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뼈저린 실수'.. 기막힌 사연 보니..

박지성 2011. 8. 17.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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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원조는 삼성.. 멈칫거리는 사이 애플이 선수쳐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발표 충격파가 전 세계 IT업계를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스마트 시장 패권 쟁탈전을 둘러싼 IT업체 전략의 뒷 이야기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3년 구글과 애플보다 훨씬 앞서 세계 최초의 스마트폰 미츠(MITS)를 선보이는 등 스마트 혁명을 예고했다. 그러나 당시 거의 유일한 운영체제 제공사였던 마이크로소프트와 이동통신사들과의 갈등으로 개화시기가 늦어지는 사이 애플에게 아이디어만 빼앗긴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삼성전자 이미 2003년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 '미츠' 개발"앤디 루빈의 안드로이드 삼성에 매각 제안설 사실과 달라"애플 아이폰 추격작 삼성 갤럭시S 시리즈는 '원조의 저력'

17일 업계에 따르면, 스티븐 레비 기자가 출간한 `구글 안에서(In The Plex)' 책에 현재 구글 안드로이드 총괄인 앤디 루빈 부사장이 지난 2004년 삼성전자를 찾아가 안드로이드를 매각하려 했지만 거절당했다는 내용을 두고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의 미래를 읽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와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과 사실과 거리가 먼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삼성전자 휴대폰 사업을 총괄하던 이기태 전 부회장은 17일 전화통화에서 "앤디 루빈 부사장이 삼성전자를 찾아온 것은 지난 2003년 디자인회사 데인저의 부사장으로 재직할 시기"라며 "운영체제 기술이 아닌 삼성이 이미 특허를 보유하고 있던 자판에서 단말기를 밀어 올리는 `사이드킥(슬라이드폰)' 기술 특허와 관련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은 그 회사(데인저)와 디자인 관련 협력을 맺어 2007년까지 협력관계가 유지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2007년 구글과 스마트폰 공동개발을 위해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했을 때 앤디 루빈이 그 자리에 있어 물었더니 구글에 와 있다고 하더라"면서 "구글이 안드로이드사를 인수한 것도 스마트 혁명을 위해서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앤디 루빈은 2003년 안드로이드를 설립해 2005년 구글에 매각한 뒤, 2006년 구글에 합류했다.

이 부회장은 미츠 개발 이후 틈만나면 "내 손안에 세상을 담겠다"고 호언했다. 이미 단순히 휴대폰에 PC용운영체제를 이식하는 수준이 아닌 이용자들에게 최적화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애플리케이션들을 하나의 장터에서 내려 받을 수 있는 앱스토어 개념의 마켓까지 구상해 놓았다.

이 부회장은 스마트폰 세계화를 위해 지난 2004년 PC용 OS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던 MS 빌 게이츠 회장을 찾아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스마트폰 개발을 추진했다. 빌 게이츠 역시 스마트 혁명의 시대가 도래할 것을 예견, 공생의 악수를 했다. 하지만 삼성과 MS의 악수는 소스코드 개방 문제와 모바일OS에 대한 관점의 차이로 획기적인 성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삼성이 MS 출신 H전무를 영입한 것도 협력모드의 일환이었다.

이 부회장은 MS와의 협력이 지지부진하자 2006년 구글의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 레리 페이지 등을 직접 만나 리눅스 OS기반의 혁신적인 스마트폰 제안했다. 애플이 아이폰을 만들기 1년 전의 일이다. 이 부회장은 "당시 회사차원에서 리눅스 기반의 스마트폰 사업의 가능성을 보고 구글과 독점 파트너십을 맺고 사업을 꾀했지만 구글이 이듬해 안드로이드 OS를 개방 복수의 사업자와 계약을 하면서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건희 회장의 스마트폰에 대한 관심은 상당했다"고 말했다.

삼성의 스마트폰 전략은 이동통신사들로부터도 환영을 받기 힘들었다. 당시 데이터 전용 네트워크가 무르익지 않았을 뿐더러, 멜론, 도시락 등 음악 포털산업에 이통사들이 막 진출하던 시기로 삼성의 앱스토어 개념이던 애니콜몰 역시 가로막힐 수밖에 없었다. 특히 SK텔레콤의 삼성 애니콜에 대한 시각은 곱지않았다. 왜 제조업체가 서비스사업자들의 밥그릇까지 넘보느냐며 불만이었다. 애니콜몰에서 SW를 하나 내려받는 데도 어려움이 많은 것은 당연했다.

이런 와중에 삼성의 구조개편은 스마트혁명 좌절에 결정타가 됐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이 물러나면서 애니콜신화를 이끌었던 이 부회장도 일선에서 비켜났다. 최지성 부회장 체제가 되면서 스마트 혁명에 대한 관심도 예전같지 않은듯 했다. `애니콜=프리미엄'정책을 포기하고 저가폰까지 손대는 등 박리대매식 경영에 치중하는 모습이었다.

정보통신부의 역할도 문제였다. 스마트 혁명을 예견하지 못했던 것이다. 제조업체와 서비스 사업자간 이해조정이 어려운 것은 당연했다. 이명박 정부의 출범과 함께 IT전담 부처인 정보통신부 해체는 결정적이었다. 정책부재 속에 IT코리아는 흘러간 옛노래가 되어가고 있었다.

반면 애플은 극비리에 스마트폰 개발작업에 착수했다. 삼성의 스마트폰 아이디어를 그대로 실행에 옮긴 것이다. 애플은 절치부심 끝에 2007년 6월 `아이폰'이라는 걸작을 세상에 내놓으면서 스마트혁명을 이끌기 시작했다.

삼성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은 구글 역시 스마트 혁명을 준비해왔음은 물론이다. M&A를 통해 안드로이드 OS를 확보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안드로이드를 세계 각국의 제조사들에게 무료로 제공, 애플에 대적할 수 있는 경쟁자로 부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구글은 한발 더나가 휴대폰 제조사의 원조격인 모토로라를 인수했다. SW의 강자만 살아남는 시대에 국내제조업체들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따라서 스마트 혁명의 주도권을 빼앗긴 삼성은 물론 국내 서비스 업체들까지 비상이 걸렸다. 그나마 삼성이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를 내놓을 수 있었던 것도 원조의 저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갤럭시S가 결코 우연히 나온 것은 아니다"라며 "삼성은 결코 기기만 붙들고 있는 회사가 아니고, 오래전부터 SW와 특허를 준비해왔고, 그게 오늘날 결실(갤럭시 시리즈 2000만대 판매)을 맺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의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애플의 앱스토어에 대적하기 위한 WAC(글로벌슈퍼앱스토어) 구축을 위한 행보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또 삼성은 앞으로 바다 운영체제를 비롯한 자체 소프트웨어 전략을 보다 강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이 "IT 파워가 하드웨어 업체에서 소프트웨어 업체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 사실이 앞으로 삼성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 주목된다.

박지성기자 js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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