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친 엘피다 "25나노급 7월 양산"한다더니 샘플조차 고객사에 전달안해

백승재 기자 2011. 8. 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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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위의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일본 엘피다가 지난 5월 "7월부터 회로 선폭(간격)을 25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까지 줄인 D램 반도체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겠다"고 호언장담했으나 결국 허세(虛勢)로 드러났다.

'19년 만의 한·일 반도체 기술 재역전'이라며 호들갑을 떨던 일본 언론도 잠잠해졌다. 일본은 1980년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다 1992년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64메가 D램을 개발한 이래 신기술 개발과 시장점유율에서 줄곧 한국에 뒤지고 있다.

◆25나노급 반도체 양산한다더니…침묵하는 엘피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엘피다는 7월 마지막 날인 31일까지 25나노 공정을 적용한 D램 샘플(견본)을 고객사에 전달하지 못했다. 7월 말 현재까지 양산 계획에 관한 추가 발표도 하지 않았다. 신기술을 무기로 삼아 세계 1·2위인 삼성전자·하이닉스를 제치겠다던 구상도 물거품이 됐다.

이 회사는 지난 5월 보도자료와 홈페이지를 통해 "(25나노미터 D램을) 7월부터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일본 언론들은 "한국 업체에 빼앗긴 반도체 주도권을 19년 만에 되찾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흥분했었다.

업계에서는 엘피다가 연말까지 25나노급 제품을 양산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반도체 업체는 새로운 제품 개발에 성공하면 반드시 주요 고객사에 샘플을 보낸다. 제품에 사용했을 때 무리 없이 작동하는지 시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고객사가 테스트 후 'OK' 사인을 보내면 비로소 본격적인 양산이 시작된다. 샘플 시험 기간은 보통 2~4개월이 걸린다.

이승우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샘플 테스트 등 일정을 감안하면 엘피다가 연내 양산에 성공할지도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오히려 D램 가격 급락을 견디다 못한 엘피다가 일시적으로 20% 가량 감산에 나설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한·일 기술 격차 1년 유지될 듯

엘피다가 공식 발표한 양산 계획을 못 지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엘피다는 2009년과 지난해에도 각각 40나노미터 D램과 30나노미터 D램 양산 계획을 발표해놓고 일정을 맞추지 못했다. 특히 30나노미터 제품의 경우 발표 시점보다 1년이 지난 최근에야 양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권오현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 5월 엘피다의 25나노 개발 발 표를 듣고도 "(사실인지) 좀더 두고 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엘피다는 삼성전자보다 1년가량 기술이 뒤처진다. 최근 엘피다를 방문한 김장열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6월부터 30나노미터 D램 양산을 확대하는 단계이며, 이마저도 8월 말~9월 초부터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작년 7월 30나노미터 D램 양산을 시작했다.

전자업계는 엘피다가 자금 조달을 위해 과장된 발표를 한 것으로 관측한다. 2분기 연속 적자를 낸 엘피다는 지난 12일 신공정 투자 명목으로 797억엔(약 1조원)의 자금조달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엘피다가 대규모 자금조달에 성공할 경우 국내 업체들도 '고난의 행군'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1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끌어모으면 엘피다는 차입금을 갚기보다는 공격적으로 투자에 퍼부을 가능성이 크다"며 "반도체 업계의 공급 과잉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D램

PC에 일반적으로 쓰이는 메모리반도체의 일종. 삼성전자, 하이닉스, 일본 엘피다가 시장점유율 1, 2,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내부 회로의 선폭(간격)을 줄이면 생산 효율이 올라가기 때문에 각 업체마다 회로선폭을 줄이기 위한 기술 경쟁이 치열하다. 현재 30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급 제품까지 양산되고 있으며, 하반기 중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이 20나노미터급 제품을 양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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