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제값주고 사는 대통령"

성연광 기자 입력 2009. 5. 25. 14:21 수정 2009. 5. 26.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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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성연광기자][盧 전 대통령 서거에 IT업계 침울..포털 일제히 추모화면 띄워]

1997년 부산에서 개최됐던 IT전시회(SEK). 수수한 잠바차림의 중년신사가 안철수연구소의 전시부스로 불쑥 들어왔다. 그 중년신사는 '5공 청문회' 스타 '노무현'이라는 걸 알아보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부산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로 나왔다가 연거푸 고배를 마신 뒤 그가 야인 생활을 할 시기였다.

그는 전시부스에서 안철수연구소가 만든 V3 신제품을 구매했다. 그를 알아본 부스 관계자들이 "그냥 써보시라"는 말에 "그래서야 우리 소프트웨어(SW) 기업이 밥먹고 살 수 있겠습니까"라며 굳이 지갑을 꺼내 돈을 주고 갔다.

당시 상황을 기억하는 안철수연구소 관계자는 갑작스런 서거 소식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과거 기억을 들려줬다. "SW산업을 이해하고 진정으로 사랑했던 지도자였다"고 말하는 그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래서야 SW기업 밥먹고 살겠습니까?"

'인터넷 대통령' '디지털 대통령'으로 불렸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보기술(IT)산업에 각별한 애정을 쏟은 것으로 IT업계 관계자들은 기억하고 있다. 그런만큼 서거 소식에 업계의 분위기는 침울해 있다.

14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그는 정치인 가운데 최초로 인맥관리 프로그램인 '한라1.0'을 개발한 것으로 유명하다.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에는 청와대 업무관리 프로그램인 'e지원' 시스템을 창안했고, 'e국무회의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국정시스템 전반에 IT를 통한 업무혁신을 시도했다.

IT에 대한 노 전 대통령의 관심과 애정은 참여정부의 대표적인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인 'u-IT 839' 정책의 밑거름이 됐다. 결과적으로 참여정부 시절 국내 IT산업은 전체 GDP의 17%, 수출의 35%를 차지하며 대한민국이 세계가 부러워하는 'IT강국'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권 교체 후 정보통신부가 해체되고 IT산업에 대한 정부의 냉대가 깊어지고 있는 와중에 노 전 대통령의 부재가 이렇게 깊을 줄 몰랐다"며 아쉬워했다.

◇'인터넷 대통령' 덕분에 IT산업 '성장가도'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신념과 맞물려 '탈권위'와 '소통'이라는 인터넷 철학을 몸소 실천했다. 대통령 재임시절, 인터넷 대화를 통해 국민들의 의견을 가감없이 듣길 좋아했으며, 홈페이지에 오른 글에도 직접 댓글을 달았다. 퇴임 후에도 '사람사는 세상'이라는 개인 홈페이지를 개설해 세상과 소통을 시도했다.

인터넷 업계의 한 CEO는 "포털산업이 우리나라 대표 IT상품으로 자리잡는 데는 노 전 대통령이 재임시절 보여준 각별한 애정 덕분"이라며 "'참여, 공유, 개방'이라는 웹2.0 패러다임이 국내에 빠르게 확산될 수 있었던 든든한 조력자였다"고 회고했다.

이런 사회 분위기 덕분인지 벤처기업에 불과했던 NHN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매출 1조원이 넘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손수제작물(UCC) 열풍과 맞물려 제2의 닷컴 부흥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힘입은 바가 크다는 평가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소식이 전해진 23일 네이버, 다음, 싸이월드 등 주요 포털업체들은 근조표시로 초기화면을 일제히 검은색으로 바꾸고, 고인을 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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