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때문에 두 번 우는 소비자들

2011. 5. 23.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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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IT] 휴대전화 대리점 직원과 통신사의 부적절한 대응이 휴대전화 사용자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이들 업체의 타깃은 삼성전자 옴니아폰 사용자와 KT 2세대(2G) 피처폰(일반폰) 사용자 등 휴대전화 때문에 속앓이를 하는 사람들이었다.

◇옴니아 사용자들, 불난 집에 부채질?=최근 옴니아폰 사용자들의 모임인 '옴니아2 집단보상 준비 카페' 신고메뉴에는 '판매 목적으로 활동하는 회원'의 강제 탈퇴를 요청하는 글들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고 카페 매니저 막동이7이 밝혔다.

아이디 julw**이라는 카페 회원은 얼마 전 삼성과 SK에서 제안한 보상금 20만원 외에 8만원의 이득을 볼 수 있다며 휴대전화를 교체하라는 메일을 받았다. 삼성, SK의 무책임한 행동에 화가 나 있던 이 회원은 '8만원으로 꼬드겨 실적 올리고 싶냐'는 울분 섞인 답 메일을 보낸 뒤 인증 사진을 카페에 올렸다. 그의 글을 본 회원들의 댓글이 속속 올라왔다. 자신들도 동일한 내용의 메일을 받았다는 것이다.

회원들은 대리점 직원들은 카페에 가입한 뒤 회원들의 이메일 주소 등 정보를 수집해 휴대폰 구입을 요청하는 메일을 보낸 것으로 보고 있다.

메일 뿐이 아니다. 홈페이지 내 게시판엔 새로운 휴대전화를 좋은 조건에 구입할 수 있다는 내용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회원들은 게시자의 강제탈퇴를 요청하고 있다.

julw**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20만원 받으려면 기계는 반납하고 남은 할부금은 계속 내야 한다는 게 삼성과 SK가 제안한 보상"이라며 "그들의 언론 플레이로 안 그래도 기분 나쁘던 차에 대리점까지 자기 실적 올리겠다고 메일 보내면 기분 좋을 사람 누가 있겠냐"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나는 옴니아폰 때문에 주식에서 1500여만원의 손실을 봤고 어떤 사람은 전화 수신이 안 돼 거래처의 중요한 전화를 못 받았다고 한다"면서 "이렇게 옴니아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데도 삼성 측의 대응은 무시 당한다는 기분까지 들게 했다"고 말했다.

결국 이 네티즌은 휴대전화를 바꾸기로 마음을 바꿨다.

그는 "국산을 애용하자는 생각에서 옴니아를 선택했는데 이제 생각이 바뀌었다"면서 "소비자가 더 좋은 제품을 선택해야 그들도 정신을 차릴 것이라는 생각에 휴대전화를 바꾸기로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이 네티즌은 현재 기기값 30여만원이 남아있다. 위약금까지 더하면 50만원을 지불해야 휴대전화를 교체할 수 있다. ◇승인도 안 났는데 물건부터 파는 KT=옴니아폰 사용자들 뿐만 아니다. KT의 2G 휴대전화 사용자들도 최근 KT의 통보식 전화에 울분을 토하고 있다.

2G폰 사용자인 회사원 임모(31)씨는 지난 14일 오후 KT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자신을 통신서비스 소속이라 밝힌 이 담당자는 6월말부터 KT의 2G 서비스가 종료된다며 휴대전화 교체를 요청했다.

최근 KT는 2G 이동통신 서비스를 종료하기 위해 2G 단말기 이용 고객들에게 서비스 종료 안내와 함께 단말기 교체 신청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24개월 간 월 6000원의 통신료를 할인해주며 7000원 상당의 유심(USIM) 칩을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3G 아이폰의 경우 2년 약정으로 무료로 교환해 주고 있다. 임씨도 이 같은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

KT 직원은 "2G 서비스가 5월에 종료된다는 사실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이미 확정된 것인데 기사화되지 않았을 뿐"이라며 "전화한 것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알려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3G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휴대폰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고 제안했다.

임씨는 "2G를 계속 쓰고 싶고 바꿔야 한다면 다른 이동통신업체로 바꾸겠다"고 말한 뒤 "당장 결정하라는 것은 어려운 문제"라고 응답했다.

그러자 KT 직원의 언성이 높아졌다. 이 직원은 "고객들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데 왜 내가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인지 시켜줘야 하는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후 양 측은 격한 승강이를 벌였고 KT 측은 인사도 없이 전화를 끊었다.

통화 후 임씨는 문득 영업실적을 올리기 위해 대리점 직원들이 건 사기성 전화가 아닐까하는 의심이 들었다.

임씨는 "만약 사기 전화가 아니라 해도 고객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이 강요하고 통보하는 듯한 상대의 불만이 컸다"면서 "말로만 '발로 뛰겠다'고 하지 실제로 이게 발로 뛰는 태도인가"라며 격분했다. 직장인 김모(28·여)씨도 KT로부터 여러 차례 전화를 받았다. 임씨와 같은 내용이었다.

김씨는 "일주일에 여러 차례 전화해서 3G로 바꾸라는 게 꼭 빚 독촉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자신의 어머니가 KT 대리점으로부터 휴대폰 교체를 종용하는 전화를 받아 불쾌했다는 글을 한 카페에 올렸다. 그는 "결정도 나지 않은 사안을 마치 결정 난 것처럼 말하고는 소비자들에게 지금 전화기를 바꾸지 않으면 나중에 손해 본다는 식으로 겁을 주고 있다"면서 "대리점들이 실적을 올릴 수 있는 기회로 보고 마구잡이식으로 2G 사용자들에게 전화를 하는 것 같아 불쾌했다"고 적었다.

현재 KT 측은 방통위로부터 승인을 받지 못했다. 6월말 서비스를 종료하겠다는 것은 KT측 생각일 뿐이다. 승인이 나지 않을 경우 2G 서비스는 지속돼야 한다.

KT 측에 확인한 결과 휴대전화 교체 전화는 대리점이 아니라 KT 본사에서 한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 관계자는 "갑자기 서비스를 종료할 경우 고객 혼란을 야기할 것으로 보고 본사 콜센터에서 사전에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알린 것"이라며 "KT는 6월 중엔 3G 휴대전화로 무료로 교체해 주지만 이후엔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사전에 공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우리는) 승인이 날 것이라 보고 있다"면서 "만약 안 난다 해도 해도 고객 편의를 위해 전화를 드리는 것"이라고 되풀이했다.

3월 말 현재 2G 사용자는 SK텔레콤 923만명, KT 110만명, LG유플러스 900만여명으로 집계됐다. 2G 이용자가 많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당분간 2G 서비스를 계속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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