시스템을 기반으로 실명제나 사이버 모욕죄 같은 인터넷 통제정책을 내놓고 있다.

거대한 세계와 연결된 인터넷에서 국내에서만 통하는 '예외'가 많은 것은 '고립화'로 이어질 수 있고, 장기적으로 정보통신 산업환경 및 생태계와 관련한 우려를 낳고 있다. 류한석 소프트뱅크미디어랩 소장은 "토종기업이 지배하는 '한국적 방법'이 잘못된 것만은 아니지만 개방과 경쟁을 통한 기술발전이라는 선순환이 일어나기 힘든 구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누리꾼은 이런 상황에 대해 "고립된 환경에서 번성했던 특이한 생물들이 어느 순간 외래종들이 밀려오자 멸종하게 된 갈라파고스 섬과 같이 한국의 아이티 생태계가 위태롭다"고 평가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한겨레 관련기사] ▶ 여당 지도부, 종부세 정부안 놓고 '파열음'▶과세대상 22만명 빠져…껍데기 종부세▶한나라당서도 금융규제 완화 '반대 목소리'▶'유모차부대' 주부, 경찰에 따져묻다▶종부세 '무력화'…집부자에 또 감세선물▶ KBS '9·17 보복인사' 유감 표명…보도본부장, 사원들에 재발방지 약속

세상을 보는 정직한 눈 <한겨레> [ 한겨레신문 구독| 한겨레21 구독]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