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대받던' 금형기술, 스마트 경쟁에 '귀빈 대접'

2010. 12. 23.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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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0여년전 손 턴 삼성·LG

품질경쟁 핵심 알고난뒤

인력채용·공장신설 박차

기술력 뒤처져 공백 절감

"우리가 애플을 잘못 알고 있었다."

엘지(LG)전자는 1년 전 애플 아이폰을 집중 분석했다. 그때 발견한 것 가운데 하나가 유려한 디자인을 뒷받침한 금형(제품을 만드는 틀을 만드는 것) 기술이었다. 당시 아이폰 분석에 참여했던 이 회사 관계자는 "흔히 애플은 상품 기획과 설계, 디자인만 하고, 제조는 글로벌 아웃소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며 "하지만 실제로 애플은 어느 회사보다 많은 최고 수준의 제조 기술과 전문가를 자체 확보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엘지전자가 요즘 금형 기술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1400억원을 투자해 광주광역시에 정밀금형개발센터를 세웠다. 이곳에선 인근 지역 대학과 연계한 금형 기술 인재 육성, 금형 신기술 개발 등을 진행하고 있다. 엘지전자도 내년 1분기에 금형을 포함한 제조기술 전반을 연구하는 '품격혁신연구소'를 세우고, 내년 하반기엔 약 1000억원을 들여 경기도 평택에 금형기술센터를 따로 설립한다.

이들 대기업들이 금형을 중시하는 것은 금형이 점차 완제품의 품질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복득규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제품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디자인의 가치가 수년째 강조되고 있다"며 "그 디자인을 구현하는 기술이 바로 금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스마트폰에 대한 소비자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제품의 재질과 촉감까지 중요한 구매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며 "이를 만족시키기 위해선 초정밀 금형 기술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품 주기가 빨라지는 것도 대기업이 금형 기술의 내재화를 서두르는 주요 이유다. 김영호 엘지전자 금형기술센터 부장은 "갈수록 빨라지는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선 개발 납기 단축이 중요하다"며 "지금처럼 금형 부문을 아웃소싱 형태로 유지하는 상태에선 납기 단축에 한계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흐름은 사실 국내 대기업들이 금형 기술을 외부 중소기업에 맡기는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음을 뜻한다. 삼성전자와 엘지전자는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금형 사업 부문을 모두 매각한 뒤, 금형 제작과 기술을 외주화했다. 이 때문에 국내 금형 기술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도 한계에 부닥쳤다. 예를 들어, 최근 5년 동안 휴대전화 케이스 특허 출원 79건 가운데 69건이 중소기업에서 나왔다. 서상용 특허청 심사관은 "중소기업은 자금력이 달리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패러다임을 바꾸는 기술을 개발하기는 어렵다"며 "국내 금형 기술 특허는 주로 특정 부문 기술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고 말했다. 감덕식 엘지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아이폰 협력사로 알려진 혼하이와 폭스콘 등 중국과 대만 기업들은 엄청난 투자를 통해 금형 기술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고 있다"며 "반면 우리의 경우 대기업이 10년 전 금형 기술에서 손을 떼면서 금형 기술 경쟁력이 취약해진 상태"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엘지전자도 금형 부문에 대한 10여년간 투자 공백을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다. 뒤늦게 후회를 하고 당장 투자에 나서기로 했지만, 지금은 이를 소화할 인력 풀이 없는 게 최대 난관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금형 분야 우수 인력은 대부분 자동차나 조선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아이티(IT) 금형 인재를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라고 말했다. 엘지전자도 최근 내부 금형 기술 인력 10여명의 기술력과 숙련도가 떨어진다고 보고 4개월 동안 공주대에 위탁교육을 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150명에 이르는 금형 기술인력 채용공고를 냈긴 했지만, 모두 충원될지도 미지수다.

기술 전수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허영무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연구위원은 "금형 산업이 근 10년간 중소기업에만 맡긴 탓에 금형 부문 종사자 평균 나이가 42살, 대졸 초임이 연 2500만원 수준"이라며 "열악한 근무환경 탓에 금형 부문에 젊은 인력들이 충원되지 않는 현상은 금형 기술 경쟁력 확보에 장애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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