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 경매야, 게임이야"

2011. 8. 23.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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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파수 경매에 참여하는 회수가 처음으로 '50회'를 넘었다. 주파수 최고 입찰가도 7327억 원까지 치솟았다. 처음으로 7000억 원을 넘어선 것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실시하는 주파수 경매가 닷새째 지루하게 이어지면서 일각에서는 '경매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경매제의 실효성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3일 오전 9시부터 어제에 이어 주파수 경매를 시작한 결과 1.8GHz 대역에서 KT와 SK텔레콤이 재입찰에 참여, 10라운드(누적 51라운드)를 진행했으며 최고입찰가가 7327억 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어제 6633억원 보다 800억원 가량 오른 규모다. 지난 주 최저경쟁가격인 4455억원에 비교하면 거의 3000억원 가까이 상승했다.

 이 추세라면 오늘(24일) 8000억원을 넘어서 이번 주 내에는 경매 전쟁이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의 주파수 가치와 투자와 마케팅 여부 등을 고려할 때 1.8GHz 대역 20MHz폭 주파수 가치가 8000~1조 원 수준으로 점치고 있다. 특정업체가 지나치게 과욕을 부리지 않는다면 최고입찰가도 이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주파수 경매가 매일 일정한 라운드 횟수에 정해진 가격이 오르는 등 다소 지루하게 진행되는 배경은 '동시오름 입찰'이라는 경매 방식 때문이다. 이 방식은 상대방이 가격을 써내면 이를 참고해 연속적으로 추가 입찰이 가능하다. 한 번 경매에 참여할 때(라운드), 이전 라운드의 최고 입찰 가격의 1%이상만 써내면 된다.

 이 때문에 전체 경매 시간, 과정과 가격 검토 시간 등을 고려할 때 하루에 10번 정도의 경쟁 라운드가 벌어진다. 입찰 가격도 굳이 무리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최고 가격의 1% 안팎에서 정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하루 10회 라운드에, 대략적인 최고 낙찰 가격을 예측할 수 있다. 경매 참여자 입장에서는 하루하루 애가 타겠지만 따지고 보면 정해진 시나리오대로 움직이는 격이다. 주파수 가치 등을 산정할 때 업체마다 내심 정한 가격이 있는 상황에서 2주 동안 경매를 진행한다는 게 다소 생뚱맞다는 비판도 이 때문이다.

  산업계에서는 "공정성과 경쟁을 유발하는 측면은 이해하겠지만 효율성 측면에서는 거꾸로 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결과적으로 시간과 인력은 물론 예산까지, 업체는 업체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허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예 한 번 입찰로 끝나던지, 아니면 재입찰하는 가격대를 올리든지 개선책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경매 매물 가치가 지나치게 차이가 나면서 경매제의 진짜 의미도 퇴색한 상황이다. 1.8GHz대역 20MHz와 800MHz 대역 10MHz폭은 서로 가치를 비교하기가 무색할 정도로 '체급'이 다르다. 800MHz대역은 저주파 대역으로 주파수 효율은 좋지만 앞으로 활용 가치 등을 고려할 때 2.1GHz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한 마디로 '대역 불균형' 현상이 심각하다. 더구나 방통위는 추가 경매 대역에 대해서는 일제 함구하고 있다. 원했건, 원치 않았건 경매 참여 입장에서는 1.8GHz 대역에 무리하게 '올 인'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든 셈이다.

  이 때문에 지금과 같은 경매제 방식이라며 승자의 저주를 떠나 주파수를 적정 가격에 배분해 국가 자원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가 크게 퇴색될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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