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법칙'에 빨려드는 IT업계

2011. 3. 17.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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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구글도 MS도 블랙베리도

결국 제품·운영방식 뒤쫓아

SW·금형기술 인력도 확충

아이패드2 가격 안올리자

태블릿피시 시장 '회오리'

지난 16일부터 에스케이텔레콤(SKT)도 아이폰4 판매를 시작했다. 이로써 재생제품(리퍼폰) 교환 방식의 유지보수정책이 바뀌지 않으면 아이폰을 들여오지 않겠다던 정책은 무색해졌다. 또 국내 통신사끼리 아이폰 판매 경쟁을 벌이면서 고객서비스는 개선되고 통신서비스 회사 부담은 늘게 됐다.

태블릿피시 시장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7인치 태블릿피시(PC) 갤럭시탭이 아이패드보다 휴대성이 뛰어나다고 강조했지만, 10.1인치 갤럭시탭을 곧 출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아이팟터치와 아이튠스를 떠올리게 하는 갤럭시플레이어와 콘텐츠 관리도구 키스2.0(Kies)도 내놓았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음악재생기(MP3) '준(Zune)' 보급을 중단하고 이를 아이튠스처럼 스마트폰 콘텐츠관리 도구로 개발하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애플을 공격하던 업체들이 결국 애플의 모델을 그대로 채용하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07년 아이폰 출시 이후 세계 정보기술(IT) 업계는 애플 따라하기 일색이다. 누가 더 빨리, 제대로 베끼면서 차별성을 살짝 곁들이느냐의 경쟁으로 보일 정도다.

2008년 구글이 구글폰 '지(G)1'과 안드로이드마켓을 내놓은 뒤 엠에스도, 블랙베리를 만드는 림(RIM)도, 노키아도 아이폰의 앱스토어 생태계 모델을 따라갔다. 윈도모바일로 일찍 스마트폰에 뛰어들었던 엠에스는 지난해 이를 버리고 윈도폰7로 플랫폼을 갈아엎었다. 하드웨어 조건을 규정해 제조사와 이통사의 차별화 여지를 거의 없애고, 운영체제 업데이트는 엠에스가 직접 실시하는 방식은 아이폰 모델 그대로다. 안드로이드마켓 역시 앱스토어처럼 결제 절차를 편리하게 하고 콘텐츠와 저작권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애플 따라하기는 아이폰의 정전식 멀티터치와 센서 탑재 등 기능에서 시작해 다른 핵심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소프트웨어 생태계와는 거리가 있던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운영체제 '바다'를 공개하고 글로벌 개발자 육성에 나선 게 대표적 사례다. 삼성은 지난 9일 한양대와 2012년부터 소프트웨어학과를 만들기로 협약을 맺고 인력 육성에 나섰다. 엘지(LG)전자도 이달 초 올해 연구개발인력 채용에서 소프트웨어 인력 비중을 크게 확대한다고 밝혔다. 삼성과 엘지는 지난해 말부터 금형 기술인력 확보에도 나섰다. 애플 제품 경쟁력에 금형 기술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다.

애플은 단일 제품으로 고가시장에 주력한다. 경쟁업체들은 애플이 개척한 시장이 대중화하면 수혜자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빨리 따라가기' 전략을 펴왔다. 하지만 점차 이 전략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 11일 애플이 아이패드2를 출시하면서 기능 개선에도 값을 유지해 모토롤라, 삼성, 휼렛패커드, 림 등 추격자들이 난감해졌다. 삼성전자는 곧바로 갤럭시탭의 값을 10만원 내렸다. 제이피(JP)모건은 최근 낸 시장보고서에서 "올해 출시예정인 태블릿피시 8100만대 중 약 40%인 4790만대만 판매되고 나머지가 재고로 남아 아이패드 아닌 제품들이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태블릿만이 아니다. 애플의 최고운영책임자(COO) 팀 쿡은 최근 "애플 제품이 부자 전용이 되는 걸 원치 않으며 애플은 어떠한 시장도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애플이 프리미엄 시장 너머의 대중시장까지 넘본다면 경쟁도 달라진다. 애플이 게임의 규칙을 정하고 판을 짜면서 만들어낸 시장에서, 애플이 전략을 수정하면 추격하던 업체들이 한꺼번에 들러리가 될 수 있는 위험성이 노출된 것이다. 애플의 매트릭스에 모두 빠져든 것일까?

미국 애틀랜타 조지아공대 전자설계연구소 부소장 임규태 박사는 "앱스토어를 통한 상생의 생태계를 만든 애플은 소비자인식, 시장지배력, 현금 보유에서 따라가기 힘든 벽을 만들고 있다"며 "애플과 경쟁하려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함께 설계해야 하는데 이는 기업들의 기존 개발절차를 뒤집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엘지경제연구원 감덕식 책임연구원은 "애플 제품의 가격 경쟁력은 모델 단순화와 대량생산이지만, 시장이 확대되어 세분되면 제한된 모델과 폐쇄형의 한계가 나타날 수 있다"며 "하지만 애플이 시장을 만들면서 정의하기 때문에 현재론 따라가면서 빨리 배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감 연구원은 "무조건 새 제품을 빨리 내놓는 것보다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강화 등 기본 경쟁력 강화가 우선이다"고 강조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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