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용 잡지 '다운로드 열기' 식는 까닭은?

2011. 1. 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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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대용량 크기에 값도 안싸

"판매대서 사는게 더 편리"

호기심 자극할 혁신 미흡

인터넷 무료 콘텐츠도 장벽

스티브 잡스가 들고 나타난 '신들린 태블릿' 아이패드는 애플엔 축복이었을지언정, 그를 기다려온 전세계 출판 잡지계에는 '복음'이 아닌 것으로 차츰 드러나고 있다.

애플의 태블릿피시 아이패드는 2010년 4월 출시 이래 지난 연말까지 1000만대 가까이 팔려나가며 지구촌에 태블릿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넓은 화면과 터치를 통한 직관적 조작방식, 편리한 콘텐츠장터 등 애플의 생태계를 장점으로 내세운 아이패드는 디지털 시대에 위기에 처한 잡지 등 종이매체의 '구세주'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실제로 지난해 6월 아이패드가 200만대 보급된 시점에 아이패드 전용 디지털 잡지를 처음 선보인 미국의 정보기술 월간지 <와이어드>는 첫달 10만부를 팔아치우며 출판계에 '장밋빛 전망'을 선사했다. <와이어드>의 실적에 고무된 각 매체들은 잇달아 아이패드용 잡지를 창간했다.

하지만 8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결과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최근 공개된 미국 발행부수실사협회(ABC) 자료에 따르면 아이패드용 와이어드의 판매는 7~9월 3만1000부, 10월 2만2000부, 11월 2만3000부로 하향 추세를 보였다. 다른 잡지들도 유사한 하락세를 겪고 있다. 아이패드는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며 곳곳에서 '올해의 기기'로 선정되는 등 이용자층이 확대됐지만, 정작 아이패드를 통한 잡지 판매량은 구매 대상자가 늘어날수록 오그라드는 대조적 현상이 생겨난 것이다. 잡지계만이 아니라 단행본 도서, 신문 등 출판시장 전체가 고대해온 '디지털 출판의 미래'는 신기루가 되는 것일까?

■ 왜 실패했을까?

가장 큰 부담은 무선랜(WiFi)이나 이동통신망을 통해 호별로 내려받아야 한다는 데 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난달 31일치 기사에서 패션지 <보그>를 무선랜으로 내려받는 데 30분이나 걸렸다면서 신문판매대에서 구입하는 게 더 편리하다고 지적했다. <와이어드> 최근호 용량은 700메가바이트에 이르는데, 이는 아이패드 16기가바이트 모델에서 '상당한' 공간을 차지하는 크기다. 아이패드로 잡지 보는 맛을 살리기 위해 고해상도의 그래픽과 사진을 담고, 일부 콘텐츠를 동영상으로 제작하는 등 차별적 콘텐츠를 만든 것이 이용 환경에 부담을 준 것이다.

가격도 빼놓을 수 없다. 대부분 4.99달러인 이들 잡지는 종이잡지의 값과 차이가 없다. 아이패드에서는 과월호 잡지도 담아두고 언제나 볼 수 있다는 점을 홍보하지만, 인터넷과 달리 검색이 되지 않아 유용성도 떨어진다. 이밖에 이용자의 특성도 주요한 배경이다. 아이패드 구매자들은 최신 디지털기기를 남보다 앞서 구입해 써보는 '얼리어답터'가 많은데, 이들은 새 제품이 나올 때 과감하게 사는 성향이 있지만, 어떤 제품을 계속 구매하는 충성도 높은 소비자층은 아니다. 호기심에 첫호를 샀더라도 지속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 경향이 있다. 기기를 통해 끊임없이 새 경험을 추구하는 얼리어답터들이 만족할 혁신을 주는 것도 매우 어렵다. 기존 수익모델 방어 차원에서 시작한 출판업자들의 혁신이 과감하지 못한 것도 한 배경이다.

■ 성공하려면?

그럼에도 아이패드용 잡지는 1년도 지나지 않은 초창기인 만큼 갈수록 수익모델도 진화하기 마련이다. <포퓰러 사이언스> 등을 펴내는 출판그룹 보니어는 아이패드용 잡지 매출이 부진한 이유로, 애플 앱스토어에서 6개월~1년 단위의 정기구독 결제가 허용되지 않고 낱권 판매만 가능한 점 등 불편사항을 거론했다. 애플도 정기구독 방식의 결제 도입을 검토중이라는 관측도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아이패드가 '앵그리버드'처럼 성공한 모바일 게임에서 배워야 한다며, 무료로 잡지를 배포하고 그중 일부 콘텐츠를 유료화하는 '부분 유료화'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진짜 장벽은 인터넷의 무료 콘텐츠다. <타임>은 매주 아이패드용 에디션을 5달러에 판매하고 있지만, 현실에선 큰 시차 없이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이나 인터넷을 통해 동일한 콘텐츠를 무료로 볼 수 있다. 아이패드에서 유로로 판매되는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역시 '플립보드'와 같은 응용프로그램을 설치하면 큰 불편 없이 기사를 읽을 수 있다. 공짜인 '우회로'가 뚫려 있는 한 '유료도로'는 돈 벌기 어렵고, 인터넷에서는 '우회로'로 간다고 시간이나 연료비가 더 드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모든 우회로를 봉쇄하려는 시도가 나오는 것도 자연스럽다.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은 3000만달러를 투입해 아이패드 전용 신문 <더 데일리>를 올해 초 선보일 예정이다. <더 데일리>에 실린 콘텐츠는 인터넷이나 구글에 의해 검색되지 않는 게 특징으로, 아이패드를 통해서만 볼 수 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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